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미국 영화의 극적인 액션 연출 발달 과정

누븅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6.23 00:40:02
조회 24228 추천 44 댓글 99


  영화 연출이 가장 급격한 발달을 이룩했던 시기는 1910~1920년대다.

이 시기 영화들을 보면 매년 영화들이 점진적으로든 급진적으로든 형태가 계속 변화했던 것을 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영화를 잘 만들기 위한 어떠한 안정적인 틀이 없었다.


 영화의 구석기 시대라고 할 수 있는 1910년대 초반에는 대부분 연출이 어떤 전체적 상황을 보여주는 것에만 그쳤다.

그래서 이 시기에 볼만한 영화들은 삐까번쩍한 세팅으로 중무장한 영화들이다. (특히, 이탈리아)


  다음 영상은 이 시기의 그러한 면을 아주 제대로 상징하는 것이다.


1911 Roman Orgy (Louis Feuillade)


viewimage.php?id=23b2c530e0de34a378bed1a013&no=24b0d769e1d32ca73de980fa11d02831e6e7be0ee814d24c60dd3fb981d1ba3359e32a2ad3711c5c3255287b0e0def04143a6aff21febfffa74f559d53f059abaed242bf




 흥미롭게도, 이 시기에 미국영화는 저런 초호화스런 연출이 유럽에 비해 매우 적었다.

그리피스의 "intolerance" 같은 영화는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였다.


 미국 영화는 유럽 영화에 비해서 화면 구성이 단촐했고 소박했다.


 미국 영화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고 안정적인 형태로 접어든 시기는 화면의 분할이,

분할로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고 연속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는 형태를 확립했을 때부터다.

그리고 그것이 그저 자연스러워 보일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야 강력한 임팩트를 제공할 수 방법을 찾았을 때,

미국 영화는 다른 모든 영화의 수준을 난쟁이 수준으로 보이게 했다.


 물론, 화면을 분할하는 것, 어떤 일부를 강조하여 전체적 상황을 전달하려는 시도는 유럽에도 있었으나

극적인 연출은 고사하고, 일단 자연스러운 연출부터 거리가 멀었다.


다음 장면을 보면 (1919 J'accuse, abel gance)



viewimage.php?id=23b2c530e0de34a378bed1a013&no=24b0d769e1d32ca73de980fa11d02831e6e7be0ee814d24c60dd3fb981d1ba3359e32a2ad3711c5c3255287b0e0def04143a6aff21febffff54e05c708f60ff9ef23eb50


 창문 너머로 남녀가 마주하는 상황을 보이는 장면인데

이들이 전혀 마주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른 부분들도 잘못 된 부분이 있지만,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창밖으로 남녀가 마주보는 모습을 동일한 방향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벨 강스는 당대 최고의 필름메이커로 인정받았으며,  J'accuse 또한 1910년대 최고의 유럽 무성 영화 중 한편으로 평가 받는다.

그 정도 되는 아벨 강스의 영화도 시대적 한계로 인해 장면을 분할해서 연결하는 사고는 이 정도 수준이었다.


 그런데 다음 미국 영화를 보자. (1917 the poor little rich, Maurice Tourneur)



  메리 픽포드와 얼라들이 진흙 던지기 싸움을 하는 화면의 분할을 보면 앞서 언급했던 아벨강스와 달리

서로를 분명하게 마주보고 치열하게 싸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이 싸우는 모습이 분할로 보이지만, 이 연결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중간에 잘못 된 연결이 있긴 하다..)


그런데 이 영상에서는 그저 자연스럽게 서로 진흙싸움을 교환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 싸움을 극적으로 고조하는 연출까지 나온다.


3dfd8168e2db3e8650bbd58b3680746c9ec0a82dc5


 이 짤에서는 메리 픽포드의 시선이 오른쪽을 향해있고, 이에 맞서는 얼라들은 흙을 화면 왼쪽으로 던진다.


 그런데 다음짤에서 큰 변화가 일어난다.


3def9e21ecd418986abce8954286736b06c9cd


 얼라가 흙 던지는 방향이 앞선 장면의 방향과 달리 반대방향으로 간다.

그리고 이를 얻어맞는 메리 픽포드의 시선이 앞선 장면과 반대 방향으로 보인다.


  이 연결은 메리 픽포드가 제대로 얻어맞는 것을 극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180도 가상선을 넘어서 보인다. 메리 픽포드의 시선은 앞의 장면에서는 오른쪽으로 향하지만, 이 장면에서는 시선이 왼쪽을 향한다.

따라서 이 장면 연결은 시선의 변화로 인해 pace의 큰 변동을 유발하며, 무엇보다 왼쪽으로 노려보는 메리 픽포드의 반대방향으로 날라오는 진흙이

메리 픽포드의 오른쪽 뺨에 달라붙는 장면은 그녀가 제대로 강펀치를 맞았음을 표현한다.

메리 픽포드의 시선은 왼쪽으로 쏠려있기에, 반대방향 (무방비 상태의)으로 날라오는 진흙 공격은 그녀에게 강렬한 일격이 될 수밖에 없다.


