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좆고딩 때 옆반에
수수하게 생긴 애가 있었다.

키는 작고 얼굴에는 주근깨에
무쌍인 눈을 가진
누가봐도 예쁘다고는 말 못하고
여자애들 사이에서나 귀엽다고 말 나오는 여자애.

딱 그런 애가 있었다.

그런데 어찌저찌 접전이 생겨서
가끔 인사하며 지나가는 딱 그정도 사이가 되었다.

만붕이들이라면 분냄새에 정신을 못차렸겠지만
내 눈에는 못생기고 장점이라고는

여자애들 특유의 활발한 성격 밖에 안 느껴졌다.

그래서 걔는 관심 밖이었고
같은 반에 반반한 여자애 버팔러짓이나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매미가 시끄럽게 우는 계절이 되었다.

우리 학교는 여름이 되면 애들이 교복을 안 입고 다녔다.
셔츠 벗고 티셔츠만 입는 건 당연하고
바지도 그냥 츄리닝이나 검은 슬렉스 입고 다녔다.

그 여자애도 그랬다.
밑단이 길게 늘어지는 오버핏 티셔츠
그때 한창 유행하던 파스텔 색상 티셔츠를 자주 입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다.
동아리가 끝나고 종례까지 시간이 꽤 남아
반에서 나 홀로 기다리는데

걔랑 걔 친구가 복도서 지나가다
날 발견했는지 창 밖에서 먼저 인사하더라.

그래서 나도 맞인사하고
시시콜콜하게 몇마디 나누는데

걔가 창틀에 상체를 집어넣고 대화하는지라
팔깍지를 낀 채 그걸로 창틀을 디딘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교차된 팔 위로 가슴이 올라갔고
그 부분의 윤곽이 도드라졌다.

진심 존나게 컸다.

나는 난생 처음 껌젖 아닌 또래를 발견하게된 것도

기쁜 일이지만

중학교 때 미술 선생님 이후로
이렇게 가슴 큰 여자는 처음 보게 되어
새삼스럽게 걔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되었다.


그 후 우리는 부쩍 친해져 점심도
같이 먹으러 다니고
쉬는 시간에도 자주 놀러가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그 동안 이 친구가 볼 살도 있고
오버핏 티셔츠도 조금 펑퍼짐한 것이
살집이 꽤 있는 앤 줄 알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약간의 말랑한 뱃살은 있었지만
딱 귀여운 정도였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할 때마다 출렁이는
가슴덩어리가 나를 반겨줄 뿐이었다.

그렇게 걔랑 가끔 스킨쉽 장난도 칠 무렵,
반에서 보빨하던 여자애랑 사귀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가슴 덩어리에 얼굴 못 묻어본게
참 한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