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이란 게 다른 게 아니야

물리적으로도 시간, 돈, 에너지도 쟁재해 가지만

가장 큰 건

마음의 사랑스러움을 잃게 만드는 거다.

내가 봤던 어떤 애는 참 괜찮은 애였는데

악연한테 탈탈 털리고 나서

사람을 증오하고 미워하고 그래서 폐인되더라

내가 걔한테 그랬다

너는 악연한테 당한 것도 서러운데

악연은 네가 이렇게 자신으로 인해 그렇게 되길 바라는데

악연이 바라는 대로 욕구 실현시켜 주고 있다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더라 (이 질문 너무 반가웠음)

그래서 악연은 잠시 잊고

네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서 조금씩 해 보고

설사 결과가 막 좋지 않아도 실망하지 말고

그것을 해내고 있는 자신을(그 떠뜸떠뜸 가고 있는 과정을) 듬뿍 듬뿍 칭찬해 주라고 했다

그리고 악연으로 인해 잃어버린 너의 사랑스러움과 다정함을(얘가 원래는 이런 애였는데, 흑화되었기에)

잃지 말고, 다시 찾아보라고,

좋은 책도 읽고 여행도 다니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라고

그리고 교운기가 지나고 시간이 흘렀는데

자기 전공 관련 자격증도 따고, 유튜브도 해서 그걸로 수입도 얻고, 그걸 매개로 작은 장사도 시작했는데 쏠쏠하게 잘 되는 듯

그리고 악연에서 벗어나서 좋은 사람도 만나서 내년에 결혼한다고 하더라

악연이 무슨 조커, 악당 귀신 이런 게 아니야.

네 안의 영혼을 파괴하는 게 악연임.

그게 악연이 바라는 것이기도 하고.

나는 악연을 만나면 오히려, 내 내면의 영혼을 더 강화한다.

마치 깨끗한 물에 더러운 티끌이 떨어지면 그걸 빼내려고 거기에 집착하는 것보다(그럴수록 쟁재당함)

계속 깨끗한 물을(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붓다 보면 어느새 티끌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