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문창과 다니는 학생인데 학교과제 어떤거같음?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19 04:05:49
조회 56 추천 0 댓글 2

소설 프롤로그 써오는 과제인데 어떰 ?





애매하다.

내 인생을 한 마디로 표현해보자면 그렇다.

뭐라해야 할까. 나는 내가 천재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그렇다고 마냥 평범하지도 않고.

그야말로 애매한 놈.

그런 놈의 인생은 당연히 애매할 수밖에.

이 사실을 난 중학교를 졸업할때 쯤 깨달았었다.

깨닫기만했다.

5년 남짓한 시간 동안 느꼈던 그 거짓된 재능의 단맛은 그 사실을 부정하도록 내 뇌를 매혹했다.

너무나도 강렬해  헤어나오지 못할것 같던 그 매혹의 늪에서 빠져 나오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ㅡ 선생님.
ㅡ 음?
ㅡ 방금 연주한 애 중학생이래요.
ㅡ 어.. 어 그렇지? 지금은 중등부파트니까.
ㅡ 저런 애들이 한명도 아니고 다섯명이나 된다는 건 어쩌면 저 애들보다도 훨씬 잘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ㅡ...선생님이 보기에는 다들 대상감이야. 물론...세상은 넓으니까 네 말처럼 더 대단한 사람들은 분명 있겠지.
ㅡ 그렇죠. 그게 맞죠. 아마 그럴거예요.

특별한 사유는 아니었다.

난생 처음 전국구급 콩쿠르에 참여했을 때.
나는 보고야 만 것이다.
듣고야 만 것이다.

두 눈은 유려하고 긴 손가락의 끝에서 떨어지지 못했고
두 귀는 그 어느때보다 소리를 흘리지 않으려 집중했다.

그렇게 피하고, 부정하고 싶어했던 또 실제로 그랬던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했다.

매혹따위 그 아름답고 가슴아픈 선율을 이길순 없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인정했다.

나는 천재가 아니었다.

스스로를 속일정도로 인정하기 싫었었는데, 막상 받아들이니 후련했다.

스트레스였던 콩쿠르가 입시스펙을 쌓기 위한 재료로 보여 마냥 편했고.

더 이상 성장해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리지 않게 됐다.

그 덕분일까. 난 꽤나 괜찮은 스펙을 쌓을수 있었고 나름 중상위권  음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게 나름 뿌듯했을까. 답지않게 열심히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하루에 8시간은 기본 밥도 대충 때워가며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피아노 앞에 앉아있었다.

노력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더라.
기대를 그리 많이 하지 않아서 인가?

아무튼 상위권의 성적으로 졸업했고, 비록 규모가 큰 콩쿠르는 아니지만 트로피도 몇번 따냈다.

근데 그거 다 쓸모없더라.

내가 살아온 나라. 이 한국에서 피아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고작 나 따위의 스펙으로는 어림도 없더라.

십수년간 이어졌던 내 피아니스트라는 행선지는 졸업과 동시에 끝이 난 것이다.

허나, 피아니스트로서의 여정이 끝난것이지 나라는 사람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고심한 끝에 음대 입시 레슨샘을 하기로 했다.
이유는 별 거 없다.

할게 없어서.

그래도 나름 잘 됐다. 피아니스트로서의 나는 상품가치가 떨어져도 입시판에서 나정도면 꽤나 괜찮은 편이었으니.

그렇게 돈을 차곡차곡 모으다 피아노 학원을 하나 차렸다.

이유는 이번에도 별거 없다.

내 피아노인생의 시작이 동네 피아노 학원이었으니까.
그게 생각이나서.

피아노 학원도 잘 됐다.
생각해보면 나라는 사람의 재능은 애매하다해도
인생 운은 상당히 좋은 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학원 문을 연지 막 2년이 됐을 무렵.

내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게됐다.
수술을 통해 일상생활은 가까스로 가능하게 됐지만

피아노는...어림도없었다.


신기한건  피아노를 더이상 연주할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나왔다는 거다.

연주를 못한다 해서 내 인생에 커다란 난관이 생기는 게 아니다.

애들 가르쳐 주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고
일상 생활에도 지장이 없었으니까.

그런데도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10분 30분 1시간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눈물이 멈추질 않고 흐느끼기 까지했다.

서럽게 울면서 나는 그때 다시한번 깨달았다.

내가 천재가 아니어도
이 바닥에서 살아남지 못할 범재여도

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싶었고.
그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갑자기 너무 후회스럽다.

