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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촌상근썰) "그 사이에 정이라도 들었나".txt

상갤러(115.41) 2024.11.07 07:00:03
조회 7659 추천 56 댓글 40

1편 : https://gall.dcinside.com/fakearmy/330281

2편 : https://gall.dcinside.com/fakearmy/330296

3편 : https://gall.dcinside.com/fakearmy/330370

4편 : https://gall.dcinside.com/fakearmy/330510

5편 : https://gall.dcinside.com/fakearmy/330521

6편 : https://gall.dcinside.com/fakearmy/330660




※ 18-20년도 썰이라 현재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쌍도 깡촌 지역의 앰생, 양아치들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니 주의 요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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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대 회식의 특별한 문화가 있다.


첫째,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해야 한다는 것.


둘째, 무조건 소맥만 먹는다는 것.


셋째, 맥주 박스 한 짝 반을 다 채우기 전까지 절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두번째와 세번째는 상붕이를 너무 고통스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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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고 실수하는 게 제일 꼴불견이야.


신병이 실수하는 건 더 꼴불견이고.


절대로, 절대로. 실수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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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해소제 여명 꿀꺾꿀꺾)


약사님 이거말고 더 없어요?!


저 오늘 절대 취하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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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찬 웃음)


직업이 기자야? 아니면 영업사원?


뭘 그렇게 안 취하려고 아득바득 애를 써?


중요한 회식 자리라도 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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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냥 좆짬찌인데요...)




금요일, 오후 7시.


회식 장소였던 XX치킨에 도착했다. (단골 회식집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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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머장)


애들아 푸짐하게 시켜봐


아참, 여기 골뱅이가 맛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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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선임)


ㅋㅋㅋㅋㅋㅋㅋ


에이 대장님~


골뱅이는 서면 골뱅이가 제일 맛있죠


주워먹고 벗겨먹는 맛이 있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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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장 + 선임들)


-이 새끼가! ㅋㅋㅋㅋㅋㅋㅋ

-개씨발 ㅋㅋㅋㅋㅋ

-ㄱㅆㅇㅈ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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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새끼들...


근데 좀 웃긴 거 같기도 하고...ㅋㅋ)




맞선임의 걸죽한 음담패설로 회식의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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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의 대화거리는 간단했다.


동대생활, 동대 과거썰, 대대 장교 뒷담화, 예비군 뒷담화, 남직원 뒷담화, 여직원 성희롱, 연예계 스포츠계 사건사고, 정치 등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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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소맥 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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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붕아. 이제부터 소맥 비율도 외워야 한다.


머장님은 6:4


왕고 형은 7:3


나하고 사토미는 소주 한잔에 로고까지 맥주 따르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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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새로운 기회다...


내가 스무살 때 말았던 소맥이 얼만데!


그걸 제물 삼아 선임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거야...)



넵! 그러면 제가 포항 소맥이모보다 더 잘 말아보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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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붕이는 친구들한테 배웠던 폭탄주 제조 기술을 선보였다.


기교는 간단하면서도 복잡했다.


우선, 맥주잔을 일자로 촘촘하게 모은 다음 소주를 적절하게 붓는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맥주병을 재빠르게 딴다 (빵,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나야함, 숟가락으로 따면 하수)


가볍게 맥주병을 흔들어 탄산을 만들고 분수를 터트리며 잔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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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효과는 굉장했다!


우리 테이블은 환호와 광란으로 뒤덮혔고


옆 테이블 사람들까지 힐끗힐끗 상붕이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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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 소맥 존나 잘 마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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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기똥차네 이놈 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서 배웠냐? 아버지한테 배웠어? 응?


역시 소맥은 신병 손맛을 타야 진국이야.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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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헤.. 머장님과 선임들의 무한 나데나데...


기분 죠아...


그나저나 소맥 마느라 진이 다 빠지네 ㅆㅂ


치킨집이라 다행이지. 고깃집이었으면 고기 굽느랴, 소맥 마느랴 고생깨나 했겠네.


