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부터 청금석은 푸른색 안료로서 가치가 상당했습니다. 중앙아시아의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하고는 산지가 없다시피 하여 바로 아랫동네인 페르시아라면 모를까 멀리 떨어진 유럽 같은 곳 기준으로는 매우 귀한 암석이었죠.
그렇다고 청금석을 그대로 갈아 쓰기에는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청금석은 크게 세 가지 광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 라주라이트와 방해석, 황철석입니다. 여기서 청금석의 파란색을 담당하는 녀석이 라주라이트인데, 라주라이트의 함량이 매우 높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금석을 갈아도 방해석의 흰색, 황철석의 검은색 덕분에 칙칙한 청회색이 나옵니다.
그래서 중세 시대 예술가들은 이 원석에서 라주라이트를 추출하기 위해 한 가지 방법을 고안해냅니다. 바로 청금석 가루와 밀랍, 수지를 섞어 만든 흡사 플레이도우같은 반죽을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그 방법은 후대에 합성 울트라마린 안료가 나올 때까지 두고두고 우려먹히죠. 말로는 쉽습니다만, 청금석을 가루내는 것에서 반죽에서 안료를 빼내는 것까지, 손이 무지하게 많이 듭니다.
이 돌에서 파란 광물을 뽑아내어 만든 안료가 바로 울트라마린인데, 안 그래도 바다(mar-) 건너(ultra) 온 귀한 암석에서 파란 부분만을 엑기스로 추출해 낸다? 게다가 손도 많이 간다? 안 비쌀 수가 없겠죠. 그래서 당시 울트라마린 안료는 같은 무게의 금보다 더 비쌌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나중에 이거 팔 수 있지 않을까 (?) 해서 한번 만들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무튼 오늘의 준비물입니다.
청금석, 밀랍, 그리고 송진이죠. 배합비는 2:1:1입니다.
이렇게 가루낸 청금석 32g, 밀랍 16g, 송진 16g입니다.
밀랍과 송진을 함께 녹인 뒤 청금석 가루를 투하합니다.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차가워졌으면 이 혼합물이 골고루 섞이도록 잘 반죽해서 막대기 형태로 만들어줍니다. 멜팅기에 반죽이 조금 달라붙어 막대기의 총 질량은 57g입니다.
그 뒤 대야에다가 따뜻한 물을 받아 베이킹소다를 넣어 줍니다. 따뜻한 물 속에서 막대기를 계속 반죽하다 보면 어느새 밑에 파란 안료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안료를 뽑아내고 난 후입니다. 약 28.5g의 원석에서 2.9g의 안료를 뽑아냈으므로 생각보다 수율이 나쁘지는 않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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