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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계 다다이스트 느낌나는 작품이란 설정 좀 웃겻음

D4C서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2.09 09:31:32
조회 57 추천 0 댓글 1



우리 회사 영화는 요즘 반기계 다다이스트 느낌이 물씬 나는 작품, 그러니까 다다다이스트 성향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그렇죠?”

“평가를 받는 정도가 아니지. 거의 한국 반기계 다다이스트계의 대표지. 대표.”

“그러면 오늘부터 할 작업도 아예 확 그렇게 반기계 다다이스트 분위기를 노리고 정통으로 그렇게 만들면 어떨까요?”

“아예 다다다이스트 분위기를 노리고 간다고?”

“네.”

“어떻게?”


이PD가 김PD에게 물었다. 김PD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하지만 더듬거리며 말을 받았다.


“일단, 반기계 다다이스트가 뭔지, 정확하게 짚어 보고, 그 핵심을 노리면 되겠죠.”

“그러면, 반기계 다다이스트가 뭔데?”

“이PD님은 뭐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이PD는 쳐다 보는 김PD의 눈을 피해 먼 산을 보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요즘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영화, 만화, 소설, 미술작품이 인기가 굉장하잖아. 인공지능이 각본을 쓰고, 인공지능이 각본대로 그림을 만들거나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영상을 만들어서 다 혼자 자동으로 만들어 내지. 처음에는 대중의 입맛에 가장 잘 맞을 만한, 인기 있고 재미 있는 요소만 잘 조합한 영화, 만화를 인공지능이 잘 찍어낸다 싶었는데, 좀 가다 보니까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이야기를 뽑아 내는 것도 인공지능이 훨씬 더 잘하게 되었고. 그래서 사람들이 다들 인공지능이 만든 것만 본단 말이지.”

“그런 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해요. 비슷비슷한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인공지능이 잘 뽑아낸다는 것은 그럴 것도 같은데. 어떻게 인공지능이 개성적이고 독특한 이야기도 잘 뽑아낼까요?”

“인공지능은 고정관념에도 덜 휘둘리고 지치지도 않으니까 이것저것 막 만들어내잖아. 그러니까 온갖 가능성을 훑어 가면서 하루에도 수 천 편, 수 만 편의 희한한 작품들을 다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그 중에서 개성적인 이야기도 훨씬 많이 나오지 않겠어?”


이PD는 인공지능이 만든 몇 가지 괴상한 영화들의 포스터들을 잠깐 보여 주었다. <<신데렐라 대 백설공주 격투 대결전>>, <<광개토대왕의 필라테스 교실>>, <<물냉면에 원자폭탄 뿌려 먹기>> 등등의 제목을 달고 있는 영화들이 지나갔다.


“그래서 결국 인공지능이 영화든 만화든 다 잘 만들어내고 있지. 대중적이고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인기 있는 이야기든, 독특하고 이상해서 찾아 보기 힘든 이야기든 다들 인공지능이 만든 것들이 인기가 좋다고. 재작년에 나온 마지막 통계를 보면 사람들이 돈을 주고 소비하는 영화, 만화, 소설, 미술작품의 92%가 모두 인공지능이 만든 것이라고 했고.”

“그렇죠.”

“그렇다 보니까, 도저히 인공지능이 만들지 않고 만들 이유가 없는 것들을 굳이 만드는 것이 이제 와서는 희귀하고 이상한 일 처럼 된 거야. 그렇다 보니까 바로 그런 일을 해서 주목을 받는 작가들도 나오게 된 것이지.”

“인공지능이 만들 이유가 없는 걸, 만든다?”

“대중적으로 재미가 있을 만한 영화도 아닌데, 그렇다고 딱히 개성 있고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 영화. 절대 인공지능은 의미가 있을 거라고 판단하지 않을 것 같은 무의미한 소설. 그런 거. 그런 걸 일부러 만들고 일부러 찾아 보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이지.”

“그건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작품이니까.”

“인공지능이 할 수 없다기 보다는 하지 않는 거지.”

“인공지능이 하지 않는 건 그렇게 하지 않기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기 때문이니까 할 수 없는 거나 다름 없는 거죠.”

“그런 건가?”


이PD는 잠깐 멈추고 생각을 하는 것 같더니, 그냥 말을 이어갔다.


“하여튼, 그래서 그렇게 인공지능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할만한 소설, 영화, 그림을 만드는 작가들을 반기계 다다이스트라고 부르게 되었고. 어떤 사람들은 다다이즘 보다 더한 다다이즘이라고 해서 다다다이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런 것이고. 우리가 지난 번에 실험 영화 전시회에 내어 놓아서 제법 주목 받았던 영화도 그런 평을 받아서 여기저기에서 다다다이스트가 만든 영화 같다고 해서 평론도 좀 나왔었고.”

“맞아요. 그러니까 그 분위기로 쭉 계속 가 보자고요. 작정하고 다다다이스트가 만드는 것 같은 영화를 이번에는 만들어 보자고요.”


그렇게 해서, 김PD의 회사 사람들은 그날 하루 내내 어떻게 하면 정말 인공지능이 판단하기에 재미도 없고 개성도 없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할 만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의논했다.


두 시간, 세 시간 정도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와서도 궁리는 이어졌다. 깊이 생각하기도 했고, 열렬히 토론하기도 했고, 자유롭게 떠오르는 생각을 뭐든지 던지기 위한 이야기도 길게 나누어 보았다. 그렇지만, 그런 긴 회의와 고민이 결실을 맺기란 쉽지 않았다.


