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가 세상에 져서 무릎을 꿇고 개처럼 빌 때 이겼겠다고 믿었지만.

난 살아남았어. 그 지옥에서도. 날카로운 유리파편처럼 비산하던 어린날의 기억에서도 꾸역꾸역 살아남았어.

그래서 일까 ?

사실 난 심리 상담받을 때 마다 웃겼어. 생존자라는 소리가 달가우면서도 청승같이 느껴졌어.

누구나 어릴 땐 다 맞고, 그 시절엔 그것이 당연한것과도 같았어.

사람은 배운만큼 행한다는데, 내게 피를 물려준이는 당신의 아버지에게 매일 두드려 맞고 살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이었겠지.

하지만 어차피 시간은 제 몫을 다 해서 흐르고 모든것은 과거로 치환되기 마련이야.

시간은 힘이세서 아픈 기억같은것도 이내 흐려지게 만들고, 인간에게 부여된 축복은 망각이라는 말도 있잖아.

그래서 난 내가 더 이상 비참하고 구질구질 하지 않아.

다만 이렇게 되었을 뿐이지.

그러니 네가 날 아무리 비웃고 상처줘도 괜찮아. 너도 외로울 뿐, 내가 울 때마다 내 곁을 지켜주던게 너라는걸 난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