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시리즈를 하나 써 보려고 한다.
잘 알 수도, 모를 수도 있는 레슬링계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을 다루는 글이다.
그 첫 번째 주제는 ‘브루저 브로디 살해 사건’이다.
‘초수’ 브루저 브로디(Bruiser Brody, 1946~1988).
프리츠 폰 에릭에게 레슬링을 배운 브로디는 고향인 미국에서도 좋은 커리어를 쌓았지만,
인기는 일본에서 더 뛰어났던 선수였다.
203cm라는 큰 키에, 길쭉길쭉한 팔다리, 등장할 때 휘두르는 쇠사슬과 입에서 터져나오는 괴성은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거친 야수와도 같은 브롤링 위주의 경기 스타일과 더불어서
그의 피니셔 기술이었던 ‘킹콩 니 드랍’은 관객들이 가장 열광하는 요소였다.
그의 전성기 일본에서의 인기는 무려 그 스탠 핸슨보다도 위였을 정도였고,
그와 함께 ‘초수 콤비’라는 태그팀을 만들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그는 ‘텍사스 레드’였던 언더테이커의 데뷔전 상대이기도 했는데,
테이커는 자신의 덩치를 믿고 그를 쉽게 보았다가,
아주 제대로 된 데뷔전을 치뤘다고 한다.
링 위에서는 야수와도 같은 모습을 보여줬던 그지만 실제 사람의 성격은 매우 달랐는데,
그를 아는 일본인 기자의 말에 따르면 링 밖에서는 사람이 180도 변해 과묵하고 지적인 ‘인텔리’ 였으며,
서툰 영어로 하는 질문에도 진지하게 대답해 주었다고 한다.
또한 자신만의 철학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여, 자신이 인정하지 않은 선수와의 경기에서는 기술을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스탠 핸슨과 태그를 맺어 마스카라스 형제와 경기한 영상. 마스카라스의 공격을 받아주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이 고집이 자신의 목숨을 끊을 줄은.
사건은 WWC가 푸에르트리코 흥행을 하고 있을 때 일어났다.
흥행이 진행되고 있는 어느 날, 경기를 앞두고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던 브로디의 뒤로 누군가가 다가섰다.
바로 가면 마스크 ‘인베이더’로 더 잘 알려진 푸에르트리코 레슬러,
‘호세 곤잘레스’(Jose Gonzalez)였다.
잠시 뒤, 조용하던 샤워실에 브로디의 비명 소리가 울러퍼졌다.
토니 아틀라스(Tony Atlas)가 황급히 달려가자,
거기에는 피투성이가 된 브로디와, 칼을 든 호세 곤잘레스가 있었다.
토니가 황급히 둘을 떼어놓았고,
호세 곤잘레스는 유유히 라커룸을 떠났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브로디는 42세의 나이로 끝내 숨지고 만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정치적 문제 등을 포함한 여러 추측이 있지만,
모든 추측에서 빠지지 않는 원인 중 하나는 브로디의 고집이었다.
푸에르트리코에서 열리는 흥행인 만큼 푸에르트리코 선수들에게 승리가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브로디가 이를 끝끝내 거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유력한 추측일 뿐, 정확한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다.
훗날, 놀랍게도 호세는 재판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이는 토니 아틀라스가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적극적으로 증언을 하지 않았던 것이 크다.
안타까운 사건으로 끝날 수 있는 이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오늘날의 레슬링에 큰 영향을 주게 되는데,
바로 당시 WWC의 흥행에 참가했던,
‘더치 맨틀’(Dutch Mantel)이 이 사건을 계기로
“선수들의 분쟁을 좀 더 평화롭게 해결할 방법이 필요하다”
라고 생각한 끝에, 레슬링 법정을 고안한 것이다.
맞다. 잭 스웨거 옆에서 매니저 하던 그분이다.
‘레슬링계 사건사고’ 시리즈의 첫번째는 ‘브루저 브로디 살해 사건’이었다.
다음에도 새로운 사건사고 이야기로 찾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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