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에게는 엘지는 마냥 살기 좋은 곳이 아닙니다.

박용택은 오늘도 경기에서 겨우겨우 승리를 위한 안타를 칩니다. 하지만 후속타가 안나와 득점은 너무나도 힘들기만 합니다.

그러나 박용택은 절망하지 않습니다. 박용택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있게 타석에 섭니다. 박용택은 후속 타자들을 믿으며 출루를 합니다. 원볼,,투볼 늘어나는 전광판을 보며 잠시나마 득점을 기대하는 박용택은 정말 기쁩니다.

“타자 헛스윙! 삼진아웃!'

그러나 타자가 쓰리볼에서 연속 스윙으로 삼진을 당합니다.
박용택이 수심 가득한 얼굴로 타자들을 바라봅니다.

마침 두산의 에이스인 함덕주가 어김없이 마운드로 향하고 있습니다. 함덕주는 언제나 그랬듯이 엘지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박용택에게는 항상 있는 일상입니다. 왜 이럴까.. 박용택은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엘지가 두산을 상대로 이기지 못한것도 벌써 11경기째입니다.

가끔은 희망의 안타를, 하지만 언제나 기회를 살리지 못해 lg를 고통스럽게 하는 타자들에게 박용택은 크게 화를 낸 적이 없습니다.

Lg 타자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삼진을 통해 그들이 배워가는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믿었던 김현수마저 투수들에게 삼진을 당하는 장면을 두눈 똑똑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현수야!! 제발 오늘은 이겨보자!!'

김현수가 삼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가르시아선수! 이 중요한 상황에 병살을 치고 마는군요!'

마지막 버팀목이던 가르시아마져 무너졌습니다.

그의 꿈도 희망도 산산조각 부서집니다.

박용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크게 얻어맞고 차가운 그라운드에 비참하게 누운
박용택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박용택이 힘겹게 눈을 뜹니다.
힘겹게 뜬 그 눈에는 시즌 초의 영상편지, 김현수를 사왔다고 좋아하던 감독, 승리가 날아가도 웃던 윌슨의 표정이 비칩니다. 그 무더운 날씨에 유광잠바를 입고 온 팬의 모습도 아른거립니다.

박용택은 오늘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두 눈에 모두의 모습이, 모두의 기대를 가득 품은 채로 박용택은 힘겹게 타석에 섭니다.

타자들은 그런 박용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박용택이 무슨 생각인지도 모른 채, 그저 다음 타석만 마냥 기다립니다.


오늘도 하루가 지나갑니다.
어쩌면 힘겹게 들어올린 그 눈꺼풀에 잠실의 고달픈 하루도 함께 걷혀나갔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짧은 분노의 뒤에는 심판들이 외치는 삼진콜만이 그의 귀에 전해질 뿐입니다.

박용택은 정신을 잃기 전에 잠시 뇌리에 그려봅니다.

우승 기념주를 따는 모습, 모두 모여 우승기념 팬미팅을 갖는 그런 광경이 펼쳐집니다. 그 곳에서는 팬들도, 투수, 타자, 김현수도 함께 웃습니다. 그런 광경을 잠시나마 그려봅니다. 그런 꿈 같은 꿈을 꿈꿔봅니다.

박용택은 눈을 감습니다. 굳게 닫힌 그 눈 속에 희망도 함께 사라져갑니다.
박용택은 눈을 뜨지 않습니다. 천천히 감기는 그 두 눈은 다시 띄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박용택은 감겨오는 눈꺼풀을 들어올리지 못합니다. 천천히 차고 속으로.. 하지만 포근하게 느껴지는 붕 뜬 기분 속에서 박용택은 눈을 감습니다.

박용택은 좋은 꿈을 꾸고 있을까요?
그 곳에서는 봉중근도, 이병규도, 뚝섬돔도, 구본무 회장님도 모두 좋은 꿈을 꾸고 있을까요? 그 곳에선 그토록 염원했던 우승도 경험할 수 있을까요?

박용택은 눈을 감습니다.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듭니다.

잘자요 박용택.
그 곳에서는 슬프지도, 힘들지도 않고...
계속해서 좋은 꿈 꾸도록 해요.
다시는 타자들에게 기대하지 않아도 되는 그 곳에서 좋은 꿈 꾸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