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관중일의 류지혁 응원가 버전 있길래 내 일 생각나서 잠시 글 써본다.

본인 학식충이고, 이 일은 화요일날 있었음. 본인이 듣는 교양 수업은 30명 정원 남짓에 매주 조별로 하는 수업이고, 교실은 댄스나 무용 연습실임.

화요일날, 집에서 일보다가 늦어서 부랴부랴 옷 보이는 대로 입었는데, 류지혁 올드원정 유니폼 보이길래 그거 입고, 아래 청바지에 바람막이 입고 등교했음.

교양 수업 교수가 지각 점수 엄하게 주는 편이어서 출석 불린 이후에 들어오면 무조건 지각 처리. 택시타고 도착했어도 15분 정도 늦었고, 입실했지. 입실해서 바람막이 벗고 수업 들으려는 찰나에 교수가 나를 사람들 보는 앞으로 불렀음.

교수가 나를 보더니, 위에 옷을 보더니 나한테 "야구 팬이구나." 그러셨음. 이어서, "그럼 선수들 응원가 꽤 알겠네?" 나는 엉겁결에 "네." 이랬음. 곧바로 교수가 기다렸다는듯이 "그럼 네 등 뒤 마킹된 선수 응원가 불러봐." 그러시더라. "응원가 부르고 율동 추고 들어가면 지각 점수 없애줄게." 이러시길래 까짓거 그냥 부르고 말지라는 마인드였음. 당시 나는 내 등 뒤에 누가 마킹된 지 몰라서 연습실 거울로 봤는데, 류지혁이더라. 아, ㅈ됐다 싶어서 그냥 죄송합니다하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에이 그러더라.

하는 수 없이 폰으로 류지혁 응원가 찾아서 음정 맞춰본 다음에 무반주로 "류~지혁이가 안~타를 친다." 이거 하나만 얘기했는데, 나빼고 모든 사람들이 폭소하기 시작했음 ㅋㅋㅋㅋㅋ 교수가 "그 응원가 끝까지 부르고 들어가세요." 그러길래 나도 웃음보 터진 상태에서 "류~지혁이가 안~타를 친다. 안~타 류!지!혁!" 그랬음. 이후에 나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양팔 흔들면서 류지혁 응원가 한번 더 반복하고 들어갔더니 교실 전체 난리가 났음.

교수는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지각점수 깎았고, 모든 사람들이 이 노래 이후로 나만 보면 웃음이 멈추질 않았음. 수업 끝나고도 나만 보면 웃더라. 하 씨발, 나 조용하게 졸업하고 싶었는데, 망했다라는 마음이 너무 강했음. 하필 입은 옷이 류지혁이어서 ㅋㅋㅋ 다른 유니폼으로 이영하 뉴홈니폼 있었는데 이영하 입고 갈 걸 그랬나보다. 그 날만큼 하늘 아래 쪽팔렸던 적 없었음. 류지혁 응원가 바꿨으면 좋겠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