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적으로 반지의 제왕에서 되게 좋아하는 구절이 있어요.

프로도가 간달프한테 골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빌보가 그 놈을 죽이지 않은 게 이해가 안 된다, 그 놈은 마땅히 죽었어야 했다' 라고 하니까

간달프가

"마땅히 죽었어야 했다고? 물론이지, 살아 있는 많은 자들 중 마땅히 죽었어야 하는 사람들이 많지.

그리고 죽어 있는 사람들 중 마땅히 살아 있어야 하는 사람들도 많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살릴 수 있나?"

대충 이런 식으로 훈수 두는 구절인데...

갠적으로는 이 문장을 '~~는 욕 먹을 만했다' 는 말이 나올 때마다 떠올린단 말임...

누군가 욕 먹어 마땅한 일을 했다는 것과,

그 사람이 욕을 먹는 것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전자를 부정하지 않더라도, 후자의 누군가를 얼마든지 동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이 허가까지 필요한 행위인가.

만약 우리가 '세상의 모든 마땅한 일들이 마땅히 이루어져야 하며,

그걸 위해서는 어떠한 자비도 필요없다'라고 주장한다면,

그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윤리적인 냉소주의(요즘 인터넷 용어로는 쿨찐)에 불과하지 않은가...

라는, 뭐 그런 식의.

그냥 창작자의 책임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니까

생각나서 좀 꺼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