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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무협소설 ㅡ 쳉링검법

다정한빈도(58.236) 2024.11.10 14:53:54
조회 40 추천 0 댓글 0

그녀는 수박을 들고 링하오쳉의 곁으로 돌아왔다.

링하오쳉은 세속적인 예의와 규칙 같은 것을 한번도 안중에 둔적이 없었다. 이링이 수박을 얻기 위해 동냥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이링이 철이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지, 그녀가 한 통의 수박을 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마음의 고통을 당해야 했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는 그녀가 수박을 따서 돌아오자 크게 기뻐 칭찬을했다.


[정말 착한 사매로군!]


이링은 그가 자기를 칭찬하는 말을 듣자 기쁘고 놀란 나머지 수박을 떨어뜨릴 뻔했다. 급히 옷자락으로 수박을 감싸듯 안았다. 링하오쳉은 웃으며 다시 말했다.


[어째서 그처럼 당황해 하시오? 수박을 훔쳤으니 그 누가 그대를 잡을까봐 두렵소?]


이링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니에요. 날 잡으려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리고 천천히 링하오쳉의 곁에 앉았다.

이때 햇살은 눈부시게 이 산과 저 산의 푸른 나무들을 찬란히 비춰 주고 있었다. 링하오쳉과 그녀가 앉아있는 곳은 산 그늘 쪽이라 햇살이 비춰들지 않았다. 온 산의 나무들은 어제 내린 빗물에 씻긴 후라 더욱 푸르러 보였고 산바람이 싱그럽게 불어왔다.

이링은 허리에서 단검을 뽑아들었다. 부러진 검끝을 보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젠바이구앙 그 악인은 무공이 그토록 뛰어나니 그날 만약 링하오 오라버니가 목숨을 던져 구해주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 무사하게 이곳에 앉아 있을 수 없었을 거야!)


바라보니 링하오쳉은 두 눈이 움푹 꺼져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다. 그녀는 다시 생각했다.


(그를 위해서라면 내가 아무리 큰 죄를 짓는다해도 후회하지 않을거야. 이까짓 수박 하나 훔치는 게 뭐가 대수롭겠어?)

이 같은 생각이 들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녀는 옷자락으로 단검을 깨끗이 닦은 후 수박을 갈랐다. 신선한 과일 냄새가 풍겼다.


링하오쳉은 냄새를 몇 번 맡아보더니 말했다.


[잘 익었는데!]


조금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매, 수박을 보니 한 가지 우스갯소리가 떠오르는군! 금년 대보름날 우리 사형제와 사매가 모여 술을 마시게 됐는데 이때 사매가 수수께끼를 냈소. 그것은 '왼쪽에 한 마리 작은 개가 있고 오른쪽에 한 개의 오이가 있다'라는 문제인데 풀이하면 한 글자가 되는 것이었소. 그 날 마침 왼쪽에 앉아 있는 것은 우리 여섯째 사제인 후육자였소. 바로 어젯밤 집안으로 들어와 나를 찾던 그 사제요. 그리고 나는 그녀의 오른쪽에 앉아 있었소.]


이링은 미소했다.


[그녀가 그와 같은 수수께끼를 낸 것은 그대와 류워 사형을 조롱하는 것이었군요?]


링하오쳉은 말했다.


[맞았소. 그 수수께끼는 어렵지 않았소. 바로 이 링하오쳉의 하오(狐)였소. 그녀는 그 우스갯소리를 책에서 보았다고 했소. 그런데 마침 여섯째 사제가 그녀의 왼쪽에 앉아 있었고 내가 오른쪽에 앉아 있었소. 공교롭게도 지금 나의 곁에는 이쪽에 조그만 개 한마리가 있고 이쪽엔 한 통의 커다란 수박이 놓여 있구려!]


그러면서 그는 수박을 가리키고 다시 그녀를 가리키며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이링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그대는 말을 돌려 저를 못난 개라고 욕하는군요.]


그러면서 그녀는 수박을 조각조각 내서 씨를 뽑고 한쪽을 링하오쳉에게 줬다. 링하오쳉은 한 입 깨물었다 달콤한 맛과 향긋한 냄새가 입 안에 가득 찼다.

이링은 그가 매우 맛있게 먹는 것을 보자 마음이 무척 흐뭇해졌다.

그의 앞자락에 수박물이 떨어져 얼룩이져 있었다. 그녀는 두째 번의 조각은 조그맣게 잘라서 그에게 건네 줬다. 한 입에 한 조각씩 먹게 된다면 수박물을 옷자라게 흘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가 손을 뻗어 수박을 받을 때마다 상처를 건드리는 것 같았다. 이링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조그맣게 잘라진 수박을 한 조각씩 그의 입에 대 주었다.

