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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시즌1 - ‘깐부’에피소드 리뷰.txt앱에서 작성

진극한알록달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2.28 17: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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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오징어게임 시즌2가 나왔대. 나는 오징어게임 시즌1을 봤지만, 너무 오래전에 본 것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해. 그래서 시즌2를 보기 전에, 시즌1을 다시 다 보고 보려고 해. 명작은, 시간이 흐른 후에 곱씹으면 다른 해석이 나오고, 더 풍부한 의미를 느낄 수 있잖아? 내가 오늘 본 편은, 오징어게임 시즌1의 ‘백미’인, ‘깐부’ 에피소드, 구슬 게임이야.

에피소드의 시작은 주최자측의, 이번 게임은 2인 1조로 진행된다는 설명과 팀을 짜는 장면으로 시작해. 참가자들은 ‘당연히’ 팀을 이루어서 협동하는 게임인 줄 알고, 서로 가장 유리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서 ‘힘’이 약한 노인들과 여성들은 철저하게 소외되지. 주인공인 성기훈에게, 가장 고령에다 치매까지 있는 노인인 ‘일남’이 파트너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성기훈이 ‘미안합니다’라고 거절했으니까 말을 다한거라고 볼 수 있어. 물론 ‘이기기 위한’ 팀만 꾸려진 것은 아니야. 부부끼리 참가한 경우에는, 부부끼리 팀을 이루었지. 이후 펼쳐질 잔인한 전개를 생각하면 정말로 참혹한 일이지만.. 내가 인상깊게 본 것은, 오징어게임의 주인공인, ‘성기훈’이었어. 그도 팀을 찾다가, 그에게 같이 팀을 맺자고 한 어떤 인물(자신은 수학교사이며, 조기축구회경력도 있다고, 즉 자신은 육체적으로나 지적으로나 뛰어난 참가자라고 성기훈에게 어필했어)로부터 게임의 진행 구도, 지금 참가자들은 39명 뿐이며, 빨리 팀을 맺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1명은 남겨질 수 밖에 없다고(38명이 짝을 이루면 1명은 남겨지게 되니까), 그 사람은 죽게 될거라고. 아마 저 노인네(일남)이 죽게 되지 않겠냐고 전해들었어. 그 말을 듣자 성기훈은, ’미안합니다‘라고 하고. 다시 일남에게 돌아가. ’어르신, 같이 하지 않으실래요?‘라고 말을 해. ‘자신이 불이익, 페널티를 안게 되더라도’ 그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막고 싶었던 거지. 물론 나도 저런 극한 상황에 처했을때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 장면을 보면서, ‘나도 저런 입장이었다면 주인공인 성기훈처럼 일남과 팀을 이루자는 제안을 했을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어.

하지만 게임의 내용은 다들 알다시피. 2인 1조 팀이 서로를 탈락시켜야(죽여야)하는 데스 매치. 총 4개의 인간군상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깐부’ 에피소드는 오징어게임의 최고의 백미라고 할 만해. 전에 말한 탈북민‘새벽’과 ‘지영’의 아름다운 이야기부터, 조폭출신 ’덕수‘와 그의 심복을 자처하고 팀을 이루었지만, ’데스매치‘라는 게임의 진상이 알려지자 비열하게 본색을 드러내고 게임을 리드하면서 그를 오히려 조롱하는 그의 심복이었던 남자6(넷플릭스 자막에서 그렇게 지칭돼). 성기훈과 소위 ’깐부할아버지‘인 일남, 그리고 서울대 출신 엘리트인 ’상우‘와 힘은 세지만 지략에선 뒤쳐지는, 하지만 순진하고 선하디 선한 ‘알리 압둘’

새벽-지영의 이야기는 지영이, 게임의 진상을 알게되자 아주 천진난만한 태도로 새벽에게 이야기를 거는것에서 시작해. ‘625전쟁 이후로 최고의 비극이다..’라고 유머스러운 첫 인사를 하지. 반면 새벽은 아주 진지해. 빨리 게임을 하자고 하지. 그녀는 살아남아서 나가야할 강렬한 목적이 있으니까

지영은 새벽에게 종료 직전에 한 게임으로 끝낼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그동안 이야기를 나누자고 해. 서로 다른 국적의, 분단된 국가의 여자애들이 나누는 대화는 참 대조적이야. 탈북민 출신의 새벽의 비극적이고 딥한 이야기들. 그에 대해서 낙천적으로까지 보이는 지영의 가벼운 반응들

하지만 지영도 아픈 과거가 있다는게 밝혀져. 부모님을 모두 비극적으로 잃었거든.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고, 자신이 그 아버지를 죽인. 몰릴대로 몰린 처지지만, 겉으로는 밝게 웃어.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의 차가웠던 둘의 분위기(새벽쪽에서 경계심을 가졌었어)가 부드러워지고 유대가 생기지만, 한 사람은 죽어야 하는 이별의 시간(게임 종료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지).

