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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세션 시즌1~시즌3 감상정리 (스포X)모바일에서 작성

sop(118.36) 2024.07.09 00:19:32
조회 136 추천 2 댓글 0



비전문가고 아직 모르는 게 많은 학생이라는 밑밥을 미리 깔아둔다. 내가 아는 것에 확신이 없는 상태인 사람이니까 내가 놓쳤거나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말해줘 ㅎㅎ 그런 게 여기의 순기능이라 생각함.
그리고 키치라는 단어를 썼는데 이게 고급인 척 하는 싸구려라는 것만 알지 미술사에서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가진 개념인지는 잘 모름. 그냥 뭔가 딱 그 단어가 떠올라서 적은 거임. 제대로 아는 사람 있으면 설명해주심 ㄱㅅㄱㅅ


~-----~

어렸을 때 죽은 사람이 어른이 되는 법은 없다.
어릴 때 죽은 사람은 영원히 자라지 못하고 어린 아이로 남는다.
죽을 당시 사인을 그대로 품은 채 썩어갈 뿐이다.
이따금씩 화면의 공백을 가득 채우는 음악은 그들의 모순된 일생 전체에 흐르는 진혼곡 같기도 하다.
이들은 절대 진지한 성찰을 하지 못한다.
자기 자신이 얼마나, 어디가 어떻게 썩어있는 지 알 수 있는 능력이 전무하다.
주제파악부터가 안 되는데 각성할 기회가 없다.
로이 가문으로 보여지는 특정 유형의 가족의 반복되는 모든 패턴(성격)은 부모로 대표되는 유적에 의해 자손의 유전으로 종속되며 돈을 매개로 대물림된다.
부모라는 거대한 대도시에 가려 일조권을 잃어버린 작은 마을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숨 쉬듯 억대의 돈을 쓰는 그들에게 돈은 우리로 치자면 공기와 같다.
결국 행복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는 간편한 딜레마. 하지만 뻔하지 않다. 그동안 많은 이야기에서 불행한 부자들을 숱하게 봐왔지만 이토록 부모와 자식 관계를 심도있게 고찰한 이야기는, 나는 이게 처음이다.
물질적으로는 머리로도 가늠하기도 힘들만큼 풍요로워보이지만 이들의 정신은 너무나도 가난하다.
얼마나 가난하면 가족 관계도 비즈니스로 취급할 수 있을까?
차라리 대놓고 원수지간이라면 맘편히 온 증오를 허용하고 웃으며 보내줄 수 있겠지만 이들은 사랑에 너무나도 굶주린 나머지 다른 것을 보지 못한다.
화면부터 글까지, 이 쇼는 로이 가문을 가까이서 관찰하는 듯하다.
너무 가까워서 지독하다싶을 정도로 사정없이 들이댄다.
고급진 가구와 옷, 음식, 화장, 음악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그들 내면의 가난에서 비롯된 천박함은 이 쇼의 정체성이다.
천박에 대한 관찰이라는 의도에 맞게 서사는 반대로 극적인 개입의 철저한 절제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와 제작진은 그들의 난처한 일상을 미려하게 다듬질해 셰익스피어로 대표되는 비극의 장중한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막상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가볍고 하등 특별할 것이 없는 가장 보편적인 갈등이란 것까지.
부담스러울 정도로 세련된 분위기는 천박이라는 그들의 본질과 만나 이 드라마 특유의 키치함이 드러난다.
그 키치라는 것 자체가 역설하는 것을 석세션에서도 똑같이 역설하는 듯 하다.
세련됨을 강조하기 위해 굳이 필름 카메라를 선택했으면서도 촬영은 한땀한땀 공을 들여서 찍는다기보다는 간편하고 거칠게 처리한다. -진짜 그랬다는 게 아니라 느낌이-
많은 사람들이 석세션의 이러한 촬영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청을 그만두지만 굳이 그런 식의 방식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을 보면.
다큐 형식의 기믹을 지키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포함해서 작품 외적으로도 키치의 정체성을 수행하려는 제작진의 디테일이 아닐까 싶다.
아쉬운 건 시선이 가족과 그 주변에서만 맴돈다는 것이다.
29시간동안 그것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기 때문에 단조로워보이기도 했다.
로이 가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군상극같은 느낌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제작진들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비춰지는 것을 조심한 것 같다.
물론 모든 이야기가 군상극이 될 필요는 없지만 된다면 작품은 그 이상의 것이 된다고 생각한다.
석세션 속 인물들의 일상적인 행동에 대한 파급력이 불러 일으키는 나비효과가 겉으로만 봐서는 알아채기 힘든 게 조금 아쉬웠다.
조금 더 시즌을 길게 계획하고 풀어나갔다면 어땠을까 싶지만.
자칫하다간 더 지루하고 난잡해질 위험이 있으니 39회로 깔끔하게 마무리 지은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미 주요인물로 다뤄지는 인물 수만 봐도 너무 많아서 그냥 둬도 가볍게 보기엔 좀 힘든 편이긴 하다.
아쉬움이 사라지진 않는다.
서브 텍스트가 훌륭한 이야기일수록 그런 아쉬움이 더 남는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경지에 올랐다고 느낀다.
남은 시즌을 보면 그 아쉬움에 대한 찬반이 훨씬 명료해질 것이다.
우울이라는 걸 떠올리면 질식하는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자살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 일부를 헤아려보자.

