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ㅅㅍ)<순응자>, <대결>: 사슬의 이미지 – 연대와 족쇄의 이중성

북백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7 08:20:01
조회 6545 추천 24 댓글 15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손에 손잡고”라는 가사를 전인류 평화 연대의 상징으로 사용한 것처럼 소위 ‘인간 사슬’의 이미지는 협심과 화합, 연대의 상징으로 사용되고는 한다. 이것은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재미있는 건 이러한 사슬의 이미지는 상기한 연대의 표현으로 사용될 수 있으나 반대로 족쇄의 표현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먼저 영화 <순응자>를 보자.


무솔리니 파시스트 정권의 비밀경찰인 주인공은 자유를 찾아 정치적 목적으로 프랑스로 망명한 교수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고 프랑스로 떠난다. 이때 교수는 동시에 주인공의 대학 시절 스승이기도 하다. (교수는 주인공이 파시스트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를 설득하려 한다.)


7cf3da36e2f206a26d81f6e64e80756e

좌측이 주인공이고 우측이 교수이다. 둘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내가 자네를 아까 시험해본 거야. 그 편지에는 아무것도 없었네.”


주인공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는 교수.



7ff3da36e2f206a26d81f6e04588706b

두 인물 앞에서 술집 손님들이 모여 인간 사슬을 만들고는 춤을 추고 있다.



7ef3da36e2f206a26d81f6e74e817d6a


79f3da36e2f206a26d81f6e640867c65


78f3da36e2f206a26d81f6e144807669


7bf3da36e2f206a26d81f6e14f80736a

곧장 인간사슬에 끼어드는 교수와 달리 주인공과 그의 비밀경찰 동료는 고독하게 앉아있을 뿐 인간사슬에 껴들지 않는다. 교수의 기대와 달리 주인공은 ‘자유세계’의 일원이 되지 못하였다. 이들은 연결되지 않은 공간 속의 외로운 개인으로 존재한다.






7af3da36e2f206a26d81f6e044887c6a


75f3da36e2f206a26d81f6e044897764

주인공을 둘러싸는 춤의 행렬.



74f3da36e2f206a26d81f6e34582756f


7ced9e2cf5d518986abce8954587706d80

그들에게 둘러싸인 주인공은 그 사슬에 동참하기는커녕 두려워한다. 여기서 인간사슬은 자유세계 연대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주인공을 억누르는 억압으로 작용한다.


(본인의 경우애는 자유 체제가 일종의 족쇄라 생각하지만 그 견해는 차치하고) 본 장면에서는 민족의 연대를 내세운 파시즘과 달리 오히려 자유세계에서 진정한 연대가 이뤄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파시즘이 말하는 하나된 민족, 하나된 국가의 허황성이 폭로되게 된다.


순응자의 경우 인간 사슬에서 이중성이 관찰되기는 했으나, 저 영화가 만들어졌을 70년대나 지금이나 파시즘이 받는 취급을 생각하면 이러한 묘사가 어떠한 이념(자유세계)의 양면성에 대한 폭로로 이어지는 것이라 보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본다.





반면 <대결>의 경우에는 인간 사슬의 이중성에 대한 모습이 확장돼 이념과 정치운동의 이중성에 대한 이야기로 뻗어나간다.


다음은 영화의 도입부의 장면이다.


7cec9e2cf5d518986abce8954582716fa5


7cef9e2cf5d518986abce8954587756eac

빨간 옷을 입은 지도자격의 학생과 사회주의 청년들은 인간사슬을 대형을 취해 경찰을 둘러싼다.



7cee9e2cf5d518986abce895428075691a

청년들의 기습으로 무장해제 상태가 된 경찰들은 그들과 함께 인간사슬의 춤을 춘다. 그들은 위계를 뛰어넘어 연대하고 있다.



신학생들과 토론을 하겠다고 신학교로 쳐들어간 사회주의 청년들.

7ce99e2cf5d518986abce89545857d6bd4


7ce89e2cf5d518986abce8954585726d76

활기찬 모습으로 사슬을 만들어 다니는 사회주의 청년들과 달리 신학생들은 무기력하게 제각각 도망가기 바쁘다. <순응자>에서 그러했듯이 여기서도 사슬은 연대이나 동시에 신학생들에게는 피해야 할 대상이다. 신학생들은 사슬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7ceb9e2cf5d518986abce8954589706806


7cea9e2cf5d518986abce89542817169fb


7ce59e2cf5d518986abce8954587716d8e

신학교 안에서 노래부르고 춤추며 사슬 모양으로 춤을 추는 학생 무리. 이때 몇몇 신학생들이 이들의 무리에 동참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앞서 보았던 경찰들과의 춤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7ce49e2cf5d518986abce8954585716fed

(경찰 등장) 야 이 새끼들아 신학교 쳐들어가라고 한 적 없다.



7fed9e2cf5d518986abce895458772685b

신학교로 들어와서 해산을 명령하는 경찰. 경찰은 서있는 학생들과 달리 자동차라는 높은 위치에 있다. 여기서 학생들과 자동차 위에 선 경찰 간의 권력의 차이가 드러나며 이것은 굉장히 권위적인 광경이기도 하다.