  메리 픽포드의 시선을 왼쪽으로 보이는 부분적 장면은 이 씬의 전체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을 매우 잘 상징한다.

전체적 상황을 잘 보이기 위해 굳이 한 장면에서 많은 요소를 때려박지 않고, 시선의 변경으로 인해 간결하지만 강력하게

메리 픽포드가 X상태에 빠지게 됐음을 잘 보인다.


 이것이 미국 영화(고전기)의 액션 연출의 본질이다. 무식하게 많은 요소를 화면에 때려박지 않고 어떤 부분적인 것을 강조함으로써

액션의 전체적 상황을 아우를 수 있으면서도 강력하게 전달한다.

이는 에이젠슈타인의 몽타주 이론의 근본적인 베이스이기도 하다.


 미국 영화에서는 이것이 1925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보였고, 유럽 영화에서도 1920년대 후반에 보이지만(대표적으로 잔다르크의 수난 같은)

미국 영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다음 영상을 보면서 헐리우드 영화가 얼마나 효율적이고 강력한 연출을 했는지 파악해보자


(1936 come and get it, howard hawks)


  이 영상에서는 쟁반 던지기로 술집이 처절하게 박살나는 광경이 보인다.

그런데 그런 광경을 막 장황하고 요란하게 보이지 않고 매우 간결하게 보인다.

다음 장면들처럼 말이다.


2eee9e21ecd418986abce8954780746fe015dd21


  쟁반들이 뭐를 때려 부수는지 잘 봐라.

bar에서 보이는 거울 깨뜨리기에 올인하고 있다.

3번에 걸쳐 번갈아 날아가는 쟁반들은 거울을 완전하게 때려 부순다.


 위 화면 연결에서는 단지, 거울만을 박살내는 것에 집중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이 술집의 상황이 X됐다는 것을 강렬하게 체감하게 한다.


 추가로 주목할 것이 더 있다. 월터 브레넌 (말라깽이) 의 쟁반 던지는 모습을 잘 비교해봐라.


2ee99e21ecd418986abce89543867d6ceef159


  이 장면에서는 쟁반을 오른쪽으로 던지지만...



2ee89e21ecd418986abce8954583776cb9d64d


 이 장면에서는 쟁반을 왼쪽으로 던진다.


 그런데 방향은 다르지만 쟁반은 모두 거울을 박살내는데 집중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 얼치기들은 '던지는 것이 반대방향인데 저렇게 거울 쪽으로 가는 게 실제로 가능해?"와 같은 멍청한 생각이나 주장을 할 수 있는데

영화에서 중요한 인과관계는 픽션에 대한 것이지, 실제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님을 유념해라)


 이는 월터 브레넌이 거울을 완벽하게 박살내는 광경을 극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다.

월터 브레넌이 앞선 짤과 동일한 방향으로 던지면 자연스러운 연결은 되지만 극적인 변화는 전달할 수 없기에

월터 브레넌이 쟁반을 반대 방향으로 던지게 보여, 어떤 극적인 변화를 유발하게 하고

이 변화는 거울이 처절하게 박살나는 완벽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앞선 "the poor little rich"의 영상처럼, "come and get it"도 시선이나 움직임의 방향을 바꾸면서도

화면의 통일성(거울이 박살나는 것 같은)을 유지하기에, 이런 연출은 영화에 훨씬 몰입하게 하는 기능을 하지, 결코 헷갈리게 만들지 않는다.

이런 식의 연출은 고전기 헐리우드에서 많이 보이는 특징이다.



출처: 누벨바그 갤러리 [원본 보기]

