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엘리자베스급 전함 4번함 버럼(HMS Barham)
제2차 세계 대전에서는 지중해 함대에 배치되어 마타판곶 해전에 참가하였다.
1941년 11월 24일, 이탈리아군의 호송선단 공격에 나선 제15 순양함전대(Force K)를 엄호하기 위해 자매함 HMS 퀸 엘리자베스, HMS 밸리언트 및 구축함 8척과 함께 알렉산드리아를 출항했다.
그런데 다음 날인 11월 25일 아침, 한스-디트리히 폰 티젠하우젠 중령이 지휘하는 독일 해군 잠수함 U-331에게 포착되어 추적당한다.
U-331은 16시 무렵에 이 전대와 교차하게 되었는데, 영국군은 호위 구축함의 실수로 U-331이 코앞에 다가올 때까지 이를 판별해내지 못한다.
결국 U-331은 영국 전함들의 침로에서 단 400m 떨어진 곳까지 침투하는데 성공했고, 전함 3척 중 2번째에 선 버럼에게 앞쪽 어뢰관에 장전한 어뢰 4개 전부를 발사한다.
너무 가까운 곳에서 공격을 받아 버럼은 회피기동을 할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 이 중 3발을 얻어맞았다. 더 불운한 점은 단시간에 3연타를 당하다 보니 어뢰들이 거의 같은 위치에 명중하였고, 그 바람에 손쓸 수 없는 거대한 파공이 만들어져 순식간에 함이 기울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탄약고에 거치된 부포 장약들이 쏟아지면서 폭발하였고, 이어 주포 장약과 탄약들이 연달아 유폭되면서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침몰하였다.
이로 인해 함장을 포함하여 850명의 승조원이 배와 함께 전사하였고, 전대장 헨리 프리드햄-위펠 해군 중장을 포함하여 387명만이 폭발의 충격으로 튕겨나가 살아남았다.
한편 이 버럼의 격침은 엉뚱하게도 영국에서 마녀 처벌로 이어졌다.
당시 영국 해군은 한동안 버럼의 격침을 비밀로 부쳤는데, 버럼이 격침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헬렌 던컨(Helen Duncan)이란 영매술사가 강령술을 통해 버럼이 격침된 사실을 알아내었다고 주장하였다.
물론 이 던컨이 진짜 초능력을 가져서 버럼의 격침 사실을 알아낸 것은 아니었다.
당시 영국 해군은 격침 사건 자체는 비밀에 부쳤지만, 버럼의 승조원들의 가족들에게는 비밀 편지로 은밀하게 알렸다.
헬렌 던컨은 이 정보를 몰래 입수한 뒤 사기를 친 것이다.
이미 던컨은 이전(1933년)에도 액토플라즘 사기를 치다가 적발되어서 10파운드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다.
문제는, 이번 일의 경우, 보통은 단순히 기밀 누설과 같은 혐의를 적용했겠지만 던컨은 끝까지 '나는 버럼에서 전사한 승조원의 영혼에게 들었을 뿐이다'라고 우기는 바람에 처벌을 적용할 혐의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검찰 측은 억지에 가까운 혐의를 적용했는데 바로 당시에 이미 사문화하다시피한 법률인 마녀 처벌법 (Witchcraft Act of 1735)이었다.
던컨은 이 마녀 처벌법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약 9개월 동안 감옥 생활을 하다가 석방되었다.
이후에도 던컨은 1956년에 사망할 때 까지 가끔씩 이런 사기를 쳤다.
이후 마녀 처벌법은 공식 폐지되었으며, 던컨은 영국에서 마지막으로 '공식 처벌된 마녀'로 기록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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