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단체 조직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암호 메신저 앱이 수사를 위해 미 연방수사국(FBI)이 만들어 배포한 ‘함정 앱’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 시각) 미국과 유럽 사법당국이 최근 16개국에서 800명이 넘는 범죄단체 관련자를 체포하는 데 기여한 ‘ANOM’이라는 암호 메신저 앱을 소개했다.

이는 2018년 FBI, 호주 경찰, 유럽 사법 당국이 공동으로 기획한 함정수사 앱으로, 애플이나 구글 스토어에서 살 수 있는 일반적인 앱이 아니었다. 이 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이 앱이 설치된 특수 전화기를 암시장에서 구매해야 했다. 사용료는 6개월에 1500~2000달러(약 167만~223만원)인 데다, 기존 사용자의 추천이 없으면 가입할 수 없다.

FBI는 이용자를 엄격히 거른 덕에 오히려 범죄단체 조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고 전했다. EU(유럽연합) 경찰기구인 유로폴에 따르면 시장에 소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100개국 이상에서 300개 이상의 범죄조직이 이 앱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FBI 등 사법당국은 이 앱을 통해 지난 3년간 전 세계 100여곳의 이용자 1만2000명이 주고받은 메시지 2700만개를 감시·분석해왔다고 밝혔다. 불법 마약 운반, 절도, 계획 살인 등 갖가지 범죄를 감시하는 데 사용됐다.

한 범죄단체 조직원은 이 앱을 통해 프랑스의 외교행낭을 이용해 마약을 운반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가 사법당국에 덜미가 잡혔다. 에콰도르의 한 참치 회사가 참치 대신 마약을 아시아와 유럽에 공급한 것을 찾아냈고, 남미의 한 조직이 마약 밀수를 바나나 수출로 위장한 것을 적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