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고난 후의 세계는, 잠자던 중과 다름없이 어둡다. 낮 내내 잠자리에 들었던 잡목림 속은, 이미 별빛조차 닿지않는 깊은 어둠 속에 잠겨있다.
다시금, 밤이 찾아온 것이다. 서번트를 거느린 자 들에게 있어서, 피할 수도 없는 싸움의 시간이.
하지만 살의와도 같이 차갑게 가라앉은 밤공기에서도 불안함을 느끼진 않는다. 그런 불안도 공포도 모조리 안개처럼 날려 없애버리는, 흔들림 없는 기척을 바로 곁에서 느낀다.
이미 실체화하고 있던 라이더는, 만전의 준비를 갖 춘 전투복장인 채로, 얌전하게 호메로스의 시집을
꺼내 읽고 있었다.
웨이버에게는 무겁고 답답할 뿐인 하드커버도, 정
복왕의 위엄있는 두 손 안에 들리고나면 미덥지않을 정도로 작고 얄팍하게 보인다. 정복왕은, 그런 활자의 소세계에 몰두해있다. 마치 페이지 하나를 넘기는 동작조차도 재미있어서 어쩔수 없고, 그것을 가능케하는 손끝의 감촉조차도 소중하다는 듯이.
정말로 좋아하는거구나. 라고, 어이없다 못해 쓴웃 음마저 나온다. 지금 불시에 라이더에게 「왜 수육(受肉)하고 싶으냐 라고 물으면, 어쩌면 세계정복의 야망 같은건 깨끗하게 잊어버리고서 '손가락이
없으면 호메로스를 읽을 수 없으니까' 라고 대답해
버릴지도 모른다.
이 남자는 그런 녀석이다. 동경하던 영웅담에 몰두 하여, 맛난 음식을 먹고 좋은 술을 마시는 그런 일 상다반사의 욕구나 다름없는 레벨로 세계제패의
야망을 즐긴다. 그런 엉터리 같은 그릇으로 수많은 남자들을 매료시켜, 이 세계의 끝까지도 넘어서려
했다.
인류의 역사에는, 일찍이 이러한 남자조차도 있었던 것이다.
"…응? 오오, 깨어난거냐 꼬맹이"
벌써 몇번을 읽었는지도 모를 아킬레우스의 모험에, 지금도 여전히 흥분이 식지않는 것인지, 라이더는 한창 들뜬 어린아이와도 같이 히죽거리면서 웨이버를 보았다.
그는 그 누구를 향해서도 아무런 차별없이, 이런 웃는 얼굴을 보이겠지. 일찍이 생사를 같이했던 영웅들에게도, 웨이버 같은 얼뜨기 계약자(마스터)에게도.
"……밤이 되면 깨워달라고 말했는데, 넌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아~~미안미안. 그만 몰두해버려서 말이다. 하지 만 뭐어, 밤이 새려면 아직 멀었지. 오늘밤은 언제 나처럼 서두르지말고, 차분하게 채비를 갖추는 쪽 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다."
"어째서"
거듭하여 물었더니, 거한은 새삼스레 묵고하는 듯 이 고개를 기울여서 턱을 긁더니,
"……음, 뭐어 왠지 모르게, 말이다. 딱히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만, 오늘밤 즈음에 결착이 지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구만."
그렇게, 자못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해버렸다.
웨이버도, 그저 작게 끄덕일 뿐, 이유를 묻거나 하 지는 않았다. 그 역시도 설명할 수는 없지만, 피부 로 느껴지는 공기를 통해, 성배전쟁의 절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굳이 말하자면...밤 공기가 너무나도 고요 하다.
웨이버가 아는 한도 내에서, 탈락한 경쟁상대는 라 이더가 직접 분쇄한 어새신과. 미온 강에서 쓰러진
캐스터뿐. 하지만 당연히, 그가 미처 알 수 없는 곳 에서도 전국은 전개되고 변해가고 있을 터이다.
