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존재는 사회 안에서 여러 문제들에 둘러싸여
자신을 끊임없이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어.

어떤 문제를 직면했을 때 대응하는 태도에서 나를 발견하고
나의 행동을 정의하며, 나의 가능성을 찾으려고 들어.

욕망 역시 내가 속한 사회로부터 결정당한다.

문제적 상황에 순응하지 않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을 찾음으로써
존재는 자유를 획득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내가 누구이며 왜 그랬는지 확인해야만 하는 상황의 반복은
역설적으로 또다른 억압의 굴레 같다.

내가 누구여야만 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지
그 속박에 스스로 가둘 것이기 때문이다

존재라는 건 본디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다
타율적인 상황에서 자율적인 존재 이런 거는 제한적일 따름이다

여러 당면한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는 가능하지 않다.
문제로부터 자신의 가능성을 찾고 자신의 욕망을 설정한다.
그렇게 자기 존재의의를 만들어서 중심을 잡으려고 한다.

문제를 외면하기. 문제로부터의 도피.

이것은 초연함이 아니라 이 역시 문제를 대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자유를 찾은 게 아니다.
불안을 껴입고 문제들로부터 흔들리는 마음을 움츠린 것이다.

주체적으로 내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려 들면 들수록
나는 자유라든가 초연함 같은 기분은 가지기 힘들다.
도망가면 그것들은 망령이 되어 나를 쫓아온다
빈틈을 노리며 현실의 문제를 기괴한 이미지로 변형시킨다

도무지 모든 것으로부터 초연해질 수가 없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색하는 유전자 집단의 명령으로부터
반대하고 멈추는 것도 멈춘 게 아니다.
그러한 기준을 벗어나 또다른 기준을 찾으려 할 뿐이다.

그나마 내가 좋아서 선택하고 기꺼이 책임도 질 수 있는
그런 길을 찾는다?
이러한 목표도 이미 반은 현실 문제에 대한 나의 어쩔 수 없는
반응이며, 하나의 새로운 강박이 되어 나의 자유를 시험한다.

나는 다시금 나를 감시하며 주변을 경계하고 관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정의하고, 정신적으로 어딘지 모를 곳에 있을
진정한 자유를 자유상태가 아니라 추구해야 할 그 무엇으로
목적 삼아서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