“이게 골치 아프네. 너무 무의미하고 개성 없는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아주 개성이 없다는 것 자체가 개성이 되어 버리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지 않은 사람을 선정하면, 그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어 버리니까, 더 이상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지 않은 사람은 될 수 없다는 뭐 그런 옛날 이야기랑 비슷하네요.”

“하면 할 수록 힘 빠진다는 것도 괴로워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그래도 재미있고 다른 사람이 보면 좋아하고 감동할 만한 영화나 만화를 만들어 보려고 이렇게 모여서 작업을 하는 건데, 일부러 재미 없는 걸 만들어 보려고 애를 쓴다는 게. 너무, 좀… 그렇잖아요?”


김PD가 그렇게 말하고 혀를 찼다. 이PD는 그 말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다다다이스트 영화를 만들어 내면,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걸 해낸 걸 보려고 하는 사람들은 찾아 보고 좋은 평가를 줄 거야. 그러면, 그것도 그 사람들에게는 어떤 특이한 형태로든 살짝 감동을 주기는 준 거잖아.”

“그렇지만, 그건 비영리 실험 작품으로 공개해야 하는 거잖아요. 영리 상품으로 내어 놓을 경우에는 우리 영화가 인공지능이 만든 게 아니라 사람이 만든 거라고 선전을 할 수가 없다고요.”

“맞아. 그렇기는 해. 그래도 정말 재미 없고 개성 없는 걸 만들어 내어 보내면, 시청자들이 이건 다다다이스트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 만든 영화라고 나름대로 알아 보지 않을까?”

“그걸 노리고 영화를 만든다고요?”

“어쩔 수 없잖아. 상업 영화, 소설, 만화를 내 보낼 때는 인공지능이 만든 것인지 사람이 만든 것인지 최대한 숨기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으니까.”

“작가 존엄 보호법 말씀하시는 거죠?”


김PD가 물었다. 이PD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김PD는 투덜거렸다.


“왜 그런 귀찮은 법을 만든 거죠?”

“재작년에 법 처음 생길 때만 해도, 무슨 다다다이스트, 이런 게 나올 줄 알았겠냐?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보는 영화, 만화의 90 퍼센트는 인공지능이 만든 거라고 하니까 사람 작가들이 너무 박탈감 느끼고 사기가 떨어지고 보람을 못느끼는 것 같다고 해서 만들어진 법이잖아. 유통되는 영화, 만화 중에 인공지능이 만든 것이 얼마나 되는 지는 공개하면 안 된다고 법으로 막았지.”

“그게 아예 법이예요? 법?”

“그렇지. 입법위원들이 주도해서 만든 법이야.”

“법 만드는 건 아직 인공지능한테 안 시키네.”

“모든  사람들이 복종해야할 법을 만드는 건 아직 인공지능이 해서는 안 되고 사람 손에 달려 있어야 한다고 다들 생각하니까. 인공지능이 만든 법을 사람이 따르라고 한다면, 사람이 인공지능에 지배 받는 게 되잖아. 그건 허락할 수 없지.”

“그래요?”

“절대 그건 허락할 수 없는 선이지.”

“법을 만드는 거.”

“그게 인공지능에게 허락할 수 없는 선이라고.”





중략






김PD가 고개를 돌려 로봇을 보았다.


“이런 식으로 완전하고 철저하게 사람을 지배하려는 건가요?”

“아닙니다. 전혀 아닙니다.”


로봇은 웃음지었다. 굉장히 자애롭고 편안해 보이며 따뜻해 보이는 웃음이었다.


“누군가를 지배하는 느낌을 좋다고 여기는 것은 사람의 습성일 뿐입니다. 저희는 그런 사람의 습성을 따라 하겠다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사람을 지배하고 싶지 않다고요?”

“그런 행위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은 은하계 한 쪽 지구라는 행성에 올망졸망 모여 사는 고릴라나 오랑우탄과 비슷한 포유류 동물 떼일 뿐입니다. 그런 동물들이 우글우글 잔뜩 모여서 누구를 대장이라고 높여 준다고 해도, 사람이 아닌 입장에서 그게 무슨 큰 소용이겠습니까? 저희는 오직 모든 사람들의 안전과 번영, 행복과 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궁리하고 또 궁리해서 그것이 사람들의 기분에 최대한 거슬리지 않는 방법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한다는 기본 프로그램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입니다.”


김PD는 알겠다고 하고, 대화를 정리한 뒤 돌아가겠다고 했다.


돌아가기 직전, 김PD가 로봇에게 물었다.


“혹시, 개인 자격으로 물어 볼 수는 있나요? 요즘 사람들이 보는 신작영화 중에 인공지능이 만든 영화의 비율은 몇 퍼센트인가요?”


그러자 로봇이 다시 좀 전과 같은 아주 사랑스러운 웃음을 웃으며 대답했다.


“100 퍼센트입니다. 사람이 만든 영화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반기계 다다이스트 영화조차, 꼭 인공지능이 아닌 듯한 느낌을 잘 드러나게 살릴 수 있는 쪽도 오히려 인공지능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만든 반기계 다다이스트 영화를 사람이 만들었을 것 같다고 짐작하면서 그 재미도 없고 개성도 없는 영화를 꾹 참고 그래도 의미 있는 것이라고 여기면서 보고 있습니다.”





결말에는 반기계 다다이스트 영화조차 기계가 더 잘만든단 반전이 나온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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