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매우 중요한 지적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극심한 고통을 겪고 생명 연장을 원치 않는 사람에게 이를 강제하는 것이 과연 존엄성을 보호하는 일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실제로 안락사를 반대하는 “생명의 존엄성”이란 논리와, 고통 속에서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존중하는 “자율성과 존엄성” 사이에는 긴장과 모순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일부 윤리학자들은 존엄성이란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가질 때 비로소 존중된다고 주장합니다. 이 관점에서는 자율성을 중시하며, 개인이 삶과 죽음에 대해 자기 결정을 내릴 권리가 존엄성의 핵심이라는 입장을 취합니다. 특히, 극심한 고통 속에서 생명 연장이 더 이상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존엄성의 개념이 단순한 생명 연장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됩니다.

또한, 많은 나라에서 완화 의료(호스피스 등)가 발달하면서도 안락사를 허용하는 논의가 활발해진 이유는, 이러한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중요하다고 보는 관점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고통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율적인 선택을 통해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생명을 존엄하게 지키기 위해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은 존엄성의 한 가지 해석일 뿐이며, 오늘날에는 고통 속에서 자율적으로 삶의 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존엄성이란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철학적 합의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