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 성향을 지닌 사람은 자존심이 낮다는 게 오랫동안 상식이었다. 학교에서 교사들은 문제 학생들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것이 폭력적 언행을 자제시키고 학업 성적을 끌어올리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들 역시 말썽꾸러기 자식들을 심하게 꾸짖으면 정신적 상처를 입어 불량배가 될지 모른다는 고정관념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나무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이처럼 낮은 자존심이 폭력을 유발하는 요인이라는 주장은 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플로리다 주립대의 로이 바우마이스터 박사는 '낮은 자존심 이론'(low-self-esteem theory)에 이의를 제기했다.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위험 부담이 많은 공격적 행동에 나서기는커녕 만사에 미적지근하게 대처하고, 자신의 우월성을 입증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성향이 농후하다는 사실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1998년 7월 바우마이스터는 '낮은 자존심 이론'의 대안으로 자존심이 높은 사람일수록 폭력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이른바 '위협받는 자부심 이론'(threatened-egotism theory)을 제안했다.

바우마이스터가 분석하기에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자존심이 강했기 때문에 호전적으로 행동했다. 아돌프 히틀러가 집권 직후 우생학적 법률인 유전위생법을 공포하고유럽 점령 지역에서 유대인 등을 수백만 명 살육한 것도 아리안 민족이 고등 인종이라는 자부심에서 비롯되었다. 살인자나 강간범은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욕을 당하면 공격적으로 돌변해 일을 저지른다. 거리의 깡패나 골목대장들도 다른 사람보다 잘났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폭력을 휘두른다.

바우마이스터는 '위협받는 자부심' 이론을 뒷받침하는 극단적인 사례로 자신에 대한 폭력적 행동, 곧 자살을 꼽는다. 이를테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명예가 실추되거나 부도가 나면 자부심이 손상되기 때문에 자살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바우마이스터의 이론은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침팬지의 행동에서 국가 간의 전쟁까지 그 공격성의 배경에 자존심이라는 감정이 깔려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침팬지 수컷은 집단 내에서 최고봉에 오르기 위해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한다. 우두머리 자리를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교활하고 끈질기게 노력한다. 서열이 낮은 수컷이 권위에 도전하면 우월한 수컷은 분노한다. 수컷 침팬지의 자존심이 모든 갈등의 근원인 것이다.

기원전 431년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에 벌어진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자존심 강한 사람들에 의해 통치된 자존심 강한 두 도시국가 사이의 경쟁에서 비롯되었다. 스파르타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아테네가 성장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 자존심 경쟁이 불붙어 결국 전쟁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바우마이스터의 이론은 물론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이 모두 공격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5/11/20070511008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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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 부하직원 갈구기 좋아하는 부장님이나 앞에선 한마디도 못하면서 뒤에서 부장님 욕하기 바쁜 부하직원들처럼,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든 낮은 사람이든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른 사람 깎아내리고 남(자기보다 잘났든 못났든)과 자신을 비교하기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인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