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후반인데 공무원 공부하겠다고 하루의 대부분은 도서관에서 보낸다. 하루종일 도서관에 앉아만 있으니까 집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들어가면 너무 불편하고 우울하니까 가기가 싫어진다.

안그래도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취직해서 자리잡아가고 있는데 나만 성과가 없으니까 후회되고 자존심도 상하는데 집에 가면 부모님한테 듣는 말이 어디 누구 자식은 합격했다더라, 취직했다더라, 결혼한다더라 이런 소식.... 

소식만 들어보면 우리나라 상황 안좋다는거 다 구라같다.

난 부모님이 하고 싶은거 하시면서 즐기시면 좋겠는데 그럴때마다 네가 자리를 잡아야 하고 싶은걸 할거 아니냐. 친구들끼리 모이면 다들 자식 얘기 하는데 할 말이 없어서 친구 모임도 못 간다. 이런식으로 나 때문에 다 포기하고 아무것도 못한다는 듯이 말씀하시니까 처음에는 욱 했었는데 요즘엔 죄송해서 마음도 너무 불편하고 그냥 내가 죄인이고 내가 ㅂㅅ이라는 생각밖에 안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