링하오쳉은 수박 반 통을 먹고 나서야 이링이 한 입도 먹지 않은 것을 깨닫고 말했다.


[그대도 들도록 하구려.]


이링은 말했다.


[오라버니가 다 드시고 난 후에 먹을게요.]


링하오쳉은 말했다.


[나는 배가 부르오. 이제 그대가 먹도록 하시오.]


이링도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링하오쳉에게 몇 조각 더 먹인 이후에야 겨우 한 조각의 수박을 입에 넣을 수가 있었다. 링하오쳉은 눈길 한 번 돌리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부끄러워 몸을 돌렸다.

링하오쳉은 갑자기 칭찬의 말을 했다.


[와! 정말 아름답군!]


그 말 속에는 즐거워하는 빛이 가득했다. 이링은 크게 부끄러웠다. 속으로 자기를 보기 좋다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동시에 몸을 일으켜 도망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야말로 몸둘바를 모를 정도가 됐다.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부끄러워 목덜미까지 빨갛게 붉어졌다.

링하오쳉은 다시 말했다.


[저것 보시오. 얼마나 아름답소? 어떻소?]


이링은 몸을 돌렸다. 그의 손끝을 바라보니 멀리 무지개가 한 그루 나무 뒤에서 뻗어나와 일곱 색깔의 빛을 영롱하게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그제야 그녀는 보기 좋다는 것이 바로 무지개를 가리킨 것임을 알았다. 방금 자기가 그 뜻을 오해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다시 부끄러워졌다. 그러면서 왠지 허전하고 그가 얄미웠다. 조금 전 속으로 겸연쩍어 하면서도 기뻐하던 심정과는 퍽 다른 것이었다.


링하오쳉은 말했다.


[자세히 들어보시오. 들리오?]


이링은 귀를 기울이고 들었다. 무지개가 피어오른 곳에서 은연중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아마 폭포가 있는 것 같군요.]


링하오쳉은 말했다.


[바로 그렇소. 비 때문에 산 속 도처에 폭포를 이루게 됐을 거요. 우리 따라가 봅시다.]


이링은 말했다.


[그대는... 그대는 역시 좀 더 안정을 취하는 게 좋을 거에요.]


[이곳은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얽혀 있을 뿐 볼만한 것이 없소. 그러니 폭포나 구경하도록 합시다.]


이링은 그 뜻을 거절하기가 어려웠지만 망설여지는 바가 있었다.


(나는 두 번이나 그를 안은 적이 있다. 한 번은 그가 죽은 줄 알고 안았고 두 번째는 다급해서 도망을 치느라고 그랬다. 이제 그는 중상을 입고 있는 몸이지만 정신이 멀쩡한데 어찌 그를 다시 안고 폭포구경을 갈 수 있으랴? 그가 폭포 쪽으로 가자는 것이 혹시 나에게....... 나에게....... .)


이와같이 망설이고 있을 때 링하오쳉은 땅바닥에서 부러진 나뭇가지를 집어들더니 나뭇가지에 몸을 지탱해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또 한번 오해를 한 셈이었다.

이링은 재빨리 다가가 손을 뻗어 링하오쳉의 어깨를 부축하며 스스로를 꾸짖었다.


(내가 어떻게 된 것일까? 링하오 오라버니는 분명히 정인군자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자꾸만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나쁜 생각으로만 기울고 있구나! 내가 홀로 한 남자와 함께 있으니 경계를 하기 때문이다. 그와 젠바이구앙은 같은 남자지만 하늘과 땅 차이가 있으니 결코 같다고 할 수는 없지.)


링하오체의 발걸음은 온전하지는 못했지만 그런대로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 한동안 걸어가니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이링은 그를 부축해 바위 곁에 앉히고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여기가 괜찮군요. 꼭 폭포로 가야 되나요?]


링하오쳉은 웃으며 말했다.


[그대가 이곳이 좋다면 우리 함께 이곳에서 구경 하도록 합시다.]


이링은 말했다.


[그렇다면 저쪽으로 가도록 해요. 저쪽은 경치가 좋으니 마음이 기뿔 거에요. 마음이 기쁘면  상처도 빨리 날 거고요.]


링하오쳉은 빙그레 웃고 몸을 일으켰다. 두 사람은 천천히 산모퉁이를 돌았다. 


'우르릉'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여왔다. 소나무 밭을 가로지르자 한 마리의 백룡과 같은 폭포가 산벽을 타고 쏟아져 내려오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링하오쳉은 기뻐서 말했다.


[우리 화시안의 옥녀봉 옆에도 폭포가 있는데 이곳보다 더 크다오. 그렇지만 형상은 비슷하구려. 나와 링샨 사매는 종종 폭포 곁에서 검술을 연마했다오. 그녀는 때때로 짖궂게 폭포 안으로 기어들어가기도 한다오.]


