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모 대학기숙사 였습니다

아침 7시까지 오라고해서 갔죠

인사후 밥먹고

현장으로 올라갔습니다

처음 갔는데 자재나르기나 이런건 안시키고

일시키는 사수형이 착해서 가장 쉬운거부터 시켜주더군요

나한테 뭘 시켰냐면

타일이 들어갈 바닥에 돌 튀나온거 다듬고 먼지같은거 쓸어다 마대에 담고

문턱에 비닐붙어있는거 떼고 아주 단순 작업이었죠

어차피 내가 나중에 타일기공이 되어도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해본다 생각하고 해보라더군요

음 딱 들어보고 별거 아니겠군

평소 벽돌지게 곰빵과 시멘레미탈 대리석 각종 자재곰빵 폼바라시 아시바 등등으로

인력소 1년여를 다니며 어른들에게 일잘한다는 칭찬만 받던 나는 의기양양하게 작업을 시작했죠

참고로 난 당시 인력소의 에이스였구요

 만일 인력소에 일이 없으면 소장이 어딘가에 전화해서 없는 일도 만들어서 나를 내보내줄정도였으니 인력소 경험있는 분들은 이 말이 무슨뜻인지 이해하시겠쬬?

어쨌든 타일사수형이 시킨 일을 하던 나는 무언가 이상한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쪼그려앉는 게 서있는 것보다 힘들다는 것을 말이죠

그렇습니다 타일공들에게 1,2호 무릎앉아 자세는 평생 가져가야할 숙명적인 자세였던거죠

하지만 난 마음을 단디 먹어야했습니다

타일맨으로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월 천만원도 버는데 이딴 쪼그려앉아 자세가 뭘 대수란 말이냐?

나 자신에게 호통쳤죠

열심히 배워서 월 천만원씩 벌자고 말이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점차 나의 의지를 한계에 다다렀습니다

무릎은 관절이 튀어나올거 같고 허리는 새우가되어 한번 일어설때마다 한숨이 절로나왔죠

머릿속은 복잡해져갔습니다

니미럴 이제 겨우 몇십분 했을뿐인데 앞으로 이 지랄을 어찌 30년 간 한단 말인가

바닥에 깔린 하얀 먼지덩어리로 앞도 안보이던 시점이었습니다

일단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만 햇죠

(이런 니기미 부모 잘못만나 노가다판까지 기웃거려야 하는 이 버러지같은놈의 인생

될대로 되라지 X같은거

누구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40평대 29억짜리 집에서 태어나 잘처먹고 잘사는데

 타일기술자되서 월 천만원 벌어봐야 일년이면 1억이천 10년을 하면 12억

니기미 부잣집아들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태어난 것들

집을 20년을 타일공으로 월천만원 벌어도 못사는구나 아 개같은 내 인생이여...)

그래 가자 일단 집으로 가자

어차피 타일로 최고로 잘 나가봐야야 강남부자는 못된다

걍 시바 밥묵고나 살자

그렇게 난 다 때려집어던지고 사수형한테 고만둔다고 말하고 집으로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