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의미도 모르는 단어들을 이어 문장을 만들곤 했지. 때론 그 의미를 모두 알더라도 문장의 의미는 알 수 없었어. 이런 바보같은 단어와 문장들에 무슨 의미가 있었던걸까? 난 조금 냉소적이지만 없었다고 생각해. 알 수 없는 것에는 의미가 없는 거야. 가령 '너란 인간의 내면은 잘 모르겠지만 사랑스러웠다' 라던가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널 동경했다' 같은 생각들엔 실은 아무 의미도 없었던 거지. 난 어려서, 분명 뭔가를 사랑하고 동경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해. 거기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몰랐던 거야. 사랑의 의미는 앎에서 나오는 거야. 이유 없는 사랑은 없어. 사랑을 한다면 사랑의 이유를 알아내야만 해. 난 너를 몰랐으니 널 사랑한 게 아니고, 따라서 아무 것도 아니었단 걸 이제 인정할게. 막연했던 사랑에 작별을 고할게. 난 이제 너로부터 자유로워. 그리고 그런 착각을 했던 건 누구의 잘못도 아냐. 우리가 살아있기에 불행히 일어난 어떤 사고 같은 거지. 난 이제 이유가 명확한, 의미 있는 사랑을 하려고 해. 그러면 내가 살아있는 이유도 언젠간 찾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