사슬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나 뒷부분과 흥미롭게 연결되는 장면이라 언급하였다.





7fec9e2cf5d518986abce89545847c6b3a


7fef9e2cf5d518986abce89545857d6500

빨간 학생의 방식대로는 더 이상 안되겠다며 그 지도자의 자리에 쫓아내는 사회주의 청년들. 사회주의 청년들이 빨간 학생을 둘러싸고 있다. 이것은 소수자에 위치에 선 빨간 학생에게는 소외됨으로 작동한다.


새로운 지도자를 뽑고 다시 신학교로 들어간 학생들.


7fee9e2cf5d518986abce89544887d6820


7fe99e2cf5d518986abce8954588716fa5

새로운 지도자의 행동은 빨간 옷과는 다르다. 수평적인 위치에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었던 빨간 옷과 달리 새로운 우두머리는 신학생들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다. 아까 경찰이 명령을 내리던 모습과 흡사하게 지도자는 신학생들에게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설교를 하고 있다.



7fe89e2cf5d518986abce8954588716a5f


7feb9e2cf5d518986abce8954284736a2e

또다시 등장한 인간 사슬.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연대의 이미지가 강했던 초반과 달리 후반의 인간 사슬은 신학생들에게 통제하는 족쇄의 이미지로 작용하게 된다.



7fea9e2cf5d518986abce8954283746b4c


7fe59e2cf5d518986abce8954286726425

사슬을 만든다! 그리고는



7fe49e2cf5d518986abce89542807c6bb6


7eed9e2cf5d518986abce89545897464e1

(선생들을 저기로 가시죠)

사회주의 청년들이 사슬로 보여줬던 연대는 사람들을 억누르는 통제 수단이 됐다.



7eec9e2cf5d518986abce8954280716916


7eef9e2cf5d518986abce895428173644f

그들은 신학생들을 통제해 책을 불태우는 반달리즘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대결>(1968년, 미클로시 얀초 감독作)은 인간 사슬이 가지는 상호평등의 연대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그것을 반전시켜 그들이 가지게 되는 폭력적인 족쇄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상적인 목적을 가진 운동이 타인을 억압하는 운동으로 변하는 과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연출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사슬의 이미지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찰되며 카메라는 롱 테이크로 이것을 계속해 쫓아간다. 감탄할만한 부분은 이 영화가 화면을 구성하는 인원을 계속 쫓아가며 카메라를 계속 이리저리 옮김에도 흐름과 이미지가 잘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출은 시시각각 변하며 양면성을 띄기도 하는 권력의 흐름을 매우 성공적으로 표현해냈다.


<순응자>가 그러하듯 어떠한 이미지는 한 개 이상의 성질을 지니기도 하며(사실 그러한 경우는 매우 많다.) <대결>이 그러하듯 그것에 집중해 두 가지 이상의 함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출처: 누벨바그 갤러리 [원본 보기]