그가 매일 밤마다 느끼고 있던, 이 거리에 떠도는
괴이한 기운. 그것이 어딘지 모르게 변질되어버린 느낌이 든다. 혼돈스럽던 소란스러움에서, 팽팽해 진 무거운 긴장감으로.
어젯밤 싸웠던 세이버의 초조해하는 모습도, 그런 인상을 품게 되는 원인 중 하나다. 아인츠베른 진영도 또한, 무언가 서둘러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 겠지.
그렇기에 웨이버에게는, 라이더의 직감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수많은 전장을 헤쳐나
오고 전략을 지시해왔던 정복왕이기에. 그 제6감
은 아마추어인 웨이버보다도 훨씬 정확할 터이다.
과연 로드 엘멜로이, 즉 케이네스 강사는 건재한 것일까.... 일찍이 원수로서 증오했던 상대의 소식에 대해서조차도, 지금에 와서는 어떤 종류의 감상으로 우려하고 싶어지는 심경이었다.
영령과 함께 전투에 임한다고 하는 것이, 어느 정도로 상상을 뛰어넘는 고행인 것인지, 웨이버는 직접 몸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무리 천재라고 추켜세
워졌던 인물이라고 할지라도, 마술사의 상식만으
로는 파악할 수조차도 없는 것이 성배전쟁이다. 그
가 자신과 같은 괴로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뭐어 엄청나게 통쾌함을 느끼는 한편으로, 약간이 나마 동정을 금할 수 없다. 같은 6인의 마스터 중에 서, 단 한사람 케이네스 만은, 좋건 싫건 간에 웨이버와 연고가 있는 인물인 것이다.
마주치면 죽고 죽일 수 밖에 없는 상대에 대해서, 그런 느긋한 감개를 품고 있는 자신에 대해, 다시금 웨이버는 자기 심경에 변화가 생긴 것을 실감했다.
...그렇다, 예감이 어떻든간에, 그에게 있어서 성배 전쟁은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탄식한 그 순간, 작지만서도 확실한 충격이, 막 잠 을 깬 직후의 졸음기를 단박에 날려버렸다.
"뭐... 지금, 그건?"
"묘한 마력의 파동이었지. 이전에도 비슷한 것이 있었다만."
라이더의 지적에, 웨이버는 떠올린다. 성당교회가 마스터를 소집할 때의 봉화. 그 때와 완전히 똑같은 감촉이었다.
어쨌든 하늘을 내다볼 수 있는 장소를 찾아서, 허둥지둥 잡목림의 밖으로 나갔더니, 과연 북동쪽 방향에 마력의 반짝임이 흩날리고 있다. 그것도 저번
보다 명확한 색채를 띠고서.
"저 패턴은......"
"뭐냐? 무슨 암호 같은 거냐?"
라이더의 물음에, 웨이버는 당혹하면서도 끄덕였 다.
"서로 다른 색으로, 4와 7…....「Emperor(달성)와 Chariot(승리)이지. 저런 봉화를 피운다는 것
은….. 설마하니 저거, 성배전쟁이 결착되었다는
의미인건가?"
웨이버의 해석에, 라이더가 눈썹을 찌푸린다.
"뭐냐 그건. 이몸을 제쳐놓고서 대체 어떤 놈이 승 리를 거머쥐었노라고 말하는 거냐?"
확실히 기묘한 이야기였다. 성배전쟁은, 적대하는 모든 마스터와 서번트를 탈락시킨 뒤에야 비로소
결착이 지어질 터이다. 지금 여기에 라이더와 웨이 버가 건재한 이상, 승리선언 따위 성립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저거 후유키 교회 방향이랑은 전혀 다른데. 이상하다구. 성당교회 녀석들이 올린 봉화
가 아닐지도."
"아아, 뭐냐. 그런거라면야 납득이 가는군."
웨이버가 의문을 입에 담자마자, 라이더가 겁없이 코웃음치며 끄덕인다.
"뭐, 그건 또 뭔데?"