...빨리 후임이 들어와야 하는데.)




상붕이의 폭탄주 제조로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신병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회식 데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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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고야.


너도 곧 전역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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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사리물며)


아직 한달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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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가, 좋으면서 안 좋은 척은!


너 이 새끼 전역하기 전에 내가 흠씬 패줘야 맞는 건데.


야 너네 전역빵은 안 때리냐?


할 때 나한테 귀뜸 좀 해라.


나도 합세해서 이 새끼 존나 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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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럼 1303에 다 찌르고 가겠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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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쭈, 혀에 가시 안 빼?


아, 이 새끼 또 진지하게 받아치는 것 봐~


무슨 말을 못하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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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당연히 농담이죠 대장님.


저희는 운명공동체, 구멍동서 아입니까?


룸빵 가서 서로 못 볼 꼴까지 다 본 "전우"인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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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씹새끼.

그래... 너도 드디어 가는구나.


그 사이에 정이라도 들었나...?


이 새끼 막상 간다니까 뭔가 아쉽네.


야 상붕아 왕고 이새끼 처음 왔을 때 모르지?


-예...


이 새끼 처음 왔을 때 완전 좆밥이었는데 ㅋㅋ


어리버리 존나 깠어 이 새끼 ㅋ


-아, 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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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언제적 얘기를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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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아쉬워서 그렇지, 아쉬워서.


그때 진짜 재밌었는데.


정 좀 붙었다싶으면 다들 가니까 괜히 섭섭하다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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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붕이를 보며)


뭐... 흐물흐물 떠나가는 사람도 있으면


빠릿빠릿 들어오는 사람도 있는 거죠.


이별의 계절, 가을 아닙니까?


나무들은 쥐고 있던 잎사귀를 내려놓고


사람들은 품고 있던 인연들을 떠나보내는 계절.


마 씨발거 그게 가을 아닙니까?


갈 땐 가더라도 룸빵 거하게 쏠 테니까 너무 섭섭해하지 마십쇼 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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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휴 이 씹새끼~


...진짜냐?


오케이. 접수.


자, 상붕이도 왔는데 즐겁게 한 잔 해야지!


야 왕고 이 새끼야


나랑 러브샷 한번 해야지


-아 물론이죠 머장님. 사랑하고 늘 감사합니다.


사랑은 니 여자친구랑 하시고요


야, 짠!




유리잔이 허공에서 경쾌하게 부딪혔다.


한 짝 반을 비우고 2차 없이 술자리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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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밤은 묘했다.


약간의 희열과 약간의 공허감이 뒤섞인, 모순적인 감정이 치밀었다.


기묘한 감정은 가벼운 흔적을 남겼다.


작은 의문이었다...




전역을 앞둔 왕고는 무슨 기분일까?


병사를 떠나보내는 대장은 어떤 기분일까?




멈춰서서 몇 번이고 생각해봤지만, 아직은 상붕이가 풀기엔 이른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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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는 몇 번의 술을 마시고, 몇 번의 전투복을 입고, 몇 번의 밤을 보내야 전역이 올까.


아니, 그런 날이 정말 올까?


만약에 온다면...


나는 그때 무슨 기분일까?


아직은 실체가 보이지 않는 전역이 벼랑 끝에 핀 꽃처럼 멀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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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붕, 이 새끼!


네가 전역 생각할 짬이야?


실출근 계산도 과분한 씹짬찌새끼가!)



정답을 알 수 없는 문제를 잠깐 덮었다.


이슥한 골목길에서 상붕이는 처음으로 구토를 했다.


속에 있던 걸 시원하게 게워내자,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쌩쌩한 바람이 와이셔츠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날이 쌀쌀해지고 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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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날이 올 지 안 올 지 모르겠지만...


내가 머물고 간 자리도 한없이 아름답기를.)


상붕이는 소소한 기도를 하며 집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다음 주.


연대 RCT의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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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말.


이병 최상붕.


연대 RCT를 맞이하다.



출처: 상근예비역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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