게임 종료를 얼마 안 남기고 지영이 제시한 게임 방식은, 구슬을 얼마만큼 멀리 던지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를 나누자는 거였어. 새벽은 최대한 멀리 던져. 하지만 지영은 톡 하고 힘없이 떨어뜨리지. 처음부터 죽을 작정이었던 거야. 새벽을 대신해서. 새벽은 그러한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고(그 또한 인간이고, 자신의 딥한 과거를 털어놓고 인간적 교감을 쌓은 지영이 자신을 대신해서 죽는것에 대해 죄책감과 거부감을 느꼈겠지), 다시 던지라고 멱살을 잡고 닥달해. 그러자 지영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다소 초연하게 말해. ‘내가 이야기를 너랑 나누면서 생각한건데. 너는 여기서 나갈 이유가 있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서 나갈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 나갈 이유가 있는 사람이 나가는게 맞잖아’라고. 그 대화를 하고 서로 눈물을 흘리지. 나 또한 이 장면을 보고 슬피 울었던 걸로 기억해. 이러한 결말을 알고 다시 이 에피소드를 보는데, 전에는 미처 깊이 느끼지 못한 부분에서 너무나도 가슴이 시릴정도의 슬픔이 느껴져. ‘지영’은 새벽과 대화를 하면서, ‘야 너는 인생을 재밌게 즐기는 법을 모르는구나? 나랑 같이 나가서 내가 좀 그걸 가르쳐 줘야겠는데?’하고 말하다가, ‘아, 같이 못나가는구나’라고 말해. 저러한 맥락의 대화가 두 번이나 나와.  너무나도 비극적인 상황을 저렇게 태연하게 말하는 지영을 보고, 이상하게도 가슴이 시리도록 슬프네.. 

조폭출신 ‘덕수’와 그의 심복이었던 ‘남자6’이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내가 느낀 것은, 일단 ‘남자6’이 너무나도 비열하다는 거야. 전까지는 덕수의 폭력을 두려워하고, 그의 힘에 의지하여 비열하게 굽신굽신대다가. 그럴 필요가 없고(폭력이 허용되지 않는 데스 매치 게임), 자신이 덕수와의 데스 매치 게임에서 유리해지자 덕수를 조롱하고 욕설을 퍼붇고 약을 올리는등 너무나도 비열한 행동을 취해. 나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를 발견했어. 이 ‘구슬 게임’은 분명 2인 1조가 서로를 탈락시켜야 하는 ‘제로섬’게임이지만, 저렇게 남자6처럼 관계를 악화시키고 파국에 이르게 하는 행동은 ‘자살 행위’에 가깝다는 거야.  그 게임의 규칙은 2인1조를 짜서 각각 서로 10개의 구슬을 가지고 30분동안 어떤 게임으로든지 상대의 구슬 10개를 전부 따서 20개를 모으면 그 사람은 살아남고 구슬을 모두 잃은 사람은 죽게 되는 구조인데. ‘30분’이 흘러간 채 승부가 나지 않으면, ‘전부 죽을 확률’이 매우 높아. 저렇게 상대의 감정을 자극해 관계를 파탄내 버리면, 나중에 아주 유리한(가령 자신은 상대의 구슬을 9개 따서 19개, 상대는 구슬이 1개 남았을때)상황일때, 상대가 ‘게임 안해!’해 버리면, 둘 다 죽는 그림이 일어나. 물론 본 에피소드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결국 그 비열한 남자6은 ‘덕수’에게 역전당해 최후를 맞이하지.

