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시기에만 만든다는 조선 왕실의 신비한 칼인 ‘사인검’이 경북 문경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문경시와 고려왕검연구소는 10일 “이상선 장인(68)이 18일 새벽 3∼5시 사인검 40자루를 제작한다.
사인검은 조선 중기에 임금님들이 장식용 또는 호신용으로 지녔던 칼”이라고 밝혔다.

조선의 대표적 도검인 ‘인검’은 호랑이를 상징하는 인(寅)자가 들어간 때에 제작된 주술적 목적의 벽사(辟邪)용 칼이다. 즉 마귀를 물리치는 칼이라는 뜻이다.

인(寅)은 사악함을 물리치는 양기를 뜻함과 동시에 군신간의 도리인 의(義)를 나타낸다.
이때문에 ‘인검’은 조선 왕실에서 특정한 시기에 특별히 선정된 장인에 의해서만 제작됐다.
중국과 일본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우리 민족만의 특별한 칼이다.

‘사인검’(四寅劍)은 호랑이의 해(寅年), 호랑이의 달(寅月), 호랑이의 날(寅日), 호랑이의 시(寅時) 즉 인자가 네 번 겹치는 때에 만들어진다.
사악한 기운을 막고 왕실의 안녕과 군신의 의리를 다지는 용도로 제작된 뒤 왕과 공신들만 소장할 수 있었다.

고려왕검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상선 장인은 호랑이해인 올해, 호랑이달인 음력 1월, 호랑이날인 18일(양력 2월18일), 호랑이 시인 새벽 3∼5시에 맞춰 40자루의 사인검을 제작할 예정이다.

이날 제작되는 사인검은 단조와 연마를 거친 검신을 인시(오전 3~5시)에 타오르는 불속에 넣어 달군 뒤 물에 식혀 날을 단단하게 만드는 담금질 작업을 거친 칼이다.
사악한 기운을 막아내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28수의 별자리 새기는 작업, 칼집 제작 등을 거쳐 완성된다.

문경시 관계자는 “이 장인이 미리 준비작업을 해뒀다가 새벽 3∼5시에 맞춰 2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담금질 작업을 끝내고 사인검을 완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인은 호랑이해인 1998년에 사인검 30자루, 12년후인 2010년에는 45자루를 제작했다.

고려왕검연구소에서는 조선 왕실명검인 사인검, 사진검(司辰劍)을 복원하는 등 단절된 전통 도검 기술을 재현해 우리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이상선 장인은 2007년 고용노동부 전통야철 도검부문의 기능전승자, 2018년 경북 금속공예 최고장인으로 선정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