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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저번에 쓴 거 피드백 받고 고쳐썼는데 봐줘....

시스템올그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7.02 22: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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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한참 떨어진 이세계, 타우렛.

 

그 세계의 최강의 제국 레흐메트.

 

그리고 그 제국의 황제가 금고를 퍼부어 세운 형형색색의 빛으로 빛나는 석실(石室).

 

거기서 나와 던전 장인들은 거대한 마나의 폭풍을 조율하고 있다.

수십개의 법진(法陣)이 떠있는 광경은 언제 봐도 장관이다.

 

난 복잡한 계기판을 보며 말했다.

 

아일라 신관님. 동쪽으로 10%만큼 마나를 더 불어넣어 주세요.”

, . 유정현 신관님.”

 

내 말에 아일라 신관은 법진을 움직여 마나의 흐름을 바꾸었다.

그녀의 손길에 따라 거대한 마나의 폭풍이 움직인다.

 

일반인은커녕 제국 전사장이 와도 다루기 힘든 마력의 양이긴 하다.

 

하지만 나랑 내 팀은 이걸 능숙하게 처리중이다.

던전 장인이란 게 그런 거 하는 사람들이니까.

 

지금 우린 새로운 던전을 만드는 중이다.

몬스터와 보물이 가득한 공간이자, 특권층의 영묘를.

 

-절그럭 절그럭

-지지지직

 

신전석들이 부유하며 짜맞추어지고, 마나가 강물처럼 흘러들어온다.

 

그런데 뭔가 일이 틀어졌다.

 

-콰아아아아!

 

흐음.’

 

하늘에서는 성좌들이 내리는 별빛의 마력이 쏟아지고, 땅에서는 생명의 기운이 화산 마냥 터쳐 나온다.

 

꺄아아악!”

 

내 옆에 있는 초짜 신관, 아일라가 비명을 질렀다.

 

히이이익!”

 

다른 신관들, 던전 장인들 또한 비명을 질렀더랬다.

 

분명 아름다운 광경이다만 나를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하기야 지금 그 두 마력이 충돌해 폭풍을 만들고 있었으니까.

 

성좌계(星座界)의 마력이 회오리쳤다.

대지모신(大地母神)이 뿜어내는 생명의 힘이 거기 충돌해 반발한다.

 

지금 저 폭풍에 들어가면 대신관 할아버지도 갈려 죽겠지.’

 

평소라면 이러지 않았지만, 던전을 짓는 자재를 평소와 다른 곳에서 떼온 것이 화근인가 보다.

 

던전 장인 중 하나가 내게 소리쳤다.

 

유정현 신관님. 어서 던전 구축을 중단해야 합니다! 이대로면 폭발하고 말아요!”

 

, 확실히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했다간 공사 반년은 미뤄질걸?

 

그렇게 되면 내 귀환도 반년이나 미뤄진다.

 

이 던전 다 짓고 집에 가기로 했다고!

 

괜찮아요. 제가 직접 조율하죠. 베벨 신관, 잠시 여기 좀 맡아주세요. 아일라 신관은 나오고요.”

 

난 잠시 계기판을 옆의 다른 신관에게 맡기고 아일라를 밀쳐냈다.

그리고 마력의 폭풍을 조율하는 장치에 손을 넣었다.

 

그러게 서기관 아재 말대로 신전석 공급처를 바꾸는 게 아니었는데. 역시 싼 게 비지떡이야.’

 

난 짧게 속으로 투덜거린 다음, 마나의 흐름을 감응했다.

 

확실히 아일라를 비롯한 나머지 애들이 기겁할 만한 양이긴 하다.

 

하지만 마나의 양에 겁먹으면 될 일도 안 된다.

우리의 일은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정밀성으로 해결해나가는 일이니까.

 

던전 설계자라는 것은 크레인 조종사 같은 일이다.

힘과 무게가 아니라 정밀성으로 해결하는 일이란 말이다.

 

난 세심하게 마나의 흐름을 조율해나갔다.

 

여긴 마력을 더 불어넣고, 저기는 마력을 분산시키고.’