조금만 더 일찍 피아노를 시작할걸.

조금만 더 열심히 연습할걸.

조금만 더 좋은 음대에 진학할걸.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하지말걸.

나를 좀 믿어볼걸.

이제서야 부끄럽다.

천재니 뭐니, 핑계를 대며 내가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외면했다.

내 인생을 부정했다.

나는 지금 피아노 앞에 앉아있다.
이젠 그 누구보다 피아노를 사랑할 자신이 있다.

내 손이 자연스레 흰 건반위에 살포시 올라간다.

부드러이 건반을 누를 준비를 해야할 손가락이 달달 못난 춤을 추듯 떨린다.

그 모습을 보다 순간 감정이 격해져 건반을 힘껏 내리쳤다.

ㅡ틱

불협화음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저 살결이 건반에 살짝 닿아 나는 소리.

손을 내리고 멍하니 피아노를 보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천재가 아니어도 좋으니까."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그런 생각을 하다 그대로 엎어져 잠에 들었다.

***


"신성한 연습실에서 누가 자래! 어쭈... 안 일어나? 아주 그냥 자신감이 넘친다? 모레면 첫 콩쿨인데 긴장도 안 되나봐?"

시끄럽다. 간만에 푹 잔거 같은데 대체 누가 이리 시끄럽게 말하는 걸까.

그런데... 이거 듣다보니까 뭔가 그리운 느낌이 든다.

"...많이 피곤하니? 그럼 딱 20분만 봐줄테니까 그땐 일어나야 한다?"

꼭 기세좋게 나를 갈구다 곧바로 미안해 하는 이 패턴이 꼭...

"이채아?"

내 입이 그 이름을 부르자. 신기하게도 정신이 들었다.

나는 피아노에 엎드려있었다.
그야...피아노에 엎드려서 잤으니 그렇긴 한데

그랜드 피아노가 아니다?

웬 낡은 업라이트 피아노 위다.

뭔가 묘한 이질감에 고개를 들어 돌아본 순간

놀란듯 두 눈이 동그래진 한 여자가 있었다.

검은색 단발에 강아지상의 귀여운 외모.
낯이 익은 얼굴이다.

아니 이 사람...

나를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보는 이사람은


"이채아잖아?"

내가 천재라며, 꼭 피아니스트를 해야한다고 엄마를 꼬셨던 동네 피아노 학원의 선생님이다.


문제는... 32살인 이채아 선생님이 너무 젊다는 것.

"꿈인가..."
"샘한테 반말하더니 잠꼬대까지 해? 콩쿠르가 장난이야? 너 진짜 혼좀 날래?"
"..."
"아니... 그래도 모레가 콩쿨인데 준비는 해야지... 응? 그렇잖아. 20분만 딱 자는거야. 그리고 눈 뜨면 열심히 하는거다?"

순간 어려진 이채아선생님의 손이 내 머리에 닿았다.

따스한 그 손길은 천천히 나를 끌어당겼고 결국 이채아선생님의 왼쪽 어깨에 기대졌다.

아. 기억났다.

피아노학원 선생님 말을 철썩같이 믿고 따르며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었던 이유.

나 이 사람 좋아했었지.