"요약하자면, 누군가 성급한 녀석이 멋대로 개가를 올리고 있다는 거다. 저것은 「불만이 있으면 여기 로 와라, 라고 하는 도발이겠지. 결국은, 결전의 장 소를 정하고서 미끼를 던지고 있는거지."
자신의 짐작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라도 하듯이, 라
이더는 영맹한 미소로 밤하늘에 반짝이는 봉화를
노려본다.
"좋지 좋아. 일부러 찾아다닐 수고가 줄었다는 것 이다. 저런 도발을 받고서, 가만히 있을 서번트가 있을 리도 없지. 살아남은 녀석들은 모조리 저 봉화 의 장소로 모여들겠지....흐흥, 이몸이 내다본 대로 다. 역시 오늘밤이 결전의 대승부가 될 듯 하구만"
정복왕의 다부진 거체가, 환희에도 가까운 투지로 세차게 떨린다.
웨이버는 그런 용맹스런 영령의 모습을, 무언가 멀 리 떨어진 것을 바라보는 듯이 차가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가. 이게...마지막인거구나."
"응해주고말고. 자아, 목표할 전장이 정해졌다면, 이 몸도 또한 「기수(Rider)」 클래스에 부끄럽지 않 은 모습으로 달려나가주지 않고서야."
라이더는 큐플리오트의 검을 뽑아들고서, 칼끝을 하늘높이 치켜든다.
"나오너라, 나의 애마!"
호령과 함께 베어가른 허공에서, 공간을 단열시키며 넘쳐나는 빛. 영령의 증거인 광휘를 두르고서 밤의 한가운데로 뛰쳐나온 것은...웨이버도 본적이 있는, 용장한 준마다.
뿔달린 영령마 부케팔라스. 일찍이 왕을 등에 싣고 서 동방세계를 유린했던 전설의 발굽의 주인. 지금
또다시 시공을 넘어서 "맹우"의 곁으로 달려나온
그녀는, 당장에라도 새로운 전장을 원한다는 듯이 소리 높이 울면서 아스팔트 노면을 걷어찬다.
이스칸달의 비장의 카드인 『왕의 군세(아이오니
언 헤타이로이)의 개별 구성원은, 그 총세를 일거에 늘어놓게 되면 고유결계를 전개시켜 세계로부터의 간섭을 벗어날 필요가 있긴 하지만, 미온강에서 전령 역할을 맡았던 미토리네스가 그랬듯이, 불과 한 기를 구현시키는 것 뿐이라면 통상공간 내에서도 허용범위다. 『신위(神威)의 수레바퀴(고르디아스 · 휠)을 잃은 지금, 라이더가 스스로의 좌 (Class)의 본령을 발휘하려고 생각한다면, 과연 그녀의 등 위야말로 가장 어울리는 장소였다.
"자아 꼬맹이, 전차의 마부석보다는 조금 탑승감이 거칠겠다만, 뭐어 그 점은 각오를 굳히고서 견디도
록 해라. 자, 타거라."
애마 위에 올라탄 라이더는 허리를 뒤로 빼고서, 웨이버가 끼어들만큼의 틈을 비워놓고서 부른다.
하지만 웨이버는, 차갑게 쓴웃음지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세계에 무쌍(無雙)이랄만한 이 준마의 등은, 영웅에게야말로 어울린다. 결코 범속하고 비천한 자가 앉아도 될 장소가 아니다.
이를 테면, 기초의 기초인 최면마술에서도조차 실수를 저지를 정도의 마술사 따위가 ...
자신의 역량조차도 알지 못하고, 왕이 패도를 걷는 그 다리를, 그저 잡아끌기만 할 뿐인 광대 따위가...
지금 정복왕 이스칸달이 달려나가려고 하는 영광
의 길에, 발을 내디뎌 더렵혀도 괜찮을 리가 없다.
