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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근무 하지마라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11.234) 2024.08.13 17:59:26
조회 490 추천 5 댓글 2

빼빼로 데이, 그런 날에도 먼 산 언저리에 걸린 잿빛 구름을 보며 출근했다. 퇴근길에는 별빛이 희미한 밤하늘을 잠시 올려다봤다. 그리고 회식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서... 오늘따라 목구멍으로 뜨겁게 역류하는 불덩어리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몇 년 먼저 취업한 선배로서, 연봉 5~6천이라고 하면 환장하고 덥썩 물어버리는 어리석은 취준생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지방 근무에 대해 대충 ‘엿 같다’는 글이 몇 번 올라왔지만, 그저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극악의 고통, 100명 중 85명이 겪는다는 그 고통을 제대로 서술한 장문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엊그제 익게에서 울산을 비롯한 지방근무에 관한 글이 많이 올라왔더라.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건 울산 같은 광역시도 아니고, 천안/포항/구미 같은 그럭저럭 살만한 도시도 아니다. 인구 10~20만 이하의 시군 지역, 산속/바닷가/논두렁에 위치한 대기업 사업소에서 청춘을 썩혀야 하는, 처참한 공돌이들의 인생이다. 시골에서 겪는 그 어마어마한 고립감과 고독, 이제부터 내가 하나하나 풀어 보겠다.입사 초기, 맛난 연수원 밥을 먹을 때는 몰랐다. 그게 고아원 가기 직전 부모가 먹여준 마지막 짜장면이었다는 사실을...

첫날 출근, 깨끗한 정장에 타이까지 매고 출근했지만, 사수라는 사람이 웬만하면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라는 충고를 했다. 현장 대리님은 입수 자세로 "너 뽈 좀 차냐?"며 험악하게 물었다. 축구에, 술에, 기운 쭉 빠지는 노래방까지... 내가 대학 때 자부하던 주량은 한 방에 무너졌다.교대근무라 주말? 공휴일? 그런 거 없다. 클럽, 나이트, 교회 다 놉이다. 근무 시간이면 무조건 출근이다. 친구 결혼식? 근무자 구하지 못하면 그냥 날려먹는다. 주말이 낀 근무 시간에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며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

사방이 산과 들로 둘러싸인 철옹성 같은 사업소... 그 속에서 나는 점점 공허함을 느끼며, 그저 비번만 기다리며 버텼다.외로운 시골 근무의 현실. 서울에서 자라 사랑스러운 사람과 결혼할 꿈은 허황된 꿈일 뿐이다. 결혼까지 바라보는 나이 찬 여자들이나 동네 아가씨들... 상태 좀 나은 애들 찾으려 장거리 소개팅을 뛰지만, 시골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까인다. 내 동기들 중 몇몇은 서울에서의 삶을 그리워하며, 견디다 못해 이직을 결심하기도 했다.

결혼을 바라는 어른들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옆에 있어도 좋은 사람, 없으면 그리운 사람과 사랑을 하고 결혼하고 싶지만, 현실은 학벌과 직업의 벽에 가로막힌다. 취미생활? 그저 헛된 망상이다. 서울에서라면 당연하게 누렸을 문화생활과 젊은 사람들과의 만남, 그런 것은 이곳에서 기대할 수 없다. 주변에는 할머니들, 아저씨들, 부장님들뿐이다.더욱 빡치는 것은, 이런 상황을 뻔히 아는 부장급 이상 간부들의 태도다. 그들은 서울에 집을 두고, 목요일 회식을 강요하며 금요일 저녁이면 칼퇴근해 서울로 돌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탄원서를 써도, 어떻게든 올라가려 해도, 기약 없는 기다림뿐이다.

이 글을 읽는 취준생들이여, 돈 5~6천에 인생을 던지지 말아라. 서울이나 광역시에 남은 친구들이 너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현실. 이 글을 읽고서도, 이곳의 비참한 현실을 모르겠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충고를 명심하라. 서울에서 굶어 죽을지언정, 절대로 시골로 내려오지 말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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