그들은 우울보다는 분노같은 조금 더 활달한 감정 혹은 충동에 이끌려 결단을 내리고 실행한다.
또 어떤 누군가에게 자살은 그저 퍼포먼스에 불과하기도 하다. 어디서 어떻게 죽든 그 흔적은 반드시 세상에 남기 때문에 죽는 사람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발견될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분명히 인지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완전히 죽음에 이르기 전 누군가에게 구출되는 것이다. 대개 그들이 원하는 구원자의 정체는 참 진실되게도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뜻하기도 한다.
이렇듯 자살이라는 것은 개인의 의도가 담긴 매우 사적인 행위이지만 전혀 비밀스럽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자신을 알아주지 않은 모두에게 공개되어 자신의 모습을 노출시키고 단절된 사회로의 연결-을 넘어 합일까지- 갈구하는 최후의 구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자살은 이기심이 없다면 떠올릴 수조차 없는 행위인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포기할만큼 -찰나에 불과하더라도-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은 자살시도도 못한다.
알아줘! 봐줘!

라고 말하지 못한다.

당연히 마음을 전달하는 데에 자살만 있는 건 아니다.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수행이 가능한 능력이 있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자살과도 같은 극단적인 행동은 대개 이성에 의해 도출되는 결론이 아니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을 돌봐줬으면 하는데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는 도저히 표현이 안된다면 자살이라는 선택지가 눈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사람의 생각이 자살이라는 행동으로 완성되기까지 머릿속에서는 과거를 되짚는 과정을 거친다.
그 속에서 되살아나는 수많은 감정들은 모두 다 자신만의 것이다.
태어날 때 원래는 없던 것이 어느날 외부로부터 왔을지언정 어쨌든 그 시점에서 그것은 자신에게 속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 켄달, 로먼, 쉬브는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죽은 어린 아이들이다.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살해당한 어린 아이들이다.
이들은 어른으로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했고

너무 우울해서 질식하길 기다리는 것만이 이들이 삶을 이어나가는 방식이다.
돈은 마법이 아니며 약 또한 궤를 같이 한다.
너무 뻔해서 슬픈 사실은 부모마저 앞선 세대의 피해자라는 점이다.
이들은 그것을 끊어낼 능력이 없고 이야기는 그들의 암울한 앞날을 차갑게 비웃는다.
그럼에도 그토록 불행해보이는 그들이 여전히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는 부자 중 하나라는 진실이 석세션의 본질과 맞닿아 시청자로 하여금 진정한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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