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는 밤 

제멋대로 휘갈겨진 아파트 사이에서

나는 고철을 캐고 캐내었지만, 끝내 밤은 오지 않았다

별들을 쓸어 매만지던

바람도 사라져 가고 작은 참새들도

느릿느릿 태풍에 나리며 각다귀들도

미지근한 물결 아래 곤히 꿈속으로

어쩌면 나는 마차에 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황금빛으로 도금된 어린아이의 가발을 쓰고서

오늘도 열심히 파낸 구덩이들은

시퍼렇게 질린 낯빛으로 쪽빛 하늘을 쳐다본다

땀을 훔칠 때마다 나는 쇳내

여드름 쩌는 코를 만지고 다시 만지고

더는 바랄 것 없는 무지의 획劃

이렇게 반듯이 고철을 한 곳에 모으면

첫 악절樂節에 도달할 수 없어도

그 끝을 알릴 수 없어도

한 없이 빛나는 아름다운 조각들일 뿐

밤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지만

지하의 불빛들이 더욱 거세어지고

길을 잃은 양들은 아파트를 쏘다니고

나의 빈 자리들이 더욱더 부유해지면

항상 보였던 저 끝에

밤의 끝자락이 살포시 보이겠지

비틀비틀 손 흔들던 휘파람 소리

모두가 비루해진 몰골을 하고

태양을 기다리던 새벽

고철들이 데굴데굴 굴러간다

밑도 보이지 않는 구덩이로 빠진다

오늘도 여전히 밤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