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문창과 다니는 학생인데 학교과제 어떤거같음?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19 04:05:49
조회 82 추천 0 댓글 2

소설 프롤로그 써오는 과제인데 어떰 ?





애매하다.

내 인생을 한 마디로 표현해보자면 그렇다.

뭐라해야 할까. 나는 내가 천재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그렇다고 마냥 평범하지도 않고.

그야말로 애매한 놈.

그런 놈의 인생은 당연히 애매할 수밖에.

이 사실을 난 중학교를 졸업할때 쯤 깨달았었다.

깨닫기만했다.

5년 남짓한 시간 동안 느꼈던 그 거짓된 재능의 단맛은 그 사실을 부정하도록 내 뇌를 매혹했다.

너무나도 강렬해  헤어나오지 못할것 같던 그 매혹의 늪에서 빠져 나오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ㅡ 선생님.
ㅡ 음?
ㅡ 방금 연주한 애 중학생이래요.
ㅡ 어.. 어 그렇지? 지금은 중등부파트니까.
ㅡ 저런 애들이 한명도 아니고 다섯명이나 된다는 건 어쩌면 저 애들보다도 훨씬 잘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ㅡ...선생님이 보기에는 다들 대상감이야. 물론...세상은 넓으니까 네 말처럼 더 대단한 사람들은 분명 있겠지.
ㅡ 그렇죠. 그게 맞죠. 아마 그럴거예요.

특별한 사유는 아니었다.

난생 처음 전국구급 콩쿠르에 참여했을 때.
나는 보고야 만 것이다.
듣고야 만 것이다.

두 눈은 유려하고 긴 손가락의 끝에서 떨어지지 못했고
두 귀는 그 어느때보다 소리를 흘리지 않으려 집중했다.

그렇게 피하고, 부정하고 싶어했던 또 실제로 그랬던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했다.

매혹따위 그 아름답고 가슴아픈 선율을 이길순 없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인정했다.

나는 천재가 아니었다.

스스로를 속일정도로 인정하기 싫었었는데, 막상 받아들이니 후련했다.

스트레스였던 콩쿠르가 입시스펙을 쌓기 위한 재료로 보여 마냥 편했고.

더 이상 성장해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리지 않게 됐다.

그 덕분일까. 난 꽤나 괜찮은 스펙을 쌓을수 있었고 나름 중상위권  음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게 나름 뿌듯했을까. 답지않게 열심히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하루에 8시간은 기본 밥도 대충 때워가며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피아노 앞에 앉아있었다.

노력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더라.
기대를 그리 많이 하지 않아서 인가?

아무튼 상위권의 성적으로 졸업했고, 비록 규모가 큰 콩쿠르는 아니지만 트로피도 몇번 따냈다.

근데 그거 다 쓸모없더라.

내가 살아온 나라. 이 한국에서 피아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고작 나 따위의 스펙으로는 어림도 없더라.

십수년간 이어졌던 내 피아니스트라는 행선지는 졸업과 동시에 끝이 난 것이다.

허나, 피아니스트로서의 여정이 끝난것이지 나라는 사람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고심한 끝에 음대 입시 레슨샘을 하기로 했다.
이유는 별 거 없다.

할게 없어서.

그래도 나름 잘 됐다. 피아니스트로서의 나는 상품가치가 떨어져도 입시판에서 나정도면 꽤나 괜찮은 편이었으니.

그렇게 돈을 차곡차곡 모으다 피아노 학원을 하나 차렸다.

이유는 이번에도 별거 없다.

내 피아노인생의 시작이 동네 피아노 학원이었으니까.
그게 생각이나서.

피아노 학원도 잘 됐다.
생각해보면 나라는 사람의 재능은 애매하다해도
인생 운은 상당히 좋은 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학원 문을 연지 막 2년이 됐을 무렵.

내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게됐다.
수술을 통해 일상생활은 가까스로 가능하게 됐지만

피아노는...어림도없었다.


신기한건  피아노를 더이상 연주할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나왔다는 거다.

연주를 못한다 해서 내 인생에 커다란 난관이 생기는 게 아니다.

애들 가르쳐 주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고
일상 생활에도 지장이 없었으니까.

그런데도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10분 30분 1시간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눈물이 멈추질 않고 흐느끼기 까지했다.

서럽게 울면서 나는 그때 다시한번 깨달았다.

내가 천재가 아니어도
이 바닥에서 살아남지 못할 범재여도

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싶었고.
그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갑자기 너무 후회스럽다.

