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할아버지가 있는데 요즘 편의점에 오질 않으신다.

단골 할아버지가 있는데 요즘 편의점에 오질 않으신다.앱에서 작성

ㅇㅇ

2024.12.25 03:19:04

조회 119 추천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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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할 때마다 새벽 1시 반~2시쯤에

매번 지팡이를 짚으며 좋은데이 한 병을 사가시는 단골 어르신이 계셔

오늘도 일하나? 수고하그라 라는 가벼운 덕담과 가끔 인생 조언도 해주시던 분이라 나름의 정이 있었거든.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같은 시간대에 같은 소주. 가끔은 담배도 한 갑 사가시는 어르신이라

그 어르신의 존재는 다른 근무자들도 다 알고 있었어.

듣자하니 다리가 편찮아서 재활 운동을 한데나 뭐라나.

근데.. 한 일주일 전이었나?

1시 반쯤에 한가로이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바깥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처음엔 별거 아니겠지? 했는데 시간을 보니까 뭔가 쎄-한 기분이 들더라고.

그래서 cctv를 보니 아니나다를까 그 어르신이 자빠져 계신 거야.

바로 뛰쳐나가서 어르신 괜찮으세요? 하고 일으켜 세워드렸어.

알고보니 폐지 줍는 분들 주워가시라고 내놓은 박스를 밟고 미끄러지셨더라고.

힘겹게 카운터만 붙잡고 계시길래 늘 사가시던 소주도 직접 꺼내서 계산 해드렸어.

카드를 내미는데 손이 후들후들 거리시더라.

그러고 유난히 떨리는 목소리로 오늘도 수고하그라 하고 다시 떠나시는데, 그 뒷모습이 어느날보다 제일 불안해보이더라.

근데 그 다음날부터 어르신은 편의점에 찾아오지 않으셨어.

매번 1시 반이 될 때마다 오늘은 오시려나? 하고 문 밖을 바라보면 정적뿐이었지

그렇게 한 일주일이 지났나?

노파심에 다른 야간 근무자들한테도 혹시 최근에 그 어르신 왔다가신 적 있느냐고 여쭤보았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못 봤다였어.

그리고 오늘도 오시지 않았지.

얼굴만 봐도 팔순은 될 것 같은 연세셔서 야간 근무자랑 같이 병원에 입원했나? 돌아가셨나? 같은 이야기만 주고 받다가 흐지부지 됐는데..

그 어르신은 여전히 내 마음 한 켠에 구슬픈 아련함으로 자리 잡고 계신다.

언젠가는 건강히 돌아오셔서 다시 편의점 문을 열기만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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