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스프리입니다.
오늘 소개할 단위는 전류와 관련된 단위인 '암페어 (A, ampere; 이하 A로 표기)'입니다.
영어 'ampere'는 프랑스 물리학자 앙드레마리 앙페르 (André-Marie Ampère, 1775–1836)의 이름에서 유래하며, 단위로 사용할 때 한 글자로는 'A', 전체를 쓸 때는 'ampere'라고 씁니다.
전류는 전하의 흐름으로, 단위 시간 동안 어떤 단면적을 흐른 전하의 양으로 정의되며, 전하는 전자기장 내에서 전기 현상을 일으키는 주체적인 원인으로 양전하/음전하가 있습니다.
앙드레마리 앙페르
앙드레마리 앙페르는 와이어 2개를 나란히 놓고 전류를 흘려주면 전류를 흘려주는 방향에 따라 와이어가 서로 당기거나 밀쳐내는 힘이 작용함을 발견했는데, 이는 두 와이어가 각자 전자기장을 발생시켰기 때문입니다.
와이어가 길수록, 흐르는 전류가 많을수록, 와이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커졌습니다.
전신기
전기가 실생활에 사용되고, 특히 전신 (電信, telegraph)이 널리 보급되면서 전기와 관련된 단위를 제정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초창기에는 전기와 관련된 단위가 이원화되어 있었습니다: 1) 센티미터-그램-초 시스템 (centimetre-gramme-second (CGS) system)에서 파생된 전자기 단위 (CGS-electromagnetic units (CGS-EMU)); 2) 국제 전자기 단위계 (International System of Electrical and Magnetic Units)
우선 CGS-EMU에서 전류의 단위가 abampere (biot (Bi)라고도 합니다. 'ab'가 붙은 것은 절대 (absolute) 기준이 있다는 뜻이었습니다.)였고, 다음과 같이 정의되었습니다:
"1 abampere: 길이가 무한하고 원형 단면적이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두 개의 평행한 직선 도체가 1 cm 간격으로 진공에 놓여 있을 때 1 cm당 2 dyne에 해당하는 힘을 생성하는 일정한 전류"
여기서 dyne은 CGS 시스템에서 유래된 힘의 단위로 1 dyne = 1 g⋅c㎨ = 10^−5 kg⋅㎨ = 10^−5 N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1881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국제 전기 회의 (International Electrical Congress)에서 전류의 단위로 A가 채택되었고, 1 A = 0.1 abampere였습니다.
은 전량계
한편 CGS-EMU에서 파생된 전기 단위들은 절대 기준이 있었지만, 이상적인 조건을 상정했기 때문에 실용적이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893년에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국제 전기 회의에서는 전류의 단위를 실용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논의가 전개되었습니다.
이때 도입된 전류의 단위가 "국제 암페어 (international ampere)"인데, 실험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은 전량계 (silver voltameter)와 질산은 용액이 활용되었습니다.
은 전량계는 양극과 음극이 있는데, 양극을 질산은 용액에 담그고 전류를 흘리면 음극에 은이 축적됩니다. 전류를 흘리기 전후의 음극 질량을 재면 축적된 은의 질량을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1908년에 런던국제회의에서 전기와 관련된 실용적인 "국제" 전기 단위들의 정의가 확정되었습니다.
여기서 1 international ampere (A_int)는 "질산은 용액에서 초당 0.001 118 00 g의 은을 축적시키는 일정한 전류"로,
1 international ohm (Ω_int)은 "얼음의 녹는 점에서 질량이 14.452 1 g이고, 일정한 단면적을 갖고, 길이가 106.3 cm인 수은 기둥이 일정한 전류에 제공하는 저항"으로,
1 international volt (V_int)는 "클라크 전지 (Clark cell)의 15 ℃에서의 기전력의 1 000/1 434"로 정의되었습니다.