 

처음에는 별 티가 안 났지만, 내 손길에 따라 폭풍이 점점 잠잠해진다.

성좌계의 힘과 대지모신의 힘이(물론 내가 대지모신을 믿는 건 아니다만 고유명사다.) 균형을 이루어나갔다.

 

-즈즈즈즈즈

 

이제 둘은 반발하지 않고 뒤섞이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폭풍을 흩어줘야지.”

 

난 오른쪽 귀퉁이에 떠 있는 법진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마나의 소용돌이가 생기는 태풍의 눈.

거기에 뇌전을 쏴준다.

 

-파지지직!

 

그것과 함께 폭풍은 흩어졌다.

석실에는 유순한 마나의 물결만이 가득했다.

 

이제 다시 일로 돌아갈 수 있다.

 

감사합니다. 신관님. 덕분에 살았어요.”

 

옆에 있는 신관과 장인들이 내게 감사를 표했다.

잔뜩 쫄아 있다가 이제 긴장이 풀리나보다.

 

뭘요. 그보다 아직 일 안 끝났어요. 어서 마무리하고 쉬죠.”

 

그렇게 우리는 던전 제작을 계속해 나갔다.

 

몬스터의 서식지를 배치한다.

던전의 지형과 환경을 조성해 나간다.

신전석을 세우고, 보물들을 배치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승천>의 계단, 묘실까지 지으면 마무리다.

 

-띠링!

 

[성좌계의 마나와 대지의 생명력이 조율되었습니다.]

[173 던전이 완성되었습니다.]

 

던전 건축의 완성을 확인해주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난 미소를 지었다.

 

이번 던전도 성공이다.

 

와아! 드디어 끝났다!”

퇴근이다! 퇴근!”

 

옆을 보니 신관들과 장인들 모두가 환호성을 지른다.

석 달간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해온 일이 끝나니 기쁨이 가득한 모양이다.

 

한 녀석은 눈물까지 흘리며 외치더랬다.

 

드디어 집에 갈 수 있다!!!”

 

그 말을 듣고 내 입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집에 가야지.’

 

이제 나도 집에 갈 시간이다.

10년 만에 나의 그리운 고향, 한국으로.

 

누나가 기다리는 그 곳으로.

 

 

*

 

 

밤이 되고, 신축된 던전 관리실에서 조촐한 연회가 열렸다.

 

던전 완공을 축하할 겸, 내 환송식도 할 겸 해서 열린 것이다.

 

황궁에서 일하다가 나온 서기관 아저씨가 잔을 들고 말했다.

 

그럼 3개월간 고생한 우리 신관들과 던전 장인들을 위하여!”.

 

옆에 있는 대신관 할아버지도 잔을 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유정현 신관의 무사한 귀가를 위하여!”

 

둘의 건배사와 함께 연회가 시작되었다.

 

잘들 먹네.’

 

스트레스성 폭식을 제대로 보여주는 신관들과 장인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서기관이 내게 다가왔다.

 

유정현 신관, 그런데 진짜 돌아가려고? 오늘도 자네 없었으면 공사 뒤틀어질 뻔했는데.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있다 가는 건 어떤가? 던전 하나 더 지어주고 가면 더 좋고.”

 

또 저 소리다.

이미 세 번이나 한 이야기.

 

에이, 서기관님. 이미 그 말씀만 세 번째입니다. 저도 이제 고향 돌아가야죠. 특히 누나 얼굴 그립다고요.”

 

사실 여기서 난 잘 먹고 잘 살고 있기는 했다.

솔직히 내 나이에 완장차고 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난 가족이 그리워 돌아가려 한다.

 

사실 가족이라고 해도 딱 하나다.

 

나 업어키우다시피 한 우리 누나.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 먹이고 재우고 해주던 누나.

자기도 학교 다니면서 나 학교 뒷바라지 해주던 누나.

 

여기서 평생 이산가족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

 

, 그대의 누님 말인가. 저번에 이야기 들었지. 하기야 가족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네.”

 

가족 이야기가 나오니 서기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일종의 기러기 아빠였으니까.