조금만 더 일찍 피아노를 시작할걸.

조금만 더 열심히 연습할걸.

조금만 더 좋은 음대에 진학할걸.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하지말걸.

나를 좀 믿어볼걸.

이제서야 부끄럽다.

천재니 뭐니, 핑계를 대며 내가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외면했다.

내 인생을 부정했다.

나는 지금 피아노 앞에 앉아있다.
이젠 그 누구보다 피아노를 사랑할 자신이 있다.

내 손이 자연스레 흰 건반위에 살포시 올라간다.

부드러이 건반을 누를 준비를 해야할 손가락이 달달 못난 춤을 추듯 떨린다.

그 모습을 보다 순간 감정이 격해져 건반을 힘껏 내리쳤다.

ㅡ틱

불협화음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저 살결이 건반에 살짝 닿아 나는 소리.

손을 내리고 멍하니 피아노를 보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천재가 아니어도 좋으니까."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그런 생각을 하다 그대로 엎어져 잠에 들었다.

***


"신성한 연습실에서 누가 자래! 어쭈... 안 일어나? 아주 그냥 자신감이 넘친다? 모레면 첫 콩쿨인데 긴장도 안 되나봐?"

시끄럽다. 간만에 푹 잔거 같은데 대체 누가 이리 시끄럽게 말하는 걸까.

그런데... 이거 듣다보니까 뭔가 그리운 느낌이 든다.

"...많이 피곤하니? 그럼 딱 20분만 봐줄테니까 그땐 일어나야 한다?"

꼭 기세좋게 나를 갈구다 곧바로 미안해 하는 이 패턴이 꼭...

"이채아?"

내 입이 그 이름을 부르자. 신기하게도 정신이 들었다.

나는 피아노에 엎드려있었다.
그야...피아노에 엎드려서 잤으니 그렇긴 한데

그랜드 피아노가 아니다?

웬 낡은 업라이트 피아노 위다.

뭔가 묘한 이질감에 고개를 들어 돌아본 순간

놀란듯 두 눈이 동그래진 한 여자가 있었다.

검은색 단발에 강아지상의 귀여운 외모.
낯이 익은 얼굴이다.

아니 이 사람...

나를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보는 이사람은


"이채아잖아?"

내가 천재라며, 꼭 피아니스트를 해야한다고 엄마를 꼬셨던 동네 피아노 학원의 선생님이다.


문제는... 32살인 이채아 선생님이 너무 젊다는 것.

"꿈인가..."
"샘한테 반말하더니 잠꼬대까지 해? 콩쿠르가 장난이야? 너 진짜 혼좀 날래?"
"..."
"아니... 그래도 모레가 콩쿨인데 준비는 해야지... 응? 그렇잖아. 20분만 딱 자는거야. 그리고 눈 뜨면 열심히 하는거다?"

순간 어려진 이채아선생님의 손이 내 머리에 닿았다.

따스한 그 손길은 천천히 나를 끌어당겼고 결국 이채아선생님의 왼쪽 어깨에 기대졌다.

아. 기억났다.

피아노학원 선생님 말을 철썩같이 믿고 따르며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었던 이유.

나 이 사람 좋아했었지.




