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나이가 어릴수록 주변 환경에 크게 영향받는 것(결정적 시기, 민감기)도 맞고,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배우기 보단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것도 맞음. 실제로 어른이 된 뒤엔 성격이나 지능, 취향이나 가치관 등 많은 것들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어린 시절이 평생을 결정짓는다고 주장하는 연구들도 많음.

문제는 이런 연구들 대부분이 유전적 차이를 통제하지 않는다는 것임. 실제로 유전적 차이를 통제하고 연구해보면 환경의 차이처럼 보였던 게 사실 유전적 차이가 원인이고, 어린 시절에 경험한 일도 삶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하는 경우가 많음. 막말로 어릴 때 부모와 사이가 안 좋았다고 꼭 모든 대인관계가 씹창나는 건 아니라는 거.

물론 저어가 유전자 결정론을 주장하는 건 아님. 이는 그저 유전의 차이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나이가 들어도 잘 변하지 않는데 반해, 환경의 차이는 국소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그나마도 상황에 따라 쉽게 바뀌기 때문임. 애초에 사람 사는 게 달라봤자 거기서 거기다 보니 환경의 차이는 갈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기도 하고.

게다가 사람은 어린 시절에 많은 것을 배우는 동시에 많은 것을 까먹기도 함. 실제로 사람의 기억을 조사해보면 나이에 상관없이 10대에 있었던 일을 제일 많이 기억하고 10대 이전에 있었던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신경세포와 시냅스의 생성이 대부분 10대 이전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의아한 일임.

하지만 이는 그저 10대에는 새로운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생산하기 보단 점차 불필요한 시냅스를 가지치기(망각) 하게 되고, 이 때의 가지치기에서 살아남은 시냅스는 수초화되어 잘 망각되지 않기 때문임.(과잉생산과 가지치기) 즉 10대 이전에도 우린 많은 걸 기억하지만, 정작 10대가 되면 당시의 기억을 대부분 까먹는다는 것.

이렇듯 유전자와 환경이 개인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유전자와 환경을 아무리 잘 통제한다 해도 어떤 아이가 어떤 어른으로 자라날지 예측하진 못함. 당장 저는 문과인데 일란성 쌍둥이인 형은 이과고, 저어가 특기적성으로 종이접기 다니고 철학책 읽을 때 형은 로봇과학 다니고 물리학 책 읽음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