이링은 그가 두 번째로 링샨을 들먹이자 깨달아지는 바가 있었다.


(그가 중상을 입은 몸인데도 반드시 폭포 옆으로 오자고 한 것은 풍경을 감상하기 보다는 링샨 사매를 그리워하기 때문이 아닐까?)


어찌된 노릇인지 그녀는 가슴이 아팠다. 마치 주먹으로 맞은 것처럼 저려왔다. 이때 링하오쳉이 말했다.


[한번은 폭포가에서 검술을 연마하다가 그녀가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게 됐고, 하마터면 아래의 깊은 물 속으로 떨어질 뻔 했는데 다행이 내가 그녀를 잡아 주어서 괜찮았소. 그땐 정말 위험했지.]


이링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대에겐 많은 사매가 있나요?]


링하오쳉은 말했다.


[우리 화시안파에는 일곱명의 여제자가 있소. 링샨 사매는 사부의 딸이기 때문에 우리들은 모두 그녀를 소사매로 부른다오. 그리고 나머지 여섯 명은 모두 사모님께서 거둬들인 제자요.]


이링은 말했다.


[그녀는 아 사백님의 따님이군요? 그녀는...... 그녀는..... 그녀는 그대와 상당히 친한가 보죠?]


링하오쳉은 천천히 앉으며 말했다.


[나는 부모 없는 고아인데 십오 년 전 은사와 사모님이 문하제자로 거둬 주셨소. 그때 소사매는 나이가 세 살밖에 되지 않았소. 나는 그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종종 그녀를 안고 야산의 열매를 따거나 토끼를 잡으러 다녔소. 나와 그녀는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것이오. 사부님과 사모님께선 아들이 없기 때문에 나를 아들처럼 대해주시고 소사매는 나를 친오빠같이 따른다오.]


이링은 그냥 음 하고 대답했다. 잠시 후 그녀는 말했다.


[저 역시 부모님이 없는 고아에요. 어려서부터 은사께서 거둬 주셨고 어려서 출가하게 됐어요.]


링하오쳉은 말했다.


[애석하오. 애석해!]


이링은 눈에 의문의 빛을 띠고 그를 바라봤다. 링하오쳉은 말했다.


[그대가 이미 지엥일 사백의 문하제자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나는 사모님에게 그대를 제자로 받아주십사 청을 드릴 수 있는 건데... 애석하게 됐소. 우리 사형제자매들은 사람 수가 많소. 이십여 명이나 되는데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면 매우 떠는 편이지. 그리고 공부가 끝나게 되면 각기 짝을 지어 논다오. 사부님과 사모님께서도 별로 관계하지 않는다오. 그대가 나의 소사매를 보게 된다면 그녀를 반드시 좋아하게 되고 그녀와 좋은 친구가 될 것이오.]


이링은 말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저에겐 그런 복이 없어요. 하지만 부운암의 사부님이나 사저들도 저에게 퍽 잘 대해 주고 있어요. .......저 역시 매우 즐거워요.]


링하오쳉은 말했다.


[맞았소. 내가 말을 잘못했소. 또 지엥일 사백께선 검법이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했소. 우리 사부님과 사모님께서는 각 문파의 검법을 논하게 됐을 때 그대 사부님에 대해 퍽 탄복하는 빛을 보이셨소. 하웅시안파가 어찌 우리 화시안파만 못 하겠소?]


이링은 말했다.


[링하오 오라버니, 그날 젠바이구앙에게 서서 싸우면 젠바이구앙이 천하에서 열네 번째 가고 아 사백은 여덟 번째 간다고 했죠? 그러면 우리 사부님은 몇째 가나요?]


링하오쳉은 웃기 시작했다.


[나는 젠바이구앙을 속인 것이오. 어찌 그런 일이 있겠소? 무공의 강약은 시사각각 변화가 있는 것이오. 어떤 사람은 진보를 하게 되고 어떤 사람은 나이가 많아 힘이 줄어들어 퇴보를 하는 것인데, 어떻게 천하의 뭇고수들의 서열을 정할 수 있겠소? 젠바이궁 녀석의 무공은 고강하지만 천하에서 열네 번째 간다고는 볼 수 없소. 나는 일부러 그를 좀 더 높여 말해 그가 흐뭇해지도록 만들려고 했던 거요.]


이링은 말했다.


[원래 그대는 그를 속인거군요?]


그리고 한참 동안 넋을 잃고 폭포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종종 사람을 속이나요?]


링하오쳉은 빙그레 웃고 말했다.


[그거야 상황에 따라 다르니 종종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오. 어떤 사람은 속일 수 있으나 어떤 사람은 속일 수 없소. 사부님이나 사모님이 어떤 일에 대해 물었을 때 나는 조금도 거짓말을 할 수가 없소.]


