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kai-you.net/article/89511
글 : 다나카 다이스케 (애니메이션 역사 연구자)
2024년 4월 애니의 방송이 시작됐다. 그 중에서도 <걸즈 밴드 크라이>는 '태풍의 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작을 맡은 건, <원피스>, <드래곤볼>, <프리큐어> 시리즈를 제작한 토에이 애니메이션이다. <러브라이브! 선샤인!>의 감독 사카이 카즈오 씨가 시리즈 디렉터를 담당. 역시나 <러브라이브!> 시리즈에 참여한 하나다 쥿키 씨가 이번 작품에서도 시리즈 구성과 각본을 맡았다.
TV 애니메이션 <걸즈 밴드 크라이>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억압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탓에 학교에서 이지메의 표적이 된 주인공 이세리 니나(CV. 리나)는 가족과 학교로부터 도망치듯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홀로 상경한다. 마음의 버팀목이었던 밴드의 전 멤버 카와라기 모모카(CV. 유리)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이끌려 밴드를 결성하게 되는데...
본 기사가 공개된 현재 4화까지 방송 완료(집필은 3화 기준) 되었다. 주인공 니나의 우울한 감정과 마음의 아픔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런 니나가 밴드를 통해 마음이 맞는 동료를 얻게 되는 모습과 라이브에서 감정을 폭발시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모습은, 다소 식상할 수 있지만 감동적이다. 아직 이야기의 서막에 불과하지만 이미 마음이 사로잡힌 시청자도 많을 것이다.
1. 영상 표현의 특이성이 돋보이는 <걸즈 밴드 크라이>
<걸즈 밴드 크라이>의 매력은 그 스토리에만 있는 게 아니다. 영상 표현에도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이 있다.
이 작품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전편이 3DCG로 그려졌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기존 3DCG 애니메이션의 문체와는 전혀 다른,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한 인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걸즈 밴드 크라이>의 3DCG 표현은 어떤 점에서 획기적일까?
미리 고백하자면, 필자 자신은 이 작품의 3DCG 표현의 획기적인 부분에 대해 아칙 구체적으로 언어화하지 못했다.
이 작품의 3DCG 표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여러 매체에서 제작진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분석은 그 때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신선한 첫인상을 솔직한 말로 표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필자가 <걸즈 밴드 크라이>의 어떤 부분에서 신선함을 느꼈는지 살펴보자.
2. 애니메이션의 '셀 룩'과는 다른 비주얼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작품의 비주얼이 일반적인 '셀 룩'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셀 룩'이란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알아보자.
'셀 룩'은 체계적인 분업 체제 아래 제작되는 일본산 드로잉 애니메이션, 즉 2D 드로잉을 주축으로 하는 일반적인 TV애니메이션으로 대표되는 질감을 3DCG로 재현한 것이다.
요즘 일본에서 TV시리즈로 방영되는 3DCG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셀 룩'의 범주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걸즈 밴드 크라이>의 비주얼은 그러한 '셀 룩'과는 다른 인상을 준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셀 룩'을 지탱하는 핵심은 '윤곽선'과 '음영'이다. <걸즈 밴드 크라이>는 그 중 '음영' 부분이 보통의 '셀 룩'과는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셀 룩'에서 캐릭터에 생기는 음영은 보통 명암의 경계가 뚜렷하고 간결한 채색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간결한 채색은, 자세한 이유는 생략하겠지만 본디 드로잉 애니메이션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기술적, 경제적 제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종종 '애니 채색'이라고도 표현되며, 드로잉 애니메이션 특유의 매력으로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셀 룩'은 이를 3DCG로 재현하는 것이다.
3. <걸즈 밴드 크라이>에서 볼 수 있는 '애니 채색'과는 다른 색칠법
하지만 <걸즈 밴드 크라이>에선 이러한 '애니 채색'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옷에 생기는 그림자에서 두드러지는데, 대체로 부드러운 그라데이션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간결한 채색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실제 사람에게 생기는 음영에선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음영'부분만 놓고 보면 <걸즈 밴드 크라이>가 드로잉 애니메이션보다 실사 지향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왜냐면 '윤곽선'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이, 실제 사람엔 윤곽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 작품의 특징적인 비주얼을, 프로듀서 히라야마 타다시 씨는 '일러스트 룩'이라고 설명한다. 이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한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테지마nari 씨의 일러스트를 3DCG로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한다.
그렇다, 이 작품의 특징적인 비주얼은 일러스트의 재현을 의도했다고 설명하면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일러스트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본래 움직일 것을 전제로 설계되지 않은 일러스트가 움직인다는 것은, 비유하자면 조각이 갑자기 움직이는 것과 같은 부자연스러움을 수반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부자연스러움'은 단순히 섬뜩함이나 위화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깜짝 놀래키는, 신선한 놀라움이 있는 것이다.
04. 변화무쌍한 표정, 즉흥적인 페이셜 애니메이션
또한 <걸즈 밴드 크라이>는 애니메이션도 의욕적이다. 특히 변화무쌍하게 표정을 바꾸는 페이셜 애니메이션에 매료된 시청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즉흥적인 연기를 3DCG로 구현하기 위해선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데, 3DCG에서 애니메이터가 설계할 수 있는 연기의 폭은 모델 데이터의 설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3DCG에서 즉흥적인 연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모델러와 리거(3DCG 모델을 움직이기 위한 매커니즘을 설계하는 담당자), 그리고 애니메이터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며, 업무량이 증가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즉흥적인 연기는 오히려 드로잉 애니메이션이 더 잘 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SNS에서는, <RWBY>나 <D4DJ> 같은 작품을 연상시킨다는 의견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런 애니메이션과 <걸즈 밴드 크라이>의 차이점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에 관해서는 필자 자신도 아직 제대로 언어화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비주얼과 애니메이션(움직임)의 '곱셈'에 그 핵심이 있는 것 같다.
05. 비주얼과 애니메이션의 '곱셈'이 만들어내는 3DCG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문체
애니메이션 기법 중 하나로, 실제 인간의 움직임을 컷으로 나누듯 애니메이션을 생성하는 '픽실레이션'이라는 기법이 있다.
이 픽실레이션이라는 기법이 시사하는 바는, 애니메이션은 비주얼과 움직임의 '곱셈'을 통해, '이런 비주얼은 이런 식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선입견을 깨고 시청자에게 신선한 영상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걸즈 밴드 크라이>로 돌아가 보자. 이 작품은 원래 움직이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은 일러스트를 충실하게 재현한 비주얼을 지향하는 한편, 동시에 드로잉 애니메이션의 장점인 즉흥적인 연기도 추구하고 있다.
이렇게 말로 풀어 쓰면 어째선지 어색한 느낌도 들지만, 실제 영상에서는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신선한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비주얼과 애니메이션의 '곱셈'을 시행착오해가면서, 새로운 애니메이션의 문체를 개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리고 그것은 물리적인 지지대나 화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질감을 실험할 수 있는 3DCG만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걸즈 밴드 크라이>의 이야기는 앞으로 더욱 가속할 것이다. 그녀들이 결성하는 밴드 토게나시토게아리(현 시점에서의 명칭은 '신가와사키(임시)'이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 영상 표현에도 계속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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