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그냥 동네등산동호회 다닐거 같은 아저씨가 아이돌 콘서트장에서 미호짱ㅡ! 아야카짱ㅡ! 하는거나

머리털 숭숭 빠진 아저씨가 중고씹덕서점에서 주인이랑 진지하게 물건 비교하며 얘기하고 있는거나

지하철에서 핑크핑크하게 양산형입고 핑크핑크한 휴대폰 보고있는 앙상한 중년 아저씨나

15년 20년전에 종영한 애니메이션의 파치슬롯을 돌리려고 줄까지 서 있는 꾀죄죄한 차림의 인파나

빵빵한 내수로 깊은 문화가 발전한다는 것의 이면에는

매우 찾아보기 쉬운형태로, 이런 어둠들이 존재한다는것을

한낱 조선인은 영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제 입으로 일본 문화를 사랑한다던, 자신은 그냥 일본인이라던,

15년간 일본 문화에 흠뻑 취해있던 25살 조선인 청년의 눈에는,

그들도 몇십년전엔 청춘이라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할지라도

그들의 마음속엔 아직도 오타쿠 문화에 대한 뜨거움이 있을지라도

그저, 초라한, 늙은, 추한, 유치한 오타쿠로밖에 보이지 않던 것이었다.

그래서, 이 괘씸한 조선인 청년 ㅡ나ㅡ 는,

다시금 뼛속깊이 내재된 한민족의 얼을 좇아,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무난하게, 눈치보며, 비위 맞춰주며,

솔리드옴므, 중고세단, 고층주상복합닭장, 결정사가 정해줄 노후까지 함께할 운명 등과 같은

조선인의, 조선인에 의한, 조선인을 위한 레디-메이드 사회로 돌아가는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한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