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문제 있나요?"
"아니...케이크잖아요."
옆집에 사는 여대생의 기행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겉은 예쁘고 목소리도 고운 처자. 관심이 있어 몇 번 식사하자고 까지 했지만, 자기는 문화사대주의자라며 파바에서 사온 식단만 먹는다고 매번 거절했었다.
최근 파바충인가 뭔가 문제가 많다는데 그냥 취향이겠지. 하고 넘어갔건만. 아무리 문화사대주의자라도 케이크산책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 아닌가?
그럼에도 여대생은 떳떳하게 자신이 끌고다니는 케이크를 쓰다듬었다.
"요즘 저 같은 문화사대주의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거예요. 빵을 키우는 건 문화사대주의에 반하는 일이니까, 이런 식으로 케이크를 산책을 시키는 거죠."
"빵을 키우는 개 왜 문화사대주의에 반하는 거죠...?"
"그야 빵은 미개한 포르투갈어로 되어 있으니까요. 문화사대주의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지구에 위해가 되는 문명을 없애기 위해서인데 빵을 키울수록 지구 상에 미개문명의 잔재가 많이 쌓이잖아요? 그러니까......."
그 이후에도 여대생이 줄줄이 귀리죽 끓여먹는 소리를 읊어대었다.
빵을 키워서 지구가 위험해져? 빵을 키울수록 미개한 잔재가 쌓인다고?
그럼 일단 베트남와 중국부터 죄다 불살라 지구상에서 지워버려야지. 초등학교에서 제국주의만 배웠어도 저딴 개소리는 안 하겠다.
"그리고 케이크를 산책시키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걸 통해 미개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거죠."
"아. 네 하하. 재밌는 생각이네요."
애써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며 바닥에 있는 케이크를 내려다보았다.
아스팔트 도로에 쓸려나간 케이크는 본래의 형체를 잃은 상태였다. 여기저기 해지고 먼지도 묻고...이걸 빵에 빗대서 표현하면 억지로 바닥에 패대기친 채 질질 끌고다닌 격이 아닌가?
"저기...케이크가 좀 해지지 않았나요?"
"아아. 걱정마세요! 멀쩡한 부분은 씻어서 먹을 거거든요."
"예? 먹어요?"
"그냥 버리긴 아깝잖아요~"
아니 그렇긴 한데....
보통 산책한 걸 먹나? 미개문명에 경각심 가져다준다는 게 길거리 파밍 걱정한 거였나?
"그럼 전 이만 실례할게요~"
"아...예. 수고하세요."
그대로 여대생이 우리 집 앞마당을 지나쳐 산책을 이어갔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엔 케이크쪼가리가 떨어져 있었다.
"...미친 년."
솔직히 말하며 케이크쪼가리를 죄다 치운 후 바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 놈의 문화사대주의가 뭐라고 저런 짓을 저지를까, 상식이 없는 건가? 아니. 나름 좋은 대학이라 들었는데 머리는 좋겠지. 세상물정을 모르는 건지 종교처럼 여기는 건지.
곱상한 얼굴이 참 아까울 지경이다. 아무리 좆이 뇌를 지배한다지만 저런 일에 동참하고 싶진 않다.
"애당초 케이크를 왜 산책시키냐고. 케이크는 퍼먹으라고 있는 건데."
냉장고에서 케이크를 꺼내며 피식 웃었다. 케이크는 산책이 아니라 생일 축하할 때 쓰는 거다.
생각난 김에 친구 생일이라도 챙겨야겠다. 케이크를 포함한 선물을 싱크대 위에 올려두는 것도 잠시.
"홀린. 듯이."
이게 무슨 소리야?
뜬금 없는 말소리에 놀라며 케이크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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