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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작년에 쓴 글중에 제일 좋아하는 건 이거임앱에서 작성

Maybe

2025.01.12 17:01:52

조회 47 추천 0 댓글 2

3fb8c32fffd711ab6fb8d38a46e2272f1f6964761530ecf839c0e94e1270d5bcc029979360b7e8b8fa32b23135a43b919e669aafe3ddc04ef0c5452331082e4acb

당신은 오늘도 우울에 빠진다. 당신은 오랜 시간 동안 철학을 공부했지만 어떤 정답도 제공받지 못한다. 어떤 진리도 당신을 안심시켜주지 못하고 당신에겐 안정이라는 단어가 그 비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당신은 문득 창 밖을 본다. 인간이 만들어낸 온갖 아름다운 건축물과 자연의 약동하는 생명들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낀다. 세상에 아름답지 못한 것은 오직 당신 하나 뿐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당신은 당신의 작은 방이 가장 아늑하다. 바깥은 당신을 혐오하는 인간들로 가득하다. 누군가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결국엔 당신을 혐오하게 되리란 걸 당신은 안다. 그러나 당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당신은 사랑하므로 당신은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한다. 보답하는 것이 당신이 살아있는 이유가 된다. 당신은 늘 그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최대한 이치에 맞는 답을 떠올려내려 노력한다.

당신은 슬프게도 당신이 태어난 이유를 아직까지 모른다. 모든 우연과 확률의 산물이란 건 알고 있지만 왜 하필 이렇게 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당신은 거기에 대해 생각하길 포기한다. 당신은 때때로 죽고자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당신은 자주 손목을 긋고 허벅지를 그으며 기분을 해소한다. 당신은 밤마다 구토를 하고 미칠 것 같은 기분에 어쩔 줄 몰라한다.

당신의 감정은 엉망진창이다. 당신은 웃고 울고를 반복하지만 거기엔 어떠한 일관된 이유도 원리도 없다. 당신은 당신의 감정 변화조차 하나의 현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지만 그런다고 기분이 나아지진 않는다. 당신은 때때로 괜찮아졌다가 다시 괜찮지 않아진다. 당신은 이제 그런 기복이 익숙하고 또 자연스럽다고 느낀다.

당신은 불규칙적으로 잠에 들고 불규칙적으로 잠에서 깬다. 당신은 과거의 꿈을 꾸고 그것이 많이 괴롭다. 당신은 그것이 당신의 감정과 아무 관계 없는 무의미한 기억의 되감기인 것을 알지만 기분이 우울해지고 삶을 지속할 의지가 깎여내려가는 걸 막을 수 없다. 당신은 끝없이 무언가에 매몰되어가는 것만 같다. 당신은 그 어떤 것도 당신을 구원해줄 수 없을 것이란 확신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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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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