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스푼메이지(2014年 作)
<전략>
숙취. 그런 건 없다. 정신은 맑디 맑다. 아주 푹 잤다. 성식은 기지개를 폈다. 그런 그에게 문제가 있다면, 어느 순간부터 어제의 일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어떻게 기숙사에 왔지?
뭐, 이렇게 취해서 들어온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그 때마다 자연스럽게 잠들곤 했었다. 술버릇에 관해선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성식이었다. 적어도 지금까진 술에 취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다.
침대에서 내려와 커튼을 치웠다. 오후의 햇살이 강렬하게 그를 덮쳤다. 초봄인데도 햇빛만은 강했다. 물론 이걸 열면 춥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창문을 열었다.
룸메들은 벌써 없었다. 이제 개강한지 둘째 주라 행동패턴을 잘 모르겠다. 뭐, 수업 갔지 않을까 싶었다. 성식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이리저리 다 뒤져봐도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노트북을 통해서 전화를 걸어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른 시도를 해볼 새도 없이, 컴퓨터를 키자 카톡이 잔뜩 와있었다. 내용들은 대개,
너 어디냐 뭐하고 있냐 살아는 있냐 정신 차려… 와 같은 것들이었다.
“아 시발.”
성식은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혈압이 상승하고, 머리가 터질 듯이 붉어진다. 부들거리는 손으로 자판을 쳐서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말만 들렸다. 성식은 멍하니 의자에 기댔다.
“이거 뭐지?”
<중략>
“네, 전화 바꿨습니다.”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성식 씨, 맞으시죠?”
“네, 맞는데요?”
“여기 용답동에 있는 파출소인데요.”
“네? 아니, 경찰서요?”
“네. 김성식 씨 신고가 들어와서요. 여기 일단 김성식 씨 옷이랑 뭐랑 다 맡아두고 있으니까 찾아오세요. 오시는 길 아십니까?”
“어, 아니요. 용답동이 어디죠?”
“답십리역으로 오시면 됩니다. 지금 와주실 수 있습니까?”
“아, 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통화가 끝났다. 성식은 복잡한 표정으로 성현을 바라보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죠?”
“그걸 저한테 물으셔도…… 같이 가드려요?”
“아니, 괜찮아요. 혼자 가겠습니다.”
성식은 지하철을 타고 답십리로 향했다. 지갑도 없었기에 성현에게 만원을 빌렸다. 지하철 표를 사고 남은 돈으로 오랜만에 담배를 한 갑 샀다. 제일 독한, 빨간색 담배로. 답십리에 도착하자마자 골목에서 담배를 한 대 폈다.
연기가 폐로 들어오고, 니코틴이 뇌로 향한다. 몽롱해진다. 경찰서에는 안 좋은 추억만 있다. 성식은 필터까지 타오른 담배를 발로 비벼끄고 파출소를 찾아가려고 했다.
스마트폰이 없는 삶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지도 어플을 사용할 수 없자 근처 파출소 하나 찾는 것도 힘들어진 것이다. 주변을 지나가는 행인들과 가게주인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성식은 조심스레 파출소 문을 열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 저. 연락받고 찾아왔습니다. 김성식이라고 합니다.”
“아, 그분……. 잠시만요. 일단 물품들을 돌려드릴게요.”
그는 일어서서 옆에서 종이가방을 하나 집어들고 성식에게 내밀었다.
“일단 내용물 확인해보세요. 빠트린거 있는지.”
핸드폰. 멀쩡하다. 깨진 흔적은 존재하지 않았고, 파출소에서 풀 충전 되어있는 상태였다.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미친 듯이 와있었다. 다음은 지갑. 현금은 원래 없었고, 없어진 카드도 없었다. 어제 입었던 옷들도 그대로다. 외투와 내의와 바지와 양말, 속옷까지. 마지막으로 신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전부 다 있네요.”
“후…… 그럼 얘기를 해봅시다. 어제는 왜 그러셨어요?”
“그, 제가 어제 일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서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경찰관은 성식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본다. 하지만 성식은 떳떳하게도,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허, 참.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게 말이 됩니까? 남의 집에서 옷벗고 샤워하고, 집에 있는 음식도 먹고, 그러고 알몸으로 밖에 나와서 마법으로 깽판 부리다가 마약한 줄 알고 찾아온 경찰차와 도주를 벌이고, 예? 그러고나서 행적이 묘연해져서 저희도 수배를 내려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제, 제가, 그, 랬습, 습니까?”
성식의 목소리가 떨린다. 비단 목소리 뿐만이 아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당황스럽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식은 땀 한 방울이 척추를 따라 내달린다.
“네, 그랬다니까요? 그래놓고 신분증이고 뭐고 다 두고가서 아, 이사람이구나 하고 특정지을 수가 있었죠. 일단 마약검사부터 해야할까요?”
“아, 아니요. 어제 수, 술을 먹고 그만.”
“젊은 사람이 술을 얼마나 먹었길래 그렇습니까?”
“그게, 원래는 안 그런데, 사케를 좀 마셨더니.”
“하이고… 진짜 이거, 그냥 이대로 구속감입니다. 구속이요. 예? 무단주거침입에, 절도에, 공연음란죄에, 공공장소 마법사용죄에 더해서 기물파손까지. 마지막으로 도주죄까지 더하면 빼도박도 못하고 그냥 깜방 들어가는거에요. 아시겠어요?”
성식은 고개를 연신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배울 만큼 배운 분이 이러면 됩니까?”
“죄송합니다.”
“앞길 창창해보이는 젊은이가 이제 어떡해요? 전과기록 남으면 취직도 못 할 텐데.”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한건 내가 아니라 피해자들한테 해야지. 아무튼 피해자들한테 연락처 알려드려도 될까요? 합의를 할래도 연락처를 알아야지. 참, 합의한다고 해도 형사재판은 피할 수 없는 건 아시죠?”
“네. 그렇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다고 조서 좀 쓰신 다음에 오늘은 이만 집으로 가세요. 보아하니 도주의 우려가 있어보이진 않고 우리도 아무한테나 막 대하고 싶진 않으니까.”
“네…….”
조서를 작성한 뒤 짐을 챙겨들고 파출소를 나오는 성식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술 한 번 잘못 먹었다가 이게 무슨 꼴인가. 물론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본의아니게 피해를 끼친 점도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어이가 없는 것은 어이가 없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그는 범죄자가 되었다. 이걸 어머니한테는 어떻게 말씀드리지.
ㄹㅇ 말이 안 되네
내 비장의 한수를 똑같이 쓰는 사람이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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