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마에 밭고랑같은 주름이 깊게 패인 노인이 손자와 잠실구장에 들어선다. 텅 빈 관중석을 바라보며 노인은 회한에 잠긴다.

"올해가 우승 못한지 56년째인가?"

철없는 손자가 경기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걸 보고 노인은 미소를 짓는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DTD가 뭐에요?"

노인은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함을 찾는다. "원 녀석, 너 아이스크림 먹고싶다고 했지 어여 가자"  "어디로요? 뚝섬이요?" 그 말을 듣자 노인은 이성을 잃고 손자의 머리를 지팡이로 치고 말았고 잠실구장에는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2050년 잠실의 덕아웃, 열댓명의 쥐들이 시즌 마지막 경기를 보고 실망을 하며 하나둘씩 떠난 자리에 한 노인만 쓸쓸히 남아 에일을 10파인트째 마시고 있다.

"우승못한 지 56년, KS 못간지 48년째인가?"

그 때 두산의 감독 양의지가 덕아웃에 들어온다.

"여어, 용택형님? 나요 나 의지"

노인은 그를 보자마자 불쾌한듯 자리를 뜬다

"오랜만인데 같이 한잔합시다. 두산에서 내가 받은 우승 반지도 좀 보고. 어디가슈? 뚝섬으로 가는 거유?" 일절 대꾸없이 잠실을 나온 노인. 때마침 내리는 비에 눈물이 섞인 채 쓸쓸히 거리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