왜 이러한 애매한 숫자들을 썼냐고 하면, 당시 측정 수준에서 최대한 CGS-EMU에서 정의한 전류, 저항, 기전력 단위와 10의 배수 단위로 맞추기 위해서였습니다.
1 A_int = 0.1 abampere
1 Ω_int = 10^9 abohm
1 V_int = 10^8 abvolt
웨스턴 전지
은 전량계를 이용한 전류 측정은 절대적인 측정이 아니었고, 과학자들은 여전히 은 전량계를 다른 장치를 이용하여 보정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은 전량계를 보정하던 대표적인 장치가 웨스턴 전지 (Weston cell)인데, 황산카드뮴 용액에 수은 전극과 카드뮴 전극을 넣어 장기간 일정한 전압을 생성할 수 있었습니다.
옴의 법칙 (Ohm's law)에 따라 V (전압) = I (전류) x R (저항) 이었기 때문에 웨스턴 전지에 저항값을 알고 있는 저항 장치를 연결할 경우 은 전량계를 보정할 때 사용하는 전류를 생성할 수 있었습니다.
암페어 저울
은 전량계를 보정한 다음에는 전류계 교정에 사용되는 또 다른 장비인 '암페어 저울 (ampere balance)'을 교정하는데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암페어 저울에서는 두 개의 와이어 코일을 직렬로 연결하되, 그 중 하나의 와이어 코일을 민감한 저울의 한 쪽 팔에 부착하였습니다.
이때 전류를 흘려주면 두 와이어 코일 사이의 자기력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저울의 다른 쪽 팔에 필요한 무게로 측정되었고, 이는 전류의 크기를 재는데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2019년까지 통용되었던 A의 정의
하지만 전기와 관련된 단위가 이원화되어 있고, 특히 '국제' 전기 단위가 절대적인 기준에 따라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은 많은 과학자들의 불만을 샀습니다.
또한 측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은 전량계를 기반으로 한 전류 단위 정의가 충분히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국제 도량형 위원회는 1935년에 '국제' 암페어를 대체하여 A를 절대 단위로 새로 정의하기로 하고, 2차 세계 대전의 공백을 거쳐 1948년에 A를 미터-킬로그램-초 체계 (metre-kilogramme-second (MKS) system)에 따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습니다:
"1 A: 길이가 무한하고 원형 단면적이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두 개의 평행한 직선 도체가 1 m 간격으로 진공에 놓여있을 때 1 m당 2x10^-7 N에 해당하는 힘을 생성하는 일정한 전류"
양의 점전하와 음의 점전하에 의해 발생하는 전기장
그러나 1948년의 A의 정의는 실제 구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는 과거 "국제" 전기 단위들이 도입되었던 원인과 동일했습니다.
그 결과 V와 Ω을 조셉슨 효과 (Josephson effect: 초전도체와 초전도체 사이에 부도체를 끼워도 전류가 흐르는 현상)와 양자 홀 효과 (quantum Hall effect: 일정한 조건에서 홀 전도율이 양자화하는 효과)에 기반하여 플랑크 상수 h와 기본 전하 e의 특정 조합에 연결하는 실용 양자 표준이 옴의 법칙을 통한 A의 실제적 구현으로 거의 보편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실용 양자 표준과 국제 단위계를 정확히 일치시키기 위해서 플랑크 상수 h와 기본 전하 e를 오차 없는 값으로 고정하는 방안이 제시되었습니다.
결국 2018년에는 A가 다음과 같이 정의되었습니다:
"1 A: 기본 전하 e = 1.602 176 634 x 10^-19 C이 되도록 하는 전류"
여기서 기본 전하의 단위 C는 쿨롱 (Coulomb)인데 국제 단위계 기본 단위로 풀어 쓰면 A·s가 되며, s는 이미 섭동이 없는 바닥 상태의 세슘-133 원자에서 초미세 전이 주파수 ΔνCs로 인해 정의된 값이었습니다.
비로소 A는 절대적인 기준에 따르면서도 구현 가능하도록 정의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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