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궁의 마력사

## 제 1장: 무격의 시간

햇살이 아침의 거리를 비추며 비상사태 경보가 울렸다. 시노다 카즈키는 작은 원룸 아파트에서 눈을 떴다. 커피도 제대로 마시기 전에 경보가 울린 것이다.

"C-3 지역 미궁 재해 발생. 모든 시민은 대피소로 즉시 이동하십시오. 특격 이하 민간인의 접근을 금지합니다."

카즈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평범한 날의 시작이었다. 28세 무격 연구원 시노다 카즈키의 삶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그는 창밖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이세계의 기억을 떠올렸다. 현생에서는 천대받는 무격이지만, 이세계에서는 무격 가문이 명문가였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이.

"또 미궁 재해라..." 카즈키는 중얼거리며 옷을 입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8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었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카즈키는 20살 생일 아침에 이세계의 기억이 모두 돌아왔다. 이세계에서 무격 가문의 일원으로 살았던 기억, 미궁의 깊은 비밀들, 무격의 마로 계승 방법까지.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60년 전 미궁의 봉인이 풀린 지구에서 무격은 천대받는 존재였다. 마력을 흡수할 수 없는 부정형 마로를 가진 그들은 사회의 최하층으로 밀려났다.

카즈키는 작은 주방으로 이동해 간단한 아침을 준비했다. 오늘도 그는 미궁 연구시설로 출근해야 했다. 계약직 말단 연구원으로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단지 자료 정리, 실험실 청소, 기초 데이터 수집 같은 잡무뿐.

휴대폰이 진동했다. 연구소 상사인 나카무라 소장의 메시지였다.

[오늘 오후 2시 특별 실험이 있다. 모든 연구원은 참석할 것.]

카즈키는 인상을 찌푸렸다. '특별 실험'은 대개 위험한 실험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런 실험에서 무격은 항상 가장 위험한 자리에 배치되었다.

"이런 삶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카즈키는 중얼거렸다.

아침을 마친 후, 그는 작은 서랍장에서 오래된 노트를 꺼냈다. 그것은 8년간 그가 기록해온 마로 개척 일지였다. 이세계의 지식을 토대로, 그는 자신의 부정형 마로를 조금씩 개척하고 있었다.

"첫 대에는 고통뿐이지만, 이것이 후대를 위한 기반이 될 거야."

그는 노트에 새로운 마로 개발 이론을 적었다. 현대 과학과 이세계 지식의 융합으로 무언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었다.

연구소로 향하는 길, 카즈키는 매일 아침처럼 미궁의 가장자리를 지나갔다. C-3 구역의 미궁은 도쿄의 한복판에 존재했다. 현대 건물들 사이에 거대한 균열처럼 존재하는 미궁의 입구는 항상 특격 이상의 헌터들과 경비원들로 가득했다.

"시노다, 또 구경하러 왔어?" 경비원 중 하나가 비웃듯 물었다.

카즈키는 고개를 숙이고 지나쳤다. 경비원의 마로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은 4계 정도였다. 평격 중에서도 높은 수준이었다.

연구소에 도착하자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모두가 오후의 '특별 실험'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었다. 카즈키는 자신의 작은 데스크로 향했다.

"카즈키, 들었어? UH에서 직접 내려온 기밀 프로젝트래." 동료 연구원 사이토 유리가 속삭였다.

"어떤 내용인데?"

"정확히는 모르지만, 인간의 마로에 인공적으로 마력을 주입하는 실험이라던데."

카즈키는 경악했다. 이세계에서도 그런 시도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마로는 선천적인 것이며, 인위적인 간섭은 대부분 마로 파열로 이어졌다.

"그건 위험한 실험이야," 카즈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같은 계약직이 뭘 알겠어. 그냥 상부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거지."

오후 2시, 모든 연구원들이 대형 실험실에 모였다. 나카무라 소장이 앞에 서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오늘의 실험은 인간의 마로 확장 가능성에 관한 것입니다. UH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연구입니다."

소장의 뒤로 젊은 남성이 실험대에 누워있었다. 그는 3계 정도의 마력을 지닌 평범한 헌터로 보였다.

"지원자인 타나카 켄지 씨는 마로 확장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의 마로에 인공 마력을 주입해 4계로의 상승 가능성을 테스트할 것입니다."

카즈키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의 이세계 지식에 따르면, 이런 실험은 대부분 재앙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는 말단 연구원에 불과했고, 무격이었다.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실험이 시작되었다. 특수 장치를 통해 타나카의 마로에 인공 마력이 주입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했다.

"마력 레벨 상승 중. 3.5계... 3.7계..." 모니터링 담당자가 외쳤다.

그때였다. 타나카의 몸이 경련하기 시작했다. 그의 마로가 과부하되고 있었다.