추천 비추천

24

고정닉 10

6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221714
썸네일
[싱갤] 현재 뜬금없이 논란터진 일본 기시다 총리
[26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25034 162
221713
썸네일
[야갤] 김어준에게 절하는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들 ㄹㅇ
[546]
ㅇㅇ(45.128) 04.08 26676 989
221711
썸네일
[해갤] ●●어메이징 터키컵 결승전 근황●●
[34]
ㅇㅇ(122.38) 04.08 10302 15
221710
썸네일
[남갤] 한국 찐따남 컨셉인 SNL5 새 캐릭터.jpg
[512]
띤갤러(45.84) 04.08 44783 208
221709
썸네일
[프갤] 할매..도둑질..아이탬전..ㄹㅇ
[289]
두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25491 171
221706
썸네일
[대갤] 日게임센터 도산 급증... 8000여개 점포 폐업!
[363]
난징대파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25034 143
221705
썸네일
[기갤] 조카가 볼때마다 돈 달래서 안줬더니 사과요구 받은 판녀
[278]
긷갤러(146.70) 04.08 30194 153
221703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슬롯머신에 중독되는 이유
[207]
레이퀀스뱅큐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31546 167
221702
썸네일
[무갤] 오늘도 Uri나라식 애국적 판결로 애국심 채우고 가자
[175]
가성비삼각김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13193 308
221699
썸네일
[싱갤] 초장문) 싱글벙글 국회의원 토론회 마이너리그 내용 정리
[148]
페르난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20095 173
221698
썸네일
[한화] 구로다 히로키와 제이크 비교....jpg
[189]
ㅇㅇ(119.69) 04.08 21108 526
221697
썸네일
[과빵] [금주의 신상] 4월 1주차 신제품 먹거리 모음.jpg.
[90]
dd(182.213) 04.08 13939 67
221695
썸네일
[싱갤] 훌쩍훌쩍 음주운전만큼 심각한거.jpg
[663]
ㅇㅇ(27.35) 04.08 46683 366
221694
썸네일
[대갤] 日자위대 부대, SNS에 침략전쟁 미화 금기어 '대동아전쟁' 사용
[296]
대갤러(104.254) 04.08 14384 69
221691
썸네일
[치갤] 다시보는 침착맨 버거킹 일침
[79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40340 315
221690
썸네일
[카연] 조리병으로 살아남기 12화 모든게 얼어붙는 혹한기 KCTC
[68]
윤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10106 76
221689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지형으로 보는 세계지도
[285]
설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22505 178
221687
썸네일
[디갤] 밤 새가면서 열심히 찍었던 일본의 벚꽃 풍경들
[71]
힛후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8495 120
221686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현재 미국에서 제2의 존윅이라고 난리난 영화
[297]
ㅇㅇ(124.56) 04.08 30795 94
221685
썸네일
[야갤] 후배 때려놓고 SNS 자랑…등교 정지 처분받고 가족여행
[340]
야갤러(211.234) 04.08 24269 120
221683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동유럽의 전설적인 가수를 아라보자
[135]
고노무통현대전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25602 117
221682
썸네일
[야갤] 도심에 난데없는 폭포…고층 건물서 물벼락.jpg
[14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21400 33
221681
썸네일
[F갤] 인천 그랑프리 기대 안되는 개인적인 이유
[118]
잔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11093 40
221677
썸네일
[야갤] '가전은 LG' 공식 깬다? 삼성 • LG의 신기술 혈투.jpg
[40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21897 80
221675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집주인이 황당해서 뉴스 제보한 미국 택배도둑.gif
[186]
수인갤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23799 101
221674
썸네일
[한갤] 요즘 서울대학교 근황 ㄹㅇ;;...jpg
[845]
ㅇㅇ(39.7) 04.08 66783 769
221673
썸네일
[이갤] KAIST, 한우 똥에서 탄소 먹는 세균 발견했다
[30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20875 148
221671
썸네일
[코갤] 사고 전기차 수습하던 중, 감전 사고
[185]
넷플릭스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15911 96
221670
썸네일
[야갤] 한동훈 "일하는 척하지 않겠다".MP4
[651]
ㅇㅇ(212.103) 04.08 19197 579
221667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법률, 의료 등 전문가 영역에도 발 뻗는 AI
[135]
니지카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13202 62
221666
썸네일
[의갤] 스누라이프 펌) 의사 면허의 의미
[360]
의갤러(112.214) 04.08 21238 555
221665
썸네일
[만갤] 블아 애니메이션 하이라이트 모음집...gif
[527]
ㅇㅇ(222.236) 04.08 32602 356
221663
썸네일
[싱갤] 분노분노 김활란 마지막 제자의 증언
[298]
ㅇㅇ(175.196) 04.08 21857 267
221662
썸네일
[무갤] 공포영화보다 무섭다는 요즘 전업 아내들.jpg
[84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39488 943
221661
썸네일
[M갤] 이정후의 담백한 수비모음.webp
[126]
ㅇㅇ(123.214) 04.08 10983 87
221659
썸네일
[국갤] [MBC노조 성명] 복면가왕으로 또 거짓선동한다!!
[14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14366 274
221658
썸네일
[치갤] 로스트아크 넷카마 사건 ㄷㄷㄷㄷ
[391]
ㅇㅇ(220.80) 04.08 47701 422
221657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월세가 너무 비싸요 ㅠㅠ
[318]
ㅇㅇ(61.255) 04.08 36158 193
221655
썸네일
[미갤] 수건에 유통기한이 있냐는걸로 논란중인 것..jpg
[61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31023 67
221653
썸네일
[싱갤] 중국인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것....jpg
[447]
ㅇㅇ(59.24) 04.08 32425 172
221651
썸네일
[메갤] 오늘 경기 난입했던 여자아이가 인스타에 올린 메ㅈ이랑 찍은 영상
[139]
RodrigoDePau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24764 104
221650
썸네일
[미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부러워한다는 대구 버스정류장..jpg
[294]
ㅋㅋㅋㅋㅋ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19970 187
221649
썸네일
[대갤] 日, 황금연휴에는 한국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울이 1위
[457]
난징대파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20569 234
221647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한국 혼인율, 출산율 씹창난 이유
[1271]
ㅇㅇ(116.121) 04.08 48896 396
221646
썸네일
[주갤] (블라) 인도네시아 여성과 결혼한 조종사햄
[394]
ㅇㅇ(112.150) 04.08 32709 848
221645
썸네일
[야갤] 친윤 권성동도 "심상찮다" 기자회견 자청.jpg
[282]
ㅇㅇ(223.38) 04.08 17087 125
221643
썸네일
[야갤] 찢재명 "일하는 척했다"...mp4
[1256]
ㅇㅇ(146.70) 04.08 37205 1705
221642
썸네일
[미갤] 버거킹 와퍼 단종
[449]
자궁경부고속도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39473 202
221641
썸네일
[국갤] 민주 이상식 배우자 그림에 MZ조폭측 30억 투자
[185]
헬기탄재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15325 447
221638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모닝지구촌 0408
[52]
모닝지구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10054 5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