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두가 그러려니 생각하는 프로야구 시대 흐름은 이렇다.

팀은 젊어야한다. 육성 없는 팀은 고인물 썩듯 퇴보할 수 있다. 단장은 야구인 출신이 좋다. 사장은 그룹 출신이라도 단장 만큼은 야구인 출신이 맡아야 음양의 조화를 이루듯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감독은 소통력이 중요하다. 프런트와 같은 곳을 보고 있으면 최선으로, 미디어와 부드러움으로 대화할 언변까지 있다면 구단 홍보 차원에서도 베스트다.

틀린 말 하나 없다. 그러나 모든 구단이 말처럼 실제 성과를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요즘 프로야구 트렌드의 상당 부분은 몇 시즌간 선수 육성과 팀성적 등에서 최고 성과를 내고 있는 두산에서 나오고 있다. 두산 수석코치가 2년 연속 다른 팀 감독으로 불려간 것도, 두산 시스템을 몸소 체험했다는 이력이 힘이 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요즘 프로야구는 두산으로 통하고 있다. 적잖은 구단이 직접이든 간접이든 두산을 표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는 프로야구 각 구단이 찾는 방향점과 실제 두산 내면의 일치도는, 보는 이의 시각차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다지 높지 않을 수 있다.

우선 야구인 출신 단장의 좌장격인 김태룡 두산 단장은 대학야구까지 경험한 선수 출신이지만 프런트 이력이 1983년을 시작으로 35년에 이르고 있다. 프런트 밑바닥부터 각 부서를 거쳤다. 한 야구인은 “야구를 아는 야구인 출신이 프런트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반갑지만 김태룡 단장이나 염경엽 단장(SK)은 프런트 생활도 꽤 오래해 업무 이해도 등에서 다른 측면이 있다. 같은 흐름에서 묶을 인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두산 감독의 리더십 역시 요즘 말하는 ‘소통과 부드러움’으로 대변되는 스타일은 아니다. 특유의 위트 있는 말투로 선수들과 소통을 하고 직접 타격 지도도 하지만, 대화가 아주 잦은 편은 아니다. 김 감독은 때때로 매우 무섭다. 오히려 전통적인 감독의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두산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위축 되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두산은 감독과 선수, 그 사이의 공기에 필요한 만큼의 긴장감이 자리잡고 있는 구단이다.

두산이 젊음도 한두 시즌에 따라잡은 대상은 아니다. 두산이 어느 구단보다 세대교체가 잦았는데도 잡음이 적었던 것은, 베테랑 선수를 대체할 자원을 거의 매번 적시에 확보해둔 덕분이었다. 예컨대 주포이던 홍성흔이 2016년을 끝으로 팀을 떠날 때는 홍성흔 눈에도 들어오는 새 야수 전력이 마련돼 있었다. 모두가 세대교체를 원하지만, 두산처럼 ‘자연스럽게’ 하기는 참 어렵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듯 준비 안된 새대교체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이미 몇세대를 흘러간 유머가 하나 있다.

조각품 ‘생각하는 사람’의 작가를 묻는 문제가 나온 한 학교 시험장. 한 학생이 로댕이라고 적은 정답을, 다른 학생이 ‘컨닝’에 실패하며 ‘오뎅’이라고 쓰고 말았는데 다른 학생이 그걸 보고 살짝 바꿔 쓴다는 게 ‘덴푸라(튀김)’로 적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구단 개혁도 마찬가지다. 각각 구단의 문화와 전통 또는 인적 구성의 ‘다름’에 대한 이해 없이 남의 것만 좇다 보면 엉뚱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 야구도 로댕에서 ‘덴푸라’처럼 변질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