추천 비추천

44

고정닉 14

63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서비스업에 종사했다면 어떤 진상 고객이라도 잘 처리했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0/14 - -
270440
썸네일
[유갤] 일본 캠핑 겸 여행 (마쓰에 1편)
[16]
유붕9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7 13296 16
270438
썸네일
[바갤] (스압) 추억의 구도로타고 다녀온 태백바리
[65]
흙토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7 13977 48
270436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유럽의 더러운 수확물촌
[425]
니지카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7 48510 431
270434
썸네일
[디갤] [길쭉해요]가로
[25]
뜬구름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7 13267 16
270432
썸네일
[싱갤] 천방지축 어리둥절 세종 시절 팔만대장경 대소동
[201]
여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7 25370 125
270430
썸네일
[우갤] [요리대회]혁명적인 이북요리 한상
[73]
물망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7 21815 112
270426
썸네일
[싱갤] 기괴기괴 80년대 발명품
[16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7 38086 139
270425
썸네일
[카연] 귀신의 집에서 알바하는 여고생 만화
[75]
닭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7 24067 92
270422
썸네일
[싱갤] 유엔빌리지 45평대 내부 살짝 구경해보기
[208]
N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7 29343 80
270420
썸네일
[디갤] 일본 비경 - 시즈오카 오쿠오이코조
[22]
디붕이(111.108) 10.07 12749 25
270418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대한민국 게임대상 역대 수상작들.jpg
[40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49595 158
270416
썸네일
[도갤] 영국 매거진 선정 2024년 세계에서 가장 멋진 지역 38곳
[105]
000(121.124) 10.06 22086 43
270414
썸네일
[주갤] 실시간.. 여초에서 난리난 오늘자 1박2일...
[1544]
주갤러(77.111) 10.06 69375 876
270412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미슐랭 선정 방식
[349]
포만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41159 222
270410
썸네일
[블갤] [블갤요리시간] 카요코의 피자 한 판)
[56]
팔백미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15408 73
270407
썸네일
[일갤] 마작갤러리 친구들과 마작쳐본 만화 2.manhwa
[62]
홍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14796 63
270404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속이 시꺼먼 동물
[19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34863 199
270402
썸네일
[디갤] 너흰 불꽃축제, 나는 불꽃일출 16장
[27]
12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8034 33
270400
썸네일
[야갤] 마음은 mz세대 서브웨이 러버 85세 할아버지
[197]
마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31426 321
270398
썸네일
[싱갤] 부산운전은 ㄹㅇ 듣던대로 위험할까? 아닐까? 팩트체크
[49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38149 162
270396
썸네일
[카연] 혼밥하는 호랑이님 3화.manhwa
[51]
석효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15796 101
270394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요리이야기촌
[169]
타락파워천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32721 127
270392
썸네일
[디갤] [Z8+28-400] 9월에 다녀온 오키나와 자마미섬 몇장
[17]
heeeey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6428 22
270390
썸네일
[주갤] 어린 여자 좋아하면 커뮤하는 찐따남이라는 블라녀들
[671]
ㅇㅇ(211.234) 10.06 60416 1358
270388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현재 전쟁 중이라는 폴란드 근황
[346]
니지카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45500 335
270384
썸네일
[박갤] 한국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일본사람의 TV취향
[28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45474 108
270382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게임속 신이 만든 요리의 정체
[34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49139 261
270380
썸네일
[카연] 과학고 사변 1부.manhwa
[262]
윤촬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24302 271
270378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자강두천 오늘날의 갈라파고스 국가들 근황
[604]
ㅇㅇ(156.146) 10.06 33000 608
270376
썸네일
[디갤] R6M2/RF100500과 함께한 건군76주년 국군의날
[28]
KAF0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10668 36
270372
썸네일
[싱갤] 다혜다혜 미국의 음주 단속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315]
알바매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32549 310
270370
썸네일
[주갤] 남자가 만들어준 음식을 대하는 일본여자와 한국여자의 반응
[685]
주갤러(110.13) 10.06 44431 1036
270368
썸네일
[싱갤] 가성비 나쁜 비지니스 호텔…manhwa
[182]
라떼맛커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48504 356
270364
썸네일
[카연] 꽃밭의 라스 3화
[43]
한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12943 123
270362
썸네일
[싱갤] 다음달 한국에 욱일기 두르고 입국하겠다고 선언한 극우 일본인
[75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43002 308
270360
썸네일
[원갤] 원피스 토트랜드 v.s 대한민국
[30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41770 824
270359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실수로 케이크 2400개 주문한 편의점
[451]
코드치기귀찮아서만든계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58003 639
270357
썸네일
[대갤] 日초딩, 국그릇에 접촉 후 알레르기 반응 일으키며 병원 실려가 논란
[394]
난징대파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34835 244
270355
썸네일
[미갤] 미국무부) 한국 민주당이 아무것도 못하게 해야한다.
[1056]
ㅇㅇ(106.101) 10.06 41637 1157
270354
썸네일
[디갤] 마포 사진 고봉밥
[35]
Look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12717 19
270352
썸네일
[싱갤] ㅗㅜㅑ 캐나다 철도의 이벤트 열차
[9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30841 118
270350
썸네일
[U갤] 오늘자 페레이라 개지리는 장면.gif
[298]
급식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39946 257
270349
썸네일
[미갤] "빚 못갚겠다"는 서민들 급증...정부가 대신 '1조' 내줬다
[683]
ㅇㅇ(209.50) 10.06 41790 221
270347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이번에 대차게 욕쳐먹은 흑백요리사
[56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61007 716
270344
썸네일
[카연] 가장 위대한 마술사 3화
[299]
김윤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16310 259
270342
썸네일
[싱갤] 와들와들 실시간 난리난 터키 참수사건
[769]
ㅇㅇ(1.224) 10.06 56922 411
270340
썸네일
[군갤] 마크롱 "이스라엘 무기 공급 중단해야"
[43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25377 139
270338
썸네일
[이갤] 윤두창 여론조사 "법 위반 가능"
[464]
진짜대통령1이재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22981 195
270336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돼지ㅅㄲ들 역대급 가스라이팅
[789]
하와이안징거더블다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74780 1273
270334
썸네일
[토갤] 시라카미 후부키 한 잔은 어떠신가요? (생일기념 레진 피규어 제작기)
[69]
bazelis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6 9350 85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