[음- 그럼 동문의 사형제자매에겐 어때요?]


그녀는 본래 그대의 링샨 사매를 속이진 않느냐고 물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어떻게 된 노릇인지 그처럼 직설적으로 물을 수가 없었다.

링하오쳉은 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상대방이 누구인가, 또 어떤 일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오. 우리 사형제끼리는 종종 장난을 친다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무슨 재미가 나겠소?]


이링은 끝내 질문을 던졌다.


[그럼 링샨 언니에게도 거짓말을 하나요?]


링하오쳉은 한번도 그와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눈쌀을 찌푸리고 한참 생각해 보고 한번도 그녀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지라 말했다.


[중요한 일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소. 같이 놀 때 그녀를 달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 적은 물론 있소.]


이링은 부운암에서 자란 몸이었다. 부운암에선 사부가 농담을 하지 않았다. 계율도 엄했다. 뭇사저들도 하나같이 차가운 얼굴과 담담한 말투로서 서로를 대했을 뿐이었다. 물론 서로 사랑하고 돌보았지만 우스갯소리를 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었다. 더구나 장난을 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엥지엥, 지엥한 두 사백의 문하에는 적지 않은 나이가 젊고 활달한 여제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출가한 동문들과는 좀처럼 우스갯소리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녀는 어린 시절을 냉정하고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보낸 것이다. 무공을 익히는 외에는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해야 했다. 이때 링하오쳉으로부터 화시안파의 동문들이 매우 재미있게 논다는 말을 듣자 불현듯 부러운 마음이 생겼다.


(내가 만약에 그를 따라 화시안으로 놀러갈 수 있다면 정말 재미있겠구나!)


그러나 즉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번 부운암에서 떠나온 이후 이처럼 커다란 풍파를 겪게 됐으니 부운암으로 돌아가면 사부님께선 다시는 나에게 외출을 못 하도록 할 거야. 화시안으로 가서 논다는 것은 헛된 망상이 아닌가?)


다시 생각했다.


(설사 화시안에 간다해도 그는 온종일 그의 소사매만 상대하느라고 나를 언제 보았느냐 할 것이니 무슨 재미가 있을려고? 아....!)


갑자기 그녀는 처량한 심사에 사로잡혔다.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링하오쳉은 온정신을 폭포에 쏟고 있어서 그녀의 심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말했다.


[나는 소사매와 한 가지 검법을 연구하고 있소. 그것은 폭포의 물이 쏟아지는 힘을 빌려서 검초를 펼치는 거요. 사매, 그대는 그 같은 검법이 어디에 쓸모가 있는지 아시오?]


이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몰라요.]


음성이 잠겨 있었다. 링하오쳉은 여전히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했다.


[우리들이 남과 손을 쓰게 됐을 때 만약 상대방의 내공이 심후하다면 상대방의 무기와 권장은 종종 무거운 내력이 실리게 되고 무형중에 형체가 있듯이 우리의 장검을 밀어내는 것이라오. 나와 소사매가 폭포에서 검법을 연마한 것은 물이 힘차게 쏟아지는 것을 적의 내력으로 간주하는 것이지. 그렇게 되면 적의 내력을 밀어낼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힘을 빌려 상대방을 때릴 수도 있게 된다오.]


이링은 그가 신이 나서 얘기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그대들은 연성하게 됐나요?]


링하오쳉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아니오, 아직 못했소. 한 가지 검법을 창조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노릇이오? 더군다나 우리들은 새로운 검초를 창출할 능력이 없다오. 다만 사부님이 전수해 준 본문의 검법을 폭포 가운데서 치고 찌르고 할 뿐이오. 설사 새로운 초식을 펼친다해도 그것은 장난삼아 하는 것이지 정말 적과 싸우게 됐을 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젠바이구앙에게 얻어맞고도 전혀 반격할 힘이 없었겠소?]


그리고 그는 잠시 기다렸다가 손을 뻗어내어 검을 휘두르는 시늉을 해 보고는 기뻐서 말했다.


[나는 또 일 초를 생각하게 됐소. 상처가 나은 후 돌아가서 소사매와 시험해 봐야겠소!]


이링은 나직이 물었다.


[그대들의 검법은 무엇이라고 하나요?]


링하오쳉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주제 넘게 무슨 이름을 붙이느냐고 했으나 사매는 반드시 이름을 지어 주어야 한다고 했소. 그리고 그녀는 쳉링검법이라고 했소. 왜냐하면 그것은 나와 그녀 두 사람이 함께 찬안해 냈기 때문이라오.]


이링은 나직이 말했다.


[쳉링검법, 쳉링검법, 이 검법에는 그대 이름도 있고 그녀 이름도 있군요. 장래 후세 사람들에게 전하여지면 모든 사람들이 그대들.... 두 분이 합심하여 만들었음을 알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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