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고독하다.

 어렸을 적 동창생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는 이 말에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한 여름의 꿈 같던 시간이 지나 사회에 현실을 깨닫게 되면,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정유현은 달랐다.

 유현은 학창시절부터 해오던 게임을 28살인 지금까지도 붙잡고 있었다.

 그의 친구는 인터넷 세상에 있었고 십년 전부터 알고 지낸 길드 사람들은 전부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도 현실의 삶이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모자란 사회 경력으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돈을 벌고 있지만 생활비는 언제나 부족했다.

 어제 저녁만 해도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 얻어온 빵으로 끼니를 떼운 참이다.

 누군가 유현의 인생을 평가한다면 꿈도 희망도 없다고 했겠지만 지금의 유현은 현재의 삶을 만족하고 있었다.

 ….

 ….

 아침 세면을 위해 화장실을 찾았을 때 저도 모르게 가슴 깊은 곳에서 비명이 쏟아져 나왔다.

 “이 사람 누구야!”

 목에서 나는 새된 소리는 평소의 목소리와 달랐다. 또 거울 안에 비치는 사람은 붉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를 한 여성이었다.

 거울 속의 비친 모습이 평소와 달랐지만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건 헤르마니아잖아.”

 헤르마니아.

 밤새 즐긴 게임 속 캐릭터의 이름이다. 잦은 밤샘으로 머리가 맛이 간줄 알았지만 볼을 꼬집어봐도 모습이 그대로였다.

 “내가 헤르마니아가 됐어…?”

 우아한 콧날과 역 팔八 자로 그려진 눈썹은 게임 속에서 커스터마이징 했던 그대로다.

 봉긋하게 솟은 가슴은 성인 여성의 그것이었고 살포시 만져보아도 말랑말랑한 게 진짜였다.

 “허… 이게 무슨…”

 정신을 차린 뒤 베란다로 나가 바깥 을 살폈다. 이런 일이 난 뒤라면 바깥도 뭔가 변했을 거다.

 슬리퍼를 신고 내려다본 베란다는 예상대로 였다.

 게임에서 봤던 신장 3미터, 두께 1.2미터의 클레이 골렘이 아스팔트 위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클레이 골렘을 본 유현은 뱃속 가득 힘을 주어 외쳤다.

 “야 이 새끼야! 너 거기 안서!”

 거대한 클레이 골렘의 앞에는 유현이 자주가던 편의점이 있었는데 누가와도 망가뜨리게 둘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곳이었다.

 벼락 같이 난간을 타고 내려온 유현이 편의점을 향해 달려나갔다.

 “빠샤!”

 유현의 가녀린 주먹이 클레이 골렘의 가슴을 때리자 단단한 돌에 균열이 생겼다.

 “그워어어어.”

 굉음을 낸 클레이 골렘이지만 이 정도 공격으로 클레이 골렘은 죽지 않는다.

 제 자리에서 돌아 돌려차기를 날리자 클레이 골렘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짜식이 어딜 감히.”

 이른 새벽 아무도 모르게 클레이 골렘을 해치운 뒤 엘레베이터를 통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선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눌렀다.

 ‘내가 방금 무슨 짓을 한 거야?’

 고작해야 집 앞 편의점이 무너질 뻔했다고 12층에서 뛰어내려 클레이 골렘을 해치우고 올라왔다.

 제 정신이라면 누구도 하지 않을 짓이었지만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헤르마니아의 정신이 옮겨 붙은 거 같은데.”

 게임 속 헤르마니아는 무적이었으니까.

 누구도 부정 못할 강자였으니까.

 하지만 유현은 헤르마니아가 아니었고 현실에서까지 최강인지는 모르는 상황.

 “까짓 거 남잔데 나쁜 성격도 아니지.”

아까 너무 담담하게 ㅣ 채로 써서 이번에 ㅓㅕ 를 섞었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