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해서
그냥 여기다 써본다
20살 대학생이고 부모님한테 손벌리기 좀 그래서
나름 진입장벽이 낮다고 한 편의점알바를 시작했음
서울 gs25 야간
금~토 토~일 새벽 9시간씩
근로계약서 최저시급으로 주는데 휴식시간 2시간
점장이 휴식시간 정하는거 설명하고
지금 이 근무시간으론 주휴가 안된대서
그냥 그런갑다 했는데
야간수당도 적용 안되는 가게라고 하더라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근로계약서 썼음
월급은 최저시급에 9시간 근무로 계산해서 받는데
이따 다시 설명함
한 2개월간은 편의점 업무를 누가 봐도 신입인것처럼 했음
비흡연자라서 담배찾는것도 어리바리 ㅈㄴ까고
매장내 어떤 물건이 있는지 다 파악하기도 쉽지 않았고..
그래도 편의점 돌아가는 데에 전혀 문제되지 않게 일을 잘 했음
금요일 11시에 딱 가면
열두시 폐기찍고 금고입금하고 손님 오면 인사하고 계산해드리고
11시반쯤 물류오고 검수하고 한번에 하기 힘드니까 하루 동안 짬짬이 다 정리하고
과자도 채우고 컵라면도 채우고 물건 잘보이게 앞으로 내놓고
02시폐기찍고 쓰레기통이랑 음식물 청소하고 바닥 쓸고 닦고 바깥도 쓸고
바깥 쓰레기랑 폐지도 한곳에 수거하기 편하게 최대한 이쁘게 쑤셔넣고
08시에 퇴근하니까 메인포스 예비포스 시재점검하고
근무일지에 근무일 근무자 근무시간 쓰고 시재점검표 붙이고
마지막으로 폐기찍고 다음근무자한테 인사하고 퇴근함
토요일은 저기서 물류만 빼면 됨
금요일에 비해 물류 덕분에 업무 강도가 많이 낮아져서
담배창고랑 냉장고 창고를 다음 근무자들 편하게 종류별 브랜드별로 이쁘게 정리해놓음
이걸 출근할때마다 항상 했음 오늘도 저렇게 하고 왔고
이전 근무자분이 항상 물건 찾기 쉽게 정리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이땐 기분 정말 좋았음
근데 이번 주 근무는 진짜 개 좆같았다
점장이 갑자기 화요일날 화~수 야간근무를 대타로 와줄 수 있냐고 문자를 보내더라
시험기간이지만 돈이나 몇 푼 더 벌어보자 라는 심정으로 근처 다른 편의점에 대타를 갔음
이런 씨발 내 스무살 인생 최대의 실수였음
물류가 존나 많고 검수기 충전이 제대로 안 돼서 검수하다가 픽 꺼지고
냉장고 내부 상태는 존나 다큐에 나올 법한 노인네들 좁은 방 같았고
과자창고는 어딨나 했더니 밖에 있어서 뭐 갖고오려면 빙 돌아가야하고
택배는 또 뭐이리 많은지 물류인 줄 알았음
가서 느낀점은 다시는 대타를 뛰지 않겠다는 거고
좋은점이 평일 새벽이라 손님이 거의 없다는거 딱 하나임
어제는 그나마 나았음
아침에 웬 해병대 옷 입은 아재가 오더니 다짜고짜 니 몇 살이냐고 묻더라
그 때 그냥 빨리 보냈어야 했는데
괜히 시간끌어서 1도 재미없는 그새끼 군대얘기를 15분동안 듣게 됐음
근데 오늘은 진짜 개 씨발이었음
아지매가 던힐 1미리랑 에쎄프라임 한 갑 달라하고
웬 아재 씹새끼가 에쎄프라임 한 갑 달라하더니 갑자기 여기가 어디냐고 묻더라
아 제가 여ㄱ...
-예?
제가 여기 근처 사는 사람이 아니라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ㅎㅎ
-아니 근무지 주소도 모르고 일하는게 말이 돼?
죄송하..
-예?
아니 그 저..
-예?
그 제가..
-너 어디 사는데?
저 저기 ㅇㅇ고등..
-예?
ㅇㅇ고등학교 아세요?
-거기가 어딘데?
저기 쭉 가시면 있어요
-아니 그래서 여기가 어디냐고
여기 ㅁㅁ동...
-예?
이땐 그냥 존나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빡침을 참을 수가 없어서
하.. 그냥 가세요
-예?
그냥 가시라고요
-너 고향이 어디야?
서울이요
-뭐 이런 또라이같은 놈을 봤나...
그러고 나가더라
진짜 개빡쳐갖고 도저히 못참겠어서
나도 나가서 한소리 하고옴
야 뭐라고?
-뭐?
방금 뭐라했냐고
-고향이 서울이라는 놈은 내가 처음 봤다
그럼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병원 이름이라도 말해줄까?
-아니 그럼 여기 주소도 모르는게 말이 돼?
저거 보여? 저기 나와있잖아
-저게 뭔데?
도로명주소 모르냐고
-몰라
도로명주소 나온지 몇년짼데 저걸 모르냐?
그러더니 그냥 아무말도 없이 가더라
개 씨발놈 차타고 왔으니 내비도 있을거고 스마트폰도 있는새끼가
좀만 쳐보면 나오는데 두뇌 일부가 없는건지
아님 애미가 자궁 문을 제때 못 닫아서 저새끼가 세상에 나온건지
아니 씨발 진짜 좆같은게 왜 말 끝나지도 않았는데
존나 띠꺼운 표정으로 고개 돌리면서 예? 이지랄하면서 말 끊고
또 큰소리로 말을 해도 못알아처먹냐?
진짜 살면서 이렇게 화를 낸 적이 없었는데
주휴수당 야간수당도 안 나오고
점장이 앞에서는 잘 구슬리면서 칭찬하는데
뒤에서는 개 호구 노예새끼로 보는 것 같고
괜히 인간 상대하는 스트레스만 존나 받는일을 내가 주말 버려가면서 왜 하는지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그래도 편갤이나 다른 편의점 알바들 보면
내 일하는 양이 수십배는 더 편하게 보이기도 하고
이거 그만두면 이제 뭐하지 알바 다시 못구하는거 아닌거 생각도 들고
다음주에 근무일지 뒤져가면서 야간수당 꼼꼼히 체크하고
점장이랑 얘기해서
주휴랑 야간수당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아님 혹시 어떻게 안 되는지 물어보려고
근로계약서 다시 쓸 수 있고 야간까지 받으면 좋고
아니면 진짜 한두달 하고 때려쳐야지
에휴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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