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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사에서 만월암까지

카.윤(1.231) 2019.12.23 18:02:26
조회 211 추천 8 댓글 3


망월사에서 만월암까지

  

동짓날 팥죽을 먹습니다. 동치미 국물을 떠먹고 무를 아작하고 씹으니 개운합니다.

시중에서 파는 팥죽같이 되지 않고 숭늉처럼 물습니다.

큰 양은 대접에 가득 담아준 팥죽이 수저로 연신 떠먹어도 그대로 입니다. 대접을 들고 숭늉 마시듯이 후루룩 마시니 이제야 대접에 팥죽이 줄어드는 모양입니다.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는데 이제까지 한 살 더 먹은 것은 무효고 이제야 한 살이 더 먹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동짓날은 밤이 가장 길어 동지섣달 해는 노루꼬리만 하다합니다. 겨울이 깊어가는 동짓날 설의 앞 달인 섣달 그리고 설이 지나면 긴 동지섣달 긴긴 겨울밤이 지나고 봄이 옵니다.

  

동지팥죽을 배부르게 먹었으니 볕이 좋은 무위(無爲)당 전각 툇마루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고 싶습니다.

망월사 무위당 벽면으로 그러진 그림들이 다른 탱화같이 화려하지도 않고 어설프며 친근하고 해학이 있습니다.

  

나무아미타불이 새겨진 큰 바위에는 총탄 자국 같은 것이 많습니다. 그 뒤에 숨어서 무수히 되뇌었을 간절한 마음이 바위에 새겨져 있습니다.

  

만월암

큰 바위 밑에 숨겨진 만월암.

인기척을 느끼고 스님이 기거하는 작은방의 문이 열리며 따뜻한 차 한 잔 들고 가라 하십니다. 못 이기는 척하며 한 잔 주십사하니 차와 함께 말랑한 떡을 내주십니다.

험하고 높이 위치해 있고 작은 암자이기에 스님은 동지팥죽이나 드셨는지 다 내려오는 길에서야 궁금해지는 야박함에 속으로 머쓱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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