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3년, 수원 kt매직파크 돔구장..

야구장 안을 비추던 밝은 조명이 하나 둘 시나브로 꺼져가고, 용광로같이 뜨거웠던 야구장에도 늦 가을에 걸맞게 추위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런 그라운드를 멍하니 바라보는 한 노인..

그 노인 옆에는 올해 1차 지명을 받은 유망주가 앉아있다.

"할아버지! 경기 끝나셨어요~ 얼른 집에 가셔서 따뜻하게 몸녹이고 쉬세요 지금 많이 추워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씩 웃으며 "욘석아. 야구장은 절대 차가워 지지 않는단다. 절대로.."

그러자 유망주가 대답한다.

"할아저지! 할아버지는 야구선수였다면서요? 할아버지도 야구하면서 뜨거웠던 순간이 있죠? 말해주세요! 네에~?"

점점 꺼져가는 야구장 불빛, 그리고 마지막 남은 마운드를 비추는 불빛을 보며 할아버지는 생각에 잠긴다.

2044년.. kt의 첫 창단 이후 한국시리즈..

kt 위즈는 정규시즌 5위로 마쳐 와일드카드를 손에 넣게 되고 이후 넥센, NC, SK를 꺾고 마지막 한국시리즈를 맞아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다.

그리고 마지막 한국시리즈 7차전 9회말 1사 만루..

kt 위즈가 4 : 1로 앞서 있는 상황.

kt 위즈 감독 콱정권은 고영표 투수코치를 불러 무언가를 지시한다.

"세진이 내."

박세진, 그는 누구인가. kt 위즈의 철밥통 아니었던가.

항상 시즌 초반에는 무언가 할것처럼 열심히 훈련하고 시즌이 시작되면 기대되게 만드는 선수.

형의 그늘에 가려 \'박세진\' 이라는 본명대신,

\'박세웅 동생\'이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선수

그 선수를 믿고 내보내는 콱정권 감독.

박세진 투수는 불펜에서 몸을 푼 후 힘겹게 마운드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 박세진 선수가 올라오는군요!"

팬들의 표정이 갑자기 차가운 바다 밑 바윗덩어리 처럼 굳는다.

고영표 투수코치는 콱정권 감독의 선택을 만류했지만 자신의 가을본능, 가을직감이라며 고영표 코치의 만류를 뿌리치고 박세진을 올린다.

마운드에서 발을 고르며 깊은 심호흡을 하는 박세진 선수.

몇번의 연습투구 후 심판의 사형선고같은 플레이 볼 콜이 울려퍼진다.

"Play ball!"

제 1구 . 바깥쪽 유인구, 볼.

박세진 투수는 무심한 듯 땅을 쳐다본다.


제 2구 . 몸 쪽 높은 직구, 볼

언제나 그랬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제 3구 . 홈플레이트 앞에서 원바운드 되는 커브, 볼

포수를 노려보며 미트질을 잘 해달라고 수신호를 보낸다.

이제 카운트는 쓰리볼 노 스트라이크.

더이상 피해갈 곳이 없는 그때.

간결한 팔스윙. 특이한 폼. 과거 같이 훈련을 하던 홍성용 선배가 하는말이 떠오른다.

"투수는 자신의 공을 믿고 던져야 한다."

과거를 회상하며 직구 그립을 잡고 제 4구를 뿌린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 처럼 쏘자."

제 4구 . 한가운데 직구 .

딱 ---

반쯤 먹힌 소리! 이 타구는 분명히 아웃이렸다.

박세진 선수는 높게 떠오른 공이라고 생각하고 우승 세러모니 준비를 했다.

그러나,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홈 관중들의 함성은 이내 탄식이 되었고, 원정 팀 벤치에서 뛰어나오는 선수들,

원정 팀 응원단석에서는 함성소리와 우는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어 귀에 꽃힌다.

그렇다. 끝내기다. 더이상의 가을야구는 없다. kt 위즈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이자 박세진의 첫 가을야구, 그리고 2044년 프로야구는 이렇게 끝이 났다.




그렇게 과거 이야기를 하던 박 옹은 어느세 눈가가 촉촉해 젖어있다.

그리고 옆에서 고개를 꾸벅이며 졸고 있는 유망주..

박 옹은 자리를 뜨며 중얼거린다




"너도.. 고통받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