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가톨릭 믿는 사람이 보면 불쾌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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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처럼 지혜롭게, 그러나 양처럼 순결하게.]

교단의 경전에 나오는 구절이다.

신도 딱히 여기에는 2차 창작 같은 거 안 들어가 있다고 한 구절.

이교도들이 숭배하는 까마귀처럼 지혜롭게 사는 한편, 양처럼 순결한 삶을 살라는 이야기다.

이건 내 앞으로 삶의 방침이 될 것이다.

정확히는 앞부분만.

까마귀처럼 지혜롭게 내 이득을 취할 것이다.

동시에 양처럼 순결한 이미지를 남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재물을 얻고, 권력을 얻고, 힘을 키운다.

성스러운 이미지로 내 편을 늘리고 사람들을 현혹한다.

그렇게 된다면 교단 내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차지하리라.

이게 성녀 아니겠는가.

아마 나 말고도 그래온 사람 많을 거다.

그렇다면 일단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일단 내 힘의 수준부터 가늠해봐야지.

‘흐음.’

난 욕조 안에서 몸을 기대고 명상에 빠졌다.

입술을 달싹이며 경구를 외운다.

‘우리를 창조하신 데오스께서는 당신의 성령을 우리 안에 내려주셨으니, 이는 곧 생명 나무라.’

동시에 몸 안의 마나를 돌리며 내면세계에 빛나는 나무의 이미지를 띄운다.

-츠즈즈즈

과연 성기사 시절과 마찬가지.

빛나는 나무가 내 영안(靈眼)에 비친다.

성스러운 신앙고백을 하며 생명나무의 이미지를 띄우는 것.

이는 신께서 심어주셨다고 하는 영혼의 묘목, 세피로트의 세계로 가는 방법이다.

다만, 실제로는 데오스 교의 신앙과 정신 에너지가 뭉쳐서 만들어낸 것.

영혼과도 신과도 상관없는 인간의 힘이다.

그 증거로 이 나무와 내 성기사 시절의 나무는 확연히 다르다.

영혼이 같다면 같은 나무여야겠지.

‘이게 성녀의 나무라 이 말이지. 확실히 일반 성기사와는 기본 체급이 다르네.’

아직 힘을 덜 개화해 나무의 크기가 작고 가지가 짧게 뻗어있긴 했다.

그러나 줄기가 훨씬 곧게 솟아있었으며, 뿌리도 굵고 깊게 내려있다.

무엇보다 이 나무가 더욱 휘황찬란하게 신성의 빛을 비추고 있다.

신성의 나무 세피로트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차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는 세 개의 뿌리.

자신의 믿음, 성물, 타인의 믿음이라는 세 방법으로 신성의 힘을 모으는 곳이다.

다음은 나무의 줄기.

신성의 힘을 모아 정제해서 가지로 보내는 통로다.

이 부분이 곧아야 신성의 힘을 정제해 나뭇가지로 강한 힘을 보낼 수 있다.

마지막은 다섯 갈래로 나뉘어 있는 나뭇가지.

각 가지는 생명의 힘, 정신의 힘, 육체의 힘, 원소의 힘, 빛의 힘을 담당한다.

아직은 약하지만, 신성의 힘을 키울수록 점점 강인해질 부분이다.

약간의 신성만 주입해도 가지는 성장하리라.

‘마침 지금 당장도 테스트할 방법이 있지.’

아까 말했듯이 신성력을 키우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는 자신의 믿음을 키우는 것.

신에 대한 신앙을 굳게 잡으며 나무에 양분을 공급하는 것이다.

성기사 시절에는 오로지 이것만으로 나의 힘을 강화했다.

교단의 외톨이는 성물이고, 타인의 믿음이고 얻을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번째 삶을 얻고 성녀가 된 나는 이 방법으로 힘을 얻는 게 불가능했다.

직접 신을 만나서 교단의 가르침이 다 거짓이란 걸 알았는데 무슨 믿음을 갖겠는가?

그러니 내가 힘을 얻을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성물의 주인이 돼서 그 힘을 얻는 것.

타인의 의지가 되어 신앙의 힘을 얻는 것.

-찰랑

타이밍 좋게도 내게는 당장 시험해볼 성물이 하나 있다.

백금 몸체에 보석으로 장식된 십자가.

교단에서 성녀의 상징으로 주어진 로자리오.

“…”

난 내 나신에 걸쳐진 이 아름다운 목걸이를 들고 정신을 집중했다.

-츠즈즈즈

눈앞이 밝아지는 기분이 든다.

성물의 신성력이 내게 스며든다.

내 세피로트의 뿌리가 빛나며 신성력을 빨아들이고, 줄기로 그 힘을 전한다.

“허어.”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난 나도 모르게 탄성과 탄식의 중간쯤 되는 신음을 내뱉었다.

‘헛소리 믿으며 스스로의 믿음으로 나무 키우던 때랑은 비교도 안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