"실험을 중단해야 합니다!" 카즈키가 외쳤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계속 진행하세요. 거의 4계에 도달했습니다." 나카무라 소장이 명령했다.

몇 초 후, 끔찍한 비명과 함께 타나카의 몸이 내부에서부터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마로 파열이 일어난 것이다.

혼란이 실험실을 뒤덮었다. 경비원들이 들이닥쳐 모든 연구원을 대피시켰고, 의료팀이 타나카에게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다.

다음 날 아침, 뉴스에는 '연구소 직원 과로사' 라는 짧은 기사만 실렸다. 카즈키는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UH의 기밀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카즈키는 자신의 마로 개척 일지에 새로운 항목을 추가했다.

"인공 마력 주입의 위험성. 마로의 자연적 발전만이 유일한 길인가? 아니면 현대 과학과 이세계 지식의 결합으로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멀리서 미궁의 어두운 균열이 도시의 불빛 속에서 번뜩였다.

## 제 2장: 비밀의 연구

타나카의 사망 사건이 있은 지 일주일 후, 연구소는 평소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카즈키는 자신의 작은 데스크에서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여전히 그 끔찍한 실험에 머물러 있었다.

"시노다, 이것 좀 보게."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 카토 히로시가 그를 불렀다. 카토는 드물게 카즈키에게 친절한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이게 뭡니까?" 카즈키가 카토가 건넨 태블릿을 받아들었다.

"타나카의 마로 데이터야. 사망 직전의 기록이네."

카즈키는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건 기밀 아닙니까?"

카토는 미소를 지었다. "공식적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넌 이 자료를 볼 권리가 있어. 네가 경고했었잖아."

태블릿에는 타나카의 마로가 파열되기 직전의 상세한 데이터가 표시되어 있었다. 마력 주입량, 마로의 반응, 생체 신호 변화까지.

"이걸 왜 저에게..."

"난 네가 특별하다는 걸 알아, 시노다." 카토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격이지만, 네가 가진 미궁 지식은 보통이 아니야. 게다가 마로에 관한 네 이론들...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를 얻은 거지?"

카즈키는 잠시 망설였다. 이세계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그건 그를 더 괴물 취급받게 할 뿐이었다.

"그냥... 많이 읽고 연구했을 뿐입니다."

카토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눈은 의심으로 가득했다. "어쨌든, 이 데이터가 너에게 도움이 되길 바래. 나중에 내 연구실로 와. 보여줄 게 있어."

카즈키는 그날 점심 시간에 태블릿의 데이터를 자세히 분석했다. 타나카의 마로는 인공 마력이 주입되자 처음에는 확장되는 듯했지만, 갑자기 내부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파열되었다.

"마로는 자연적으로 확장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카즈키는 중얼거렸다. 그의 이세계 지식에 따르면, 마로는 점진적인 마력 노출과 훈련을 통해 천천히 발전해야 했다. 급격한 변화는 파국을 초래할 뿐이었다.

오후, 그는 카토의 연구실을 방문했다. 연구실은 일반 실험실과 달리 개인적인 물건들로 가득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책장에 가득한 고대 문헌들이었다.

"들어오게, 시노다." 카토가 문을 열어주었다.

"이 모든 책들은..." 카즈키가 놀라서 물었다.

"미궁이 재등장하기 전, 고대 문헌들이야. 대부분 신화나 전설로 치부되던 것들이지. 하지만 미궁의 봉인이 풀린 후, 이 책들은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었지."

카토는 책장에서 오래된 가죽 표지의 책 하나를 꺼냈다. "이건 약 500년 전 일본에서 쓰여진 '마로의 서'야. 당시에는 단순한 도교 문헌으로 여겨졌지만, 지금 보면 마로의 구조와 발전에 관한 상세한 지식이 담겨 있어."

카즈키는 책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그는 이세계에서도 이런 책을 본 적이 없었다. 페이지를 넘기자, 복잡한 마로 도식과 함께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

"이건..." 카즈키는 경외감을 느꼈다.

"놀랍지? 우리 연구소에서도 몇몇 사람만 이 책의 존재를 알아." 카토가 말했다. "내가 너에게 이걸 보여주는 건, 네가 마로에 관해 특별한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특히 무격의 마로에 대해."

카즈키는 경계심을 느꼈다. "왜 무격의 마로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카토는 잠시 침묵했다. "UH는 표면적으로는 무격을 천시하지만, 실제로는 무격의 잠재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특히 부정형 마로의 특성 때문에."

"무슨 뜻이죠?"

"부정형 마로는 확정되지 않은 가능성이야, 시노다. 다른 인간의 마로는 이미 형태가 정해져 있어서 발전에 한계가 있지만, 무격의 마로는... 이론적으로는 어떤는 형태로도 발전할 수 있어."