웨이버에게는 알 수 있었다. 어젯밤 세이버에게 도
전했던 라이더의 결단을 최후의 중요한 순간에서
망가뜨린 것은, 마스터인 자신의 존재인 것이다. 그 순간 라이더가 건곤일척의 각오로 『약속된 승리의
검(Excalibur)의 빛에 도전했더라면, 어쩌면
종이 한장의 차이로 세이버의 보구를 제치고서, 기
사왕을 신우(神牛)의 발굽으로 깔아뭉갰을런지도 모른다.
그런 아슬아슬한 승부를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
던 것은, 마부석에 웨이버가 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이더는 최후의 순간에, 곁에 있던 광대를 지키고 서 전차(Chariot)에서 뛰어내릴 수 밖에 없었다. 당연한 것이다. 그를 현계시키고 있는 계약자(마스 터)를 희생으로 삼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순간, 세이버와 라이더의 승패를 결정지어버렸던 것은, 약점이 되는 마스터가 곁에 있었는지 아닌지의 차이였던 것이다.
일찍이, 웨이버 벨벳이야말로 승리자에 어울리는 그릇이라고, 그렇게 멋대로 믿고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 2주일 간을 통해. 진정
한 영웅이라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눈으로 보게
된뒤라면. 자신의 무능함, 왜소함을 뼈저리게 깨닫 게 된 지금이라면.
꼬리내린 개에게는, 그 나름의 의지가 있다.
결코 닿지는 못할 저 고귀한 뒷모습을, 적어도 더럽 히는 일 없이 지켜볼 수가 있다면....
"나의 서번트여, 웨이버 벨벳이 령주를 가지고서 명한다."
소년은 오른주먹을 치켜들고서, 아직 손도 대지않 은 채로 온존해왔던 령주를 드러내었다. 그것이야
말로 눈 앞의 영웅을 옭아매는 족쇄이며, 그의 패도 를 가로막는 최악의 장해였다.
"라이더여, 반드시, 최후까지 네가 이겨나가라"
그것은 강제당할 것까지도 없는, 당연한 명제일 뿐 이다. 그렇기에야말로 웨이버는 명령했다. 계약의 마력을 발하고서 사라져가는 령주의 제 1획을, 오 히려 속시원한 기분으로 전송하면서.
"거듭하여 령주를 가지고서 명한다....라이더여, 반 드시, 네가 성배를 쥐어라."
연거푸, 제 2의 령주가 사라져간다. 그 반짝임에, 아주 조금 가슴이 아팠다.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
았다는 쓸모없는 망설임이 마음을 스쳤다....너무 나도 바보같고, 하찮기 그지없는 미련이었다.
"다시금 거듭하여, 령주로 명한다."
단호하게, 최후의 1획을 지켜들고서, 웨이버는 말 위의 왕을 바라보았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겁먹지 않고서 그와 대치하고 싶었다. 그것이 마스터로서 마지막으로 남은, 최소한의 긍지였다.
"라이더여, 반드시 세계를 쥐어라. 실패 따위 허락
치 않는다. "
연달아 해방된 3개의 성흔은, 비적(祕籍)의 마력을 흩날리며, 소용돌이치는 바람을 낳은 뒤에 허무하게 사라진다. 마술사로서의 웨이버가 이 정도의 마력량을 행사할 기회는, 생애를 통틀어 두번 다시 없겠지.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음 속에서부터 자신의 행위를 상쾌하다고 느꼈다. 후회 따위 있을 리도 없다. 모든 것을 잃은 대가로서, 그것은 충분한 보상이었다.
자기 손을 내려다봤더니, 그곳에는 새겨넣어진 계 약의 증거 따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자아, 이걸로 나는 더 이상, 네 마스터도 뭣도 ..아냐. "
웨이버는 고개를 떨구고서, 발치를 향해 내뱉었다.
지금 라이더가 어떤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는것인
지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싸움을 포기한 겁쟁이에게 어이없어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무능한 마스터에게서 해방되어 안도의 웃음을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어느 쪽 얼굴도 보고싶지 않다. 할 수만 있다면 만나게 된 경위조차도 완전히 잊어버려주었으면 할 정도다.