 

서기관님도 고향에 딸아이 두고 오셨잖습니까. 이해해 주실 거죠?”

그래. 어쩔 수 없군.”

 

그는 어깨에 힘을 늘어뜨리고 걸음을 옮겼다.

 

! 신전석 공급처 다시 원상복구 시켜야 해요! 거기서 떼온 거 쓰니까 하자 생기더라.”

 

그렇게 서기관을 보내고 나니 이번에는 대신관 할아버지가 내게 다가왔다.

 

그래, 가족 보려 돌아간다 들었네. 자네에게 내 손녀 결혼시켜주고, 대신관 자리를 물려주는 게 내 꿈이었는데, 쯔쯔.”

죄송합니다.”

 

사람 좋은 대신관 할배는 진심으로 내 귀환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아까 서기관 아저씨야 내 능력을 보고 계속 써먹고 싶은 거지만 이 할배는 진짜 인간적으로 내게 정이 든 듯 했다.

 

그래도 말이네, 나중에 이 노인네보다 더 늙어서 죽을 때가 되면 여기로 돌아오게. 자네는 던전의 영묘에 묻힐 자격이 있어.”

 

그렇게 말하며 대신관은 금으로 된 반지 하나를 내게 주었다.

 

반지에서는 뭔가 강한 마력이 느껴졌다.

 

이게 뭡니까?”

 

대신관은 반지를 내 손에 끼워주며 말했다.

 

귀환의 반지야. 이차원에 형성된 그대만을 위한 던전의 묘실로 가는 반지.”

 

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다면 그냥 기념품 반지를 받는 게 아니다.

나만을 위한 던전을 하나 준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아니 이 귀한걸.”

 

대신관은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웃었다.

 

어차피 이것도 자네가 지은 던전 아닌가. 반역자 귀족에게서 압수한 던전을 폐하께 사정사정해서 얻어낸 것이네.”

 

난 대신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 그럼 누님 잘 모시게.”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대신관님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난 대신관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다른 사람들과도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3시간이나 지나서야 진짜 돌아갈 때가 되었다.

 

던전 중앙에 푸른 게이트가 생겼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문이.

 

잘 가게. 유정현 신관.”

 

연회장에 모인 사람들은 게이트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모두들 안녕히 계세요!”

 

나 또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지금 난 행복하다.

 

돌아가서 먹고 살 걱정도 없다.

 

일단 금괴와 은화도 잔뜩 챙겨간다.

 

그리고 비록 내가 전사들보다는 약한 장인 계열 신관이다만, 난 마나와 스킬로 강화된 인간이다.

신체 능력은 이미 초인에 해당하기에, 힘 적당히 숨기며 스포츠 선수하면 돈을 긁어모으겠지.

 

기다려, 누나. 호강 시켜줄게.’

 

고생하던 누나 행복하게 살게 해주고, 나도 대저택에서 행복하게 산다.

그리고 죽을 때는 레흐메트 제국의 던전에 묻혀서 사후세계를 보장받는다.

 

그야말로 꽃길이네.’

 

그렇게 생각하며 난 푸른 게이트 너머로 몸을 던졌고, 게이트 너머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그립고 그립던 한국의

 

뭐여 시발, 왜 다시 여기여.”

 

모습이 아니라 방금 떠난 레흐메트의 던전이었다.

 

아니 도당체 이게 무슨.’

 

그나마 아까 떠난 그 던전 모습 그대로라면 게이트 만든 친구가 실수한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적당히 혼내주면 다음 시도에는 제대로 할 수 있겠지.

그러니 그런 경우에는 당황할 것까지는 없다.

 

하지만 나는 입이 떡 벌어진 채로 당황할 뿐이었다.

 

게다가 왜 몇백년쯤 버려진 모습인데?”

 

벽에는 금이 가 있고, 거미줄이 여기저기 쳐져 있다.

마나의 흐름은 불규칙해지고 이상한 몬스터의 기척이 느껴진다.

 

내 기준에서는 수 초만 흘렀건만, 신전의 모습은 수백년은 지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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