카즈키는 놀랐다. 이세계에서도 무격의 이런 특성은 알려져 있었지만, 지구에서 이런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그래서 UH는 비밀리에 무격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카토가 계속했다. "타나카의 실험은 그 중 하나였어. 무격이 아닌 일반인의 마로에 인공적으로 부정형성을 부여하려는 시도였지."

"그게 가능합니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해. 하지만 실제로는... 넌 결과를 봤잖아."

카즈키는 고개를 숙였다. 타나카의 끔찍한 최후가 떠올랐다.

"하지만 내가 관심 있는 건 반대 방향이야." 카토가 말을 이었다. "무격의 부정형 마로를 인위적으로 형태화하는 방법. 이론적으로, 이것이 가능하다면 무격은 단 한 세대만에 특격, 심지어 마격에 도달할 수도 있어."

카즈키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것은 그가 8년간 찾아온 바로 그 답이었다. 이세계에서는 무격이 마로를 개척하는 데 여러 세대가 필요했지만, 현대 과학의 도움으로 그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면...

"관심 있나 보군." 카토가 웃었다. "나도 그랬을 거야, 내가 무격이었다면."

"이 연구... 얼마나 진행되었습니까?"

"아직 초기 단계야.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발적인 무격 실험체지. 지금까지는 없었어."

카즈키는 자신이 실험체가 될 가능성을 생각했다. 위험했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그의 부정형 마로를 한 세대만에 형태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볼게요," 카즈키가 말했다.

카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두르지 마. 이건 목숨을 건 결정이니까."

그날 저녁, 카즈키는 미궁의 얕은 층으로 들어갔다. 그는 매일 이곳에서 1계 마물들을 사냥하며 조금씩 마력을 흡수하려 시도했다. 무격은 마력을 직접 흡수할 수 없었지만, 그는 이세계의 지식을 바탕으로 간접적인 방법을 시도하고 있었다.

미궁 안은 항상 음산했다. 현실과 다른 차원이 뒤섞인 듯한 공간에서 약한 마물들이 어슬렁거렸다. 카즈키는 특수 제작된 단검을 꺼냈다. 무격인 그가 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첫 번째 마물이 나타났다. 작은 고블린처럼 생긴 생물이었지만, 그의 피부는 금속처럼 반짝였다. 미궁의 마력이 만들어낸 1계 마물, '철피 고블린'이었다.

카즈키는 단검을 단단히 움켜쥐고 마물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신체 능력은 평범한 무격보다 뛰어났다. 8년간의 끊임없는 훈련 덕분이었다.

철피 고블린은 빠르게 공격했지만, 카즈키는 더 빨랐다. 그는 마물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한 번의 정밀한 찌르기로 마물의 목을 관통했다.

마물이 쓰러지며 마력의 입자들이 공중에 흩어졌다. 카즈키는 특수 장치를 꺼내 그 마력을 포집했다. 그는 직접 흡수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모은 마력을 연구에 활용할 수 있었다.

두 시간 동안 그는 열 마리의 마물을 사냥했다. 충분했다. 더 깊이 들어가면 2계 마물들이 나타날 것이고, 그는 아직 그들을 상대할 만큼 강하지 않았다.

미궁을 나서는 길에, 그는 멀리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느낌을 받았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카즈키는 자신의 마로 일지를 펼쳤다. 오늘 카토에게서 얻은 지식과 '마로의 서'에서 본 내용을 기록했다.

"무격의 부정형 마로... 인위적 형태화... 가능할까?"

그는 자신의 몸을 집중해서 느껴보았다. 8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로는 여전히 부정형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이세계의 지식과 현대 과학의 결합으로, 그는 천천히 자신의 마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었다.

그날 밤, 그는 결심했다. 카토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위험하지만, 이것이 그가 찾던 돌파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먼저, 카토가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해야 했다. UH의 의도를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창 밖으로 도쿄의 밤하늘이 보였다. 멀리 미궁의 어두운 실루엣이 도시의 빛 속에서 꿈틀거리는 듯했다. 카즈키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세계에서도, 이곳에서도, 무격의 길은 쉽지 않군..."

그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표시가 없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카즈키가 받았다.

"시노다 카즈키 씨?" 낯선 여성의 목소리였다. "당신의 안전이 위험합니다. 카토 히로시를 믿지 마세요. 내일 아침 9시, 시부야 역 앞 카페에서 만납시다."

전화가 끊어졌다. 카즈키는 혼란스러웠다. 누구지? 어떻게 그의 번호를 알았을까? 그리고 카토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그날 밤, 카즈키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은 질문으로 가득했다. 카토는 정말 그를 돕고 싶어하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 그리고 그 신비한 전화는 또 뭐지?

내일은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그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8년간의 기다림이 마침내 끝나고, 새로운 장이 시작될 것이다. 좋든 나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