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백"을 보기로 마음 먹은 것은 단순히 인기 만화가의 영상화여서도, 입소문을 타서도 아닙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오시야마 키요타카"란 이름을 다시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오시야마 키요타카"를 알게 된 건 "플립 플래퍼즈"가 방영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법 인상 깊게 봤었습니다. 당시 제 심상을 그려낸 듯한 불안정한 세계관에 매료돼 작품이 끝나고도 한동안 후유증에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플립 플래퍼즈"를 보면서 느낀 건 이 작품이 퍽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연상된단 것이었습니다. 기분탓은 아닐 게 실제로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존재나, 기독교 모티프라는 점이나, 이것말고도 떠올리자면 더 있을 겁니다.

전 아마 "플립 플래퍼즈"의 "에바스러움"에 이끌렸던 것일 겁니다. 그때는 백합에 대한 기호가 형성되기도 전이었으니까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 감독은 한동안 소식이 뜸하더니 예상치 못한 곳에서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그가 인연이 없어보이는 "룩백"의 메가폰을 잡은 건 신선해보이기도 합니다.

원작의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는 공전절후의 히트 만화가입니다. 그렇기에 그를 거장의 반열에 올린 "체인쏘맨"이 본작에서 오마쥬된 것은 자축의 의미도 있겠습니다.

"샤크 킥"이란 제목은 그의 유별난 상어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단서일 수도 있지만, 샤크에 가려진 킥이란 또 다른 표제어는, 그의 데뷔작 "파이어 펀치"의 이면 연상법으로부터 도출된 일종의 말장난이자 작중 또 다른 "룩백"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듭니다.

본작의 제목인 "룩백"의 이중성을 살린다면 "등을 봐"라는 뜻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후지노가 본 쿄모토의 4컷 만화 제목은, 어째서인지 "룩백"이라 번역되었지만, 원문은 背中を見て(등을 봐)였었죠. 그 외에도 등이 자주 나옵니다. 쿄모토가 후지노의 사인을 받은 것도 한텐의 등판이었고, 마지막도 후지노의 뒷모습으로 끝이 나고...

친구의 등은 듬직하기도 하고, 참 멀기도 합니다. 동시에 달의 뒷면처럼 알 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금납구의 공간은 곡괭이든 무엇이든 상흔이 흥건해도 타인은 알 방도가 없습니다. ...그래서 끝내 좁혀지지 않은 후지노와 쿄모토의 간격이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것이겠죠.

초반부만 보고 "영상연에는 손대지 마!" 같은 창작의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일 거라 생각했지만 중반부턴 드라마 요소가 많았습니다. 이것이 평가의 가감 요소가 될련지는 불분명합니다.

원작 만화는 안 봤습니다. 후지모토 타츠키의 다른 만화는 단편까지 다 봤으면서 "룩 백"만 안 본 이유는 그냥 나쁜 마음이 들어서였습니다. 나쁜 마음은 고쳐먹기가 참 어렵덥니다. 이번이 갱생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건 특전으로 받은 콘티북이삼

나중에 읽어볼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