- dc official App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사회생활 대처와 처세술이 '만렙'일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3/31 - -
1559742 한국 정서 알면서 런치세트 뷰돈꼽을 아무도 문제 삼지 않을거라고 ㅇㅇ(211.234) 24.05.07 50 0
1559741 회장련 야밤에 베이비돌 입고 밖에서 뭐하는거임.. 하지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43 0
1559740 비오면 예비군 뭐시킴 [3] ㅇㅇ(118.235) 24.05.07 45 0
1559739 개망조선 저거 합성이겠죠 ㅋㅋㅋㅋㅋ [2] 퓨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97 0
1559737 어쩌면 너네기업 전체가 날아갈 수도 있어 [2] 알록달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78 0
1559736 이번분기 회춘은 나만 보나 [12] 아오바니시고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105 0
1559735 노래가사 존나 웃기네 ㅋㅋ ㅇㅇ(118.44) 24.05.07 48 1
1559734 본인 낄낄임 댓글달아라 만갤러(61.102) 24.05.07 20 0
1559733 만붕이들은 대학교 어디 다니냐 [14] 안베친위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110 0
1559732 좆세계물을 만든 일본을 부순다 제5도살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23 0
1559729 "남성 인권 개박살 국가" 리호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64 1
1559728 난 탈조선하고 싶은거 포기했음 [1] ㅇㅇ(218.50) 24.05.07 57 0
1559727 걸밴크랑 밤의해파리 언급에비해 인기없는편인가.. [3] けいおん!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128 0
1559726 친구들은 아주대 과기대 광운대인데 왜 나만 부산대야 [1] 공중캠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94 0
1559724 누가 나좀 울려줘 [8] ㅗㅣ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66 0
1559721 좋은아침입니다 [7] 레몬볶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50 0
1559720 개망조선은 모르겠고 개망인생임 [2] 이로하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48 0
1559719 참다래<-조현병 무조건 컨셉인 이유 [1] ㅇㅇ(59.1) 24.05.07 94 0
1559717 런치세트 작가 ㄹㅇ 깜빵 드감?? [5] 안베친위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186 1
1559716 교사하면 좋은점.jpg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81 0
1559715 스타레일 암컷력 원탑...jpg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121 0
1559714 비가 내일듯 말듯ㅣ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56 0
1559713 와 블아갤 이새끼 레전드네 ㅋㅋ [3] 만갤러(182.221) 24.05.07 197 0
1559711 한국으로 남기 USA State of Korea로 편입 되기 [2] 만갤러(119.192) 24.05.07 47 0
1559710 아래에 헬조선 글 쓴 저런 놈들이 한국 망하게하는거임 [1] ㅇㅇ(61.98) 24.05.07 59 1
1559709 전생슬 좀 재밌는거 같음.. [6] ㅇㅇ(97.104) 24.05.07 64 0
1559708 탈조선 하는법도 안찾아봤으면서 탈조선 ㅇㅈㄹ ㅋㅋㅋ [2] 퓨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62 0
1559704 개좆센 << 럭키 북조선 ㅇㅇ(121.136) 24.05.07 53 0
1559703 근데 어린이날에 어린이런치세트 발상은 좀 놀랍긴 하노... [2] ㅇㅇ(118.235) 24.05.07 130 1
1559702 요새 탕후루 좆망이라던데 ㄹㅇ임? [2] ㅇㅇ(223.39) 24.05.07 47 1
1559699 근데 가성 맞냐? 설주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33 0
1559696 티비틀면 데데디디 광고 ㅈㄴ나옴 けいおん!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73 0
1559694 좆같은 회사다닐땐 야비군이 개꿀이었는데 개돼지인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58 0
1559693 그딴 짓 반복하면 [2] 알록달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67 0
1559691 내친구별명 좀 지어주ㅓ [3] ㅇㅇ(123.108) 24.05.07 44 0
1559687 블기견들은 기부만 하면 응 우린 기부했어~ 로 넘어가는줄 암 [1] ㅇㅇ(89.187) 24.05.07 77 0
1559686 13cm이면 큰거아니야?.? [2] 만갤러(211.234) 24.05.07 85 0
1559685 난 왜 야비군 문자 아놈.. 개돼지인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35 0
1559684 런치세트는 걍 양지의 페도 땜에 일케된거라 할말없을듯 [4] ㅇㅇ(124.153) 24.05.07 164 5
1559683 블두순<<<<욕좀먹으면 전부 한녀 아줌마로 만들어버림 [2] ㅇㅇ(125.246) 24.05.07 129 6
1559682 나는 돈많으면 미국가고싶음 ㅇㅇ(223.39) 24.05.07 26 0
1559681 저출산 <= 이거 지방얘기같음 [5] Da&#039;Cap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84 0
1559680 짤녀 꼴리면 담배핀다 만갤러(124.50) 24.05.07 49 0
1559678 출근충들근황ㅋㅋㅋㅋㅋㅋㅋㅋ 쿠트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45 0
1559677 그래도 출산율 낮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함.. ㅇㅇ(183.101) 24.05.07 37 0
1559676 이세계물은 진짜 못 보겠더라 [2] 안베친위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65 0
1559675 월컴투비디오 그 사건 형량이 1년 반인가 나왔지? [1] ㅇㅇ(211.234) 24.05.07 51 0
1559673 돈 많고 능력있으면 캐나다에서 살거임.. [2] けいおん!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50 0
1559672 못또쿠라쿠라쿠라쿠라쿠라사세테요 간달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27 0
1559671 조선에서 남자로 태어난건 걍 전생에 죄지은거임 [1] 만갤러(125.180) 24.05.07 70 3
뉴스 정수정(크리스탈), 비대칭 오프숄더 티셔츠로 팜므파탈 매력 발산 [공항패션] 디시트렌드 04.0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