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는 포수 양의지는 “서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만있지 승패에 크게 연연하는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 역시 “어제 이겨 놓으면 오늘 (마음이) 편한 것 외에는 똑같다. 매일 매일이 전쟁”이라고 말했다. 선두를 질주하고 있지만 언제 위기가 찾아올지 모르니 이길 수 있을 때 많이 이겨둬야 한다는 의미다.

양의지는 “딱 한 가지는 경계한다. 경기 후반에 역전패하지 않는 것, 그 확률을 최소화하는 것만큼은 신경을 쓴다. 지고 있다가 따라갔는데 패하는 것은 상관 없지만 크게 리드하다 뒤집히면 팀 분위기에도 악영향”이라고 귀띔했다. 모든 팀이 싫어하는 경기 후반 역전패 한 가지만 제외하고는 매일 열리는 야구의 특성을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표현은 하지 않지만 ‘국가대표 야수진’이라는 자부심도 무심한듯 플레이해 승리를 따내는 동력이다. 그런데 이 ‘국대’들도 떨게하는 무형의 힘이 있다. 주전 백업을 가리지 않고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모두 최상의 성적을 낸다는 점이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박건우는 “다 잘치는데 혼자 못치면 민폐다. 다른 형들은 원래 야구를 잘했던 선수들이니 나만 뒤처지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4번타자 김재환 역시 “잠깐 방심하면 자리를 빼앗긴다. 승패보다 매일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스스로 준비하는 게 우선이다. 팀 분위기가 그렇다”고 설명했다. 가령 박건우가 빠지면 공수에서 허점이 보여야 하는데 대체 선수들이 돌아가며 공백을 채운다.

두산 3번 박건우가 25일 두산베어스와 SK와이번스의 경기 9회초 무사 2루에서 박정배를 상대로 동점 2점홈런을 터트린후 홈인하고 있다.

실제로 김 감독은 지난 1일 광주 KIA전에서 8회초 박건우 타석 때 임창용이 마운드에 오르자 그라운드로 나갔다. 임창용에게 결승타를 때려낸 박건우는 “감독님이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해 발언 내용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김 감독은 “박건우가 임창용의 공을 못친다. 엄청 약하다. 그래서 ‘자신있게 치고 와’라고 했다. 별 얘기 안했다”며 웃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번에 못치면 임창용 선배가 나올 때마다 대타를 쓸 수 있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일 수 있다. 주전을 위협하는 대타요원들이 즐비하니 사력을 다해 집중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있는 것이다.

선순환이 잘 이뤄지니 공수에서 물샐 틈이 없다. 양의지가 지명타자로 나서면 박세혁이 완벽한 안방마님의 모습을 보이고, 김강률이 부진에 빠지면 곽빈이나 박치국 같은 영건들이 짐을 나눠 진다.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한 김태형 감독까지 요소 요소에 경기에 개입하면서 약점 찾기가 더 어려운 팀이 됐다. 이기면 기분좋고 패하면 다음에 이기면 되는 무심함으로 무장한 두산이 잃었던 패권을 되찾기 위한 전력질주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