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티야, 넌 귀신을 믿어? - 우울증 갤러리

[잡담] 베티야, 넌 귀신을 믿어?앱에서 작성

yesorno

2021.03.31 10:01:13

조회 20 추천 0 댓글 2

베티야, 넌 귀신을 믿어?

아니 안 믿어. 그런데 무서워.

제이는 그때 그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없는 줄 알면서도 그걸 무서워한다는 게 이상했다. 그저 허세를 부리려고 하는 말인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또 관심이 고픈가 보다 하고 별 생각 없이 넘겼었다. 그랬던 그가 지금 이토록 무서워 하는 건, 아이러니 하게도 그때 베티가 말했던 것과 같았다.

가족들은 그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건 없다고 제이를 설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제이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우기자 그의 보호자는 근처의 성당에서 신부님을 데려왔다. 그런 신부님 마저도 영적인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동생의 담당 정신과 의사조차도 제이가 환각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고 했다.

제이는 미칠 것 같았다. 본인도 가짜라는 걸 안다. 저게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자꾸 보인다. 보여서 미칠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미쳐버렸다.

‘야 저거 가짜야. 딱봐도 가짜잖아 에이 너무 티난다. 대체 누가 만든 거야? 근데 좀 잘 만들긴 했네. 내가 시체를 좀 봤는데, 아니 진짜 시체. 응 진짜 시체랑 많이 닮았어. 이상한 점이 없을 정도야. 근데 좀 아쉬운 건 살아있을 때보다 못생겼다.’

제이는 자신이 누구에게 말하는지 몰랐다. 그럼에도 말을 걸지 않으면 저게 자신을 죽일 것만 같았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누구였지. 분명 어디선가 봤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는 갑자기 베티의 말이 떠올랐다.

-아니 안믿어. 그런데 무서워.

제이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서워졌다. 그래서 그는 저 환상을 믿기로 했다. 만약 믿는다면 무섭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믿을 수가 없는 것을 믿어버렸다. 그는 웃었다.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더이상 무섭지 않았다. 베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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