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이 만화는, 메구로 양을 귀여워하는 만화가 아니라 남주를 귀여워하는 계통의 만화다.

어벙풋풋한 남주가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거 보고 '귀엽네...' 하고

연상누나 심정에 과몰입해서 감상해야 재미있는 카테고리임...

그러다 보니 얘내들 연애가 정상궤도 올라가니까

영 지루해지는 감이 크다.

다시 말하지만, 25화 완결 정도는 쳤어야 이 만화는 재평가받을 기회가 있었을거다.

2. 메구로 양은 현실적일지는 못하더라도, 공감할 만한 구석은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함.

'받아들이는 것과 체념하는 것을 구별하지 못했다'라는 설명이 꽤 괜찮았다.

과장 좀 붙여서 일본문학 특유의 사회부적응자 캐릭터 조형이라면 조형인데.

아마 독자들이 구와악했을 부분이라면, 이런 캐릭터가 가지고 있어야 마땅할

'결함'이라는 것이 등장인물들에 의해서 너무 쉽게 커버되고

어떤 고난으로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거,

즉 '사건이란 인물의 결함의 귀결이어야 한다'는 서사의 대원칙이

푹신푹신한 분위기에 완전히 묻혀버렸다는 게 아닐까 싶긴 하다.

뭐... 나도 솔직히 메구로 양이 너무 완전무결하게 그려진 게 좀 ㅈ같긴 하지만요,

어차피 이 만화는 남주를 감상하는 만화니??? 괜찮지??? 않을까???

3. 그래서 사실 메구로 양이 이렇게 욕먹을 카테고리인지는 잘 모루겟소요

따지고 보면, 미즈하라의 대극에 서 있는 유형의 캐릭터인 거 같기도 하고...

처녀충 담론을 거르고 생각해 보자면, 미즈하라와 메구로 양 사이에 공통점이라고 하면

'수동적인 남주를 여주가 정신적 성장을 위해 이용하는' 식의 서사인 건데,

뭔가 독자층이 주인공의 능력(전투력으로 대표되는)을 이용하는 식의 서사는 그러려니 하면서

정서적으로 이용하는 거에 대해서는 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 보면

솔직히 몬가몬가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