서울대 출신 엘리트인 ‘상우’와 ‘알리 압둘‘의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 그 둘은 지성과 힘이 조화를 이루어 ’팀을 이루면 무적의 조합‘이었고,그것을 예상하고 팀을 이루었지만. 실상은 잔혹한 데스매치였지. 둘은 운이 절대적으로 좌우되는 ’홀짝‘게임으로 승부를 내기로 해. 그런데 이상하게 ’알리 압둘‘이 계속 승리를 거두지. ’알리 압둘‘은 자신이 인간적으로 따르는 ’상우‘를 자신이 죽이게 되는 것에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계속 상대를 바꾸어 달라고 감독한테 요청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상우‘는 계속 게임에서 패배해서 구슬이 1개 남게 되자, ’알리 압둘‘을 ’사기를 쳤다고‘ 의심하고 싸우려 들다가. 그게 아니라는 것을(혹은 싸워서 해결될게 아니라는것을 인지하자),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짓을 시작해. 바로 기만술인 ’36계‘중에서도 최악중의 최악의 계책. 상대방의 호의와 신뢰를 이용해서 상대를 배신하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가도멸괵‘의 책략을 꾸미지. 온갖 감언이설로 알리를 속여. 우리가 다 살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허황된 말을 늘어놓지. ’알리‘는 그 말에 넘어가서 다 잡은 ’자신만의‘ 승리에서, 상우가 제시하는 ’공생‘의 길(거짓말이지만 말이야)을 받아들여. 그리고 상우는 알리의 구슬주머니를 좀더 단단하게 해준다고 하며, 몰래 그의 구슬을 모두 빼앗고 그에게는 대신 돌맹이 19개가 든 주머니를 주지. 알리는 순진하게 이를 받아들이고. 이는 ’36계‘의 ’성동격서‘를 떠올리게 해. 그는 알리에게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지만, 그 감언이설의 실제 목적은 그의 주의를 돌리고 그 속임수(구슬교체)를 알리가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지. ’상우‘는 기본적으로 악한 인간은 아니야. 알리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고 많은 선행을 베풀기도 했지. 하지만 그도 그러한 잔혹한 게임 구조 속에서는 그런 인간으로서 하면 안되는 책략을 썼다는 점에서, 상우도 잘못되었지만. 본질적으로 ’오징어 게임‘이 얼마나 잔혹한 게임인지를 느끼게 했어

성기훈과 일남의 이야기는, 일남이 흑막이라는것을 알고 다시보니. ’일남‘이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테스트 하는 것으로 다시 보여. 그는 ‘선한 인간, 이타적인 인간이란 없다’라고 믿지만, ‘성기훈’이라는 인간을 보고, ‘이런 사람도 있나..‘하고 의문을 가지고 ’구슬 게임‘이라는 게임을 통해 그에게 여러가지 테스트를 한 것처럼 느껴져. ’어디까지 선한 사람인가 보자..‘하고 말이야. 그 둘은 역시 ’홀짝‘게임을 해. 그 게임에서 일남이 계속 승리를 거두고, 성기훈의 구슬은 1개만 남게 되지. 이대로 가면 성기훈은 죽게 될 상황. 일남은 그 상황에서 홀수와 짝수의 구별을 못하는 ’치매 노인‘ 흉내를 내. 성기훈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이를 이용하고, 결국 20개까지 일남의 구슬을 모두 빼앗게 되지. 내가 일남이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게. 일남이. ‘나 이제 구슬이 다 떨어졌네.. 더 놀고 싶은데, 1개만 빌려줄 수 있나?’라고 말했을때. 주인공인 성기훈이 ’미안합니다‘라고 내적 고뇌를 느끼며 힘들게 말하자. ’어? 하나가 남았네‘ 하면서(실제로 하나가 남아있었어) 게임을 안하고 치매 노인 흉내를 하면서 온 거리를 떠도는것을 볼때야. 마치 ’너의 비양심적인 면을 알았으니 내쪽에서 심판을 내리겠다‘라는 말을 하는것을 보는듯 했어. 그렇게 떠도는 일남을 보고 성기훈은 대단히 조급해하지. 게임을 하지 못하고 이대로라면 자신 또한 죽게 되니까. 게임 종료를 3분 앞두고, 일남이 떠도는것을 멈추고 제안을 해. 딱 한 게임만 하자고, 서로 가진 구슬 모든것을 걸고(자신의 구슬1개, 성기훈의 구슬 19개)말이야. 성기훈은 ’그게 말이 됩니까!‘하고 반박헤. 일남은 ’자네가 나를 속이고 구슬을 뺏어간 것은 말이 되고?‘라고 응답하고, 성기훈은 그만 부끄러워서 말이 없어져 버리지. 일남은 ’이사람이 그래도 양심적이구나..‘라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구슬 1개를 주고, 성기훈을 살려보내(자신은 어차피 게임의 주최자니 게임에서 져도 죽지 않아)




유불선(儒佛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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