- dc official App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축의금 적게 내면 눈치 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1/11 - -
749809 출근 지하철인데 일녀들 우르르 탓어 d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37 0
749808 한국은 조선때부터 망할 운명이었음..txt [2] ㅇㅇ(223.39) 03.21 70 0
749807 이제부터 정상적인 글만 쓸테니 제발 자비를... [3] をす...2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38 0
749804 으악아 긁? [2] ㅇㅇ(115.140) 03.21 51 1
749803 처녀랑 결혼 하는게 무슨의미냐? 결혼자체가 지옥인데 [1] 하니현서남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67 0
749802 원신 푸리나 왤케 노꼴임 ㅇㅇ(223.38) 03.21 68 0
749801 사람을 먹는 이야기...manwa ㅇㅇ(223.62) 03.21 120 0
749800 탄쨩 이날밤 집에서 예상... [1] 만갤러(45.14) 03.21 79 0
749799 대깨문 : 크아아아악~~ 우리 찢갈이가 이렇게 치매라고 수신료의무가치~~ [3] ㅇㅇ(223.38) 03.21 46 2
749798 아타락시아 [5] 코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68 0
749796 오타니가 왜 념글주작이냐? [1] ㅇㅇ(115.140) 03.21 65 0
749795 시발 유튜브숏츠 개좆같네 [4] ㅇㅇ(39.7) 03.21 77 0
749794 더퍼스트 슬램덩크 초반 수비할때 바닥 찍으면서 화면 반짝일때 [1] 만갤러(61.254) 03.21 45 0
749793 어쩔 수 없군 대깨문기억조작을 보니 "국민의 힘" 찍어야겠어 ㅇㅇ(223.38) 03.21 24 1
749792 이세계 공략본 싫어요..... 싫어요 [1] 쇠안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97 0
749791 아직 스플릿텅은 안만들어지네 앙게섬(118.235) 03.21 47 0
749790 아이폰 프로맥스보단 울트라가 나은듯 [1] ㅇㅇ(121.133) 03.21 49 0
749789 오타니 엉덩이가 그렇게 맛집인가 ㅇㅇ(221.153) 03.21 69 0
749788 "미즈하라" 이거 진짜에요? [8] ㅇㅇ(121.153) 03.21 208 0
749787 찢갈이새끼들 하루종일 "크아악 총숸어뻐고"거리면서 왜 치매걸림? ㅇㅇ(223.38) 03.21 30 0
749786 장갑한짝이업어 [1] 견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31 0
749785 뱅드림 순수 외모 원탑 [2] ㅇㅇ(59.4) 03.21 78 0
749784 근친,사형제도 없애서 나라 망한거지 [1] ㅇㅇ(223.39) 03.21 46 0
749783 슼햄이랑 쿼드눈나랑 만나면 악수 어케함?? ㅇㅇ(118.235) 03.21 26 0
749782 대파크림치즈 베이글<-- 왜 맛있냐? [5] doom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54 0
749781 아래팔로 바지 내리는 짤 ㄷㄷㄷ...jpg ㅇㅇ(118.235) 03.21 75 0
749780 팔로 슴가 받치는 미친년 개꼴리네 ㄹㅇ...jpg [1] ㅇㅇ(118.235) 03.21 94 0
749779 오타니하면 념글 주작밖에 생각안남 ㅇㅇ(223.38) 03.21 33 0
749778 오늘도 지옥철은 밀치고 난리가 나는구나 [11] 긔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76 0
749776 으악아 저새끼는 추한게 [3] ㅇㅇ(115.140) 03.21 69 2
749775 카...카레도 영국음식이라고 생각해요 ㅇㅇ(118.235) 03.21 42 0
749774 알파메일들은 여자보는 기준이 다른가 [2] 꼬츄나라왕자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143 0
749773 아이폰 pro << 11pro가 딱 이븐듯 애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31 0
749772 씨발 너무 멀어서 짜증나네 [1] 멜론파르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26 0
749771 2년 사이에 뭔일이 있던거임 만갤러(114.205) 03.21 69 0
749769 망가잘알 딸박사 히토미족고수만 들오셈 [6] ㅇㅇ(211.225) 03.21 132 0
749767 수신료의 무가치 : 크아앙악~~~ 우리 언론노조왜안보냐고수신로의무가치!! ㅇㅇ(223.38) 03.21 26 0
749764 으악이왔노. [2] ㅇㅇ(115.140) 03.21 36 1
749762 어쩔 수 없군 "국민의 힘"을 찍어야겠어 ㅇㅇ(223.38) 03.21 49 1
749761 역ntr물은 좋더라 [2] 만갤러(124.59) 03.21 39 0
749760 만붕이들은 aaa컵 이상이면 싫어함 [2] をす...2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37 0
749759 키타쟝이 레즈인 이유.jpg [2] ㅇㅇ(58.29) 03.21 129 0
749758 이런이런 또 찢갈이의 "크아아악 민좆당간첩의 자위왜안봐"인가 ㅇㅇ(223.38) 03.21 25 0
749757 진지하게 이런짤 페도같음? [4] ㅇㅇ(117.111) 03.21 126 0
749756 아 오피스룩 안 입었는데 [3] 멜론파르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90 0
749754 에어팟 쓰는 만붕이들 있음?? [3] 만갤러(211.234) 03.21 38 0
749753 윤카가 한가발 걍 다뒤집어 씌울려고 [4] ㅇㅇ(115.140) 03.21 62 1
749752 건담 이년 망가 의외로 적네 [5] 알바나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128 0
749751 포카리 마셨는데 양치해야함? [2] 악플러만붕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51 0
749750 "그런 고추론 모를수도 있겠지...." ㅇㅇ(223.38) 03.21 72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