"자아, 이제 가라구. 어디가 됐든 가버려. 너 따위, 이제.......
음, 하고 무뚝뚝하게 끄덕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남은 것은 대지를 박차고 달려나가는 말발굽
소리를 들을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웨 이버의 목덜미가, 난데없이 아무렇게나 집어올려 져서, 다음 순간에는 그는 가볍게 부케팔라스의 등 에 데려가져 있었다.
"물론, 당장에라도 가(정복해)볼까... 그렇게나 수 다스럽게 명했던 이상에는, 물론 네녀석도 지켜볼 각오가 있는 거겠지? 모든 명령이 달성될 때까지를
말이다"
"바, 바, 바보바보멍청아! 그, 그 있잖아, 어이 이봐!"
너무나도 깨끗하게 자신의 의지가 뒤집혀서, 웨이 버는 목소리가 뒤집힐 정도로 낭패했다. 그 허둥대 는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부케팔라스가 크게
코를 울렸다. 말 주제에, 웃는 법까지도 기수를 빼 다박았다고 느낀 순간, 웨이버는 그 자신에게도 영문을 알 수 없는 짜증이 치밀어 소리쳤다.
"령주 없다구! 마스터 그만뒀다구! 왜 아직도 날 데
려가는데!? 나는..."
"마스터가 아니더라도, 이몸의 벗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없다."
여전히 느긋한 웃는 얼굴로 걸어주는 그 말이, 다른 누구도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던 순간, 웨이버의 안 쪽, 가장 견고한 부분이 붕괴했다. 그렇게나 소중하게 지켜왔으면서도, 무너지는 순간은, 단 한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대번에 흘러넘친 눈물의 양은 너무나도 많아서, 그 것이 코 아래쪽으로 흘러내릴 무렵에는 콧물과 뒤
섞여서 엉망진창이 되어버렸기에, 제대로 숨을 쉴 수 조차도 없다. 더구나 목소리를 말로 바꾸는 것 따위 무리나 마찬가지인데도, 그렇더라도, 숨이 막혀가면서, 그는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내가….. 나 따위, 로…....정말로, 괜찮 은거야? 너 같은 녀석 곁에, 내가....."
"그렇게나 이 몸과 함께 전장에 임해왔으면서. 이제와서 뭔 소릴 하는거냐. 바보녀석"
흐느껴우는 소년의 눈물을, 마치 술자리의 허튼 소 리라도 된다는 양 웃어 넘기면서, 정복왕은 소년의
가는 어깨를 거침없이 두들긴다.
"네 녀석은 오늘까지, 이 몸과 함께 같은 적에게 맞
서 싸워왔던 남자가 아니더냐. 그렇다면, 벗이다.
가슴을 펴고서 당당하게 이몸과 견주도록 해라."
"………윽"
웨이버는 자조를 잊었다.
오늘까지의 굴욕을,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지금 사지에 임하는 이 순간의 공포를 잊었다.
그저,"이기러 가는(정복하는)거다"라는 흔들림없 는 인식만이, 텅 빈 마음에 뿌리를 내린다.
패배도 없다.
치욕도 없다.
그는 지금 왕과 함께 있다.
그 패도를 믿고서 달려나간다면, 아무리 믿음직스럽지 못한 다리로도, 언젠가는 세계의 끝까지 다다르리라고...
의심의 여지도 없이 그렇게 믿을 수 있었다.
"자, 그럼 우선은 제 1의 령주에 답해보도록 할까.
꼬맹이. 눈 크게 뜨고 똑똑히 지켜봐라."
"……아아. 해보라고. 이 내 눈 앞에서!"
개가와도 같은 울음을 울리면서, 전설의 영마가 질
주하기 시작한다.
마음이 이어진 왕과 마술사를, 결전의 사지로 나르 기 위해서.
봉화가 가리키는 운명의 장소는, 미온강을 건너서 반대쪽 언덕.
후유키 